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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8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삼막 풍운시동(風雲始動) - 바람과 구름이 비로소 움직이나 흉도들의 침입에 대비한 방어와 금정수 채취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성수신의, 반미륵 그리고 광뇌권과 옥면수사가 엄숙한 얼굴로 빙 둘러 앉은 요사채 다탁 위에는 어제와 달리 큼직막한 양피지로 만들어진 지도 두 장이 펼쳐져 있었다 예봉산과 자하곡 그리고 운길산 수종사 일대의 상세 지형도와 세정사 건축 도면이다 반미륵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예봉산 적갑산 운길산 삼 산의 능선이 세정사를 둥글게 감싸고 있기는 하나 험난한 고봉들이 아닌지라 자하곡으로 들어오는 수 많은 길이 있읍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길목마다 일일이 수종사 스님들을 배치하여 금정수 채취 기간 중의 방문객이나 침입자를 제지하거나 체포할 수는 없읍니다. 그래서 일..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7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한편 수종사 방장의 거처인 수류화개실(水流花開室)에서는 방장스님인 만공상인(滿空上人)과 성수곡(聖手谷) 곡주인 성수신의(聖手神醫) 서갑득이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만공상인은 중국 소림사와 비견되는 조선불교무공의 진산인 함월산(含月山) 골굴사(骨窟寺) 무승(武僧) 출신으로 젊은 시절 무술 수련 시 가장 촉망받는 인재로 알려졌으며 골굴십이관문(骨窟十二關門)을 통과하여 불문무공(佛門武功)의 정통을 계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가 쉰 일곱이요 법랍(法臘)이 마흔 다섯이니 나이 열두살에 불문에 몸을 의탁했던 셈이다 특이한 모습은 얼굴은 대추빛으로 붉은데 두 눈섭이 하얘서 백미상인으로도 불린다 그와 마주 앉은 성수신의는 자그마한 키에 단아한 모습을 한 중년인인데 둥근 얼굴에 연신 미소를 ..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6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삼막 무산현일(霧散現日)- 안개가 흩어지니 햇빛은 비치고 다관에 물이 끓고 있는 사이 셋 사이의 대화는 이어진다 광뇌권이 말문을 열었다 " 실은 저희는 종중의 명을 받고 묘수서라는 인물을 추포하러 왔읍니다" " 아니 묘수서라면 그 유명한 도적이 아닙니까. 그 자를 추포하는 것과 우리 절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겝니까" "아시겠지만 천하의 공적인 묘수서를 잡기위해 우리 운남종은 조직적으로 움직여 왔읍니다 그런데 지령에 의하면 최근 묘수서의 행적이 두물머리 근방에서 포착되었는데 정보를 분석한 결과 세정사에 잠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반미륵은 곡차를 서너모금 꿀꺽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우리 절에 무슨 값나가는 보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얼 노리고 그 놈이 이 곳에 잠입한다는 게..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5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그러자 법당 안에서 퉁명스런 답변이 들려왔다 "그 누구시오 우리 절은 당분간 시주를 받지 않습니다" " 스님 긴요히 상의할 일이 있어 뵙기를 청하니 문을 열어 주시겠읍니까" "관심 없으니 시주님은 시주님 갈 길을 가길 바라오" 이런 식의 언쟁이 서너번 오고 간 뒤 갑자기 법당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스님이 대웅전 앞에 화난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그 모습이 참으로 괴이하다 일단 육척 장신에 살이 디룩디룩 쩌서 머리와 기슴이 붙어버려 아예 목이 없다시피 하고 배는 남산 만한데 스님이 수염을 길러 배꼽까지 내려오는데 나이는 얼추 서른 대여섯살 먹은것 같다 예리한 눈빛이 형형하여 섬뜻한 느낌이 들 정도인데 왼손에 든 여의방편산을 연신 바닥에 내리 찍는다 "본 승이 자비로서 말을 할 때 들어..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4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사실 만향루는 치악산(雉岳山)에 본거지를 둔 운남종(雲南宗)의 한양 소재 분타(分舵)인데 루주(樓主)를 비롯한 고위 간부들은 거의가 운남종의 문도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들은 만향루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여 본타에 상납할 뿐만 아니라 한양을 위시하여 전국 각도의 정보들을 수집 분석하여 본종에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기에 운남종의 정보는 신속하고 정확하기로 강호(江湖) 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겄이디 즉 정보제일 운남종! 그러나 만향루가 최일선 최고 정보 수집기관 이라는걸 운남종의 고위 간부급 외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헀다 다음날 정오 쯤 한양과 경기도 광주를 잇는 관도에 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박말수 그리고 김정수라고 자기 이름을 밝힌 장한과 선비였다 그런데 어째서 서울 ..

조선시대의 복식 풍습

조선시대의 복식 풍습 고려시대에 그 체모를 한층 더 잘 갖춘 우리 민족의 옷차림은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발전하였다.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은 여러 가지 옷감, 특히 무명 생산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으며 옷을 더 보기 좋고 생활에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힘썼다. 한편 이 시기에 정부는 통치체제를 끊임없이 재정비하면서 사람들의 옷생활을 이러저러하게 규제한 옷제도를 계속 완비해 나갔으며 유교사상을 널리 유포시키고 유교 이념과 윤리도덕이 사람들의 생활에서 행동준칙으로 되게 하였다. 이러한 사회정치적 환경은 사람들의 옷차림을 구속에 얽매이게 하고 옷생활에 유교사상의 영향이 크게 미치게 하였다. 또한 양반관료들의 옷차림을 비롯한 일부 민족옷이 우리나라 조선사회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게 한 객관적 조건이 되었다...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3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이막 주향만당(酒香滿堂) - 술향기는 코를 찌르고 한양(漢陽)은 이름 그대로 조선의 서울이다 한양의 상거래를 하는 시전은 조선 태종대에 이르러 한성의 주요 간선도로의 양편에 공랑(公廊)이 건조됨으로써 시전체제가 완비되었는데 육의전(六矣廛) 이라 불렀다 공랑이 완비되기 전까지 상인들은 도성 내의 각체에서 무질서하게 상업을 영위하였는데, 공랑의 완비와 더불어 상인을 공랑상인, 좌상, 행상인으로 구분하고 각각 거래장소를 지정하여 주었던 것이다. 종로 거리 양편에 자리한 육의전은 조선 최고의 재화가 모여들고 나가는 번화가로 돈이 풍성한 곳이다 거기따라 주루와 여각 창가 그리고 투전판들도 덩달아 번창하였으니 그 중 만향루(滿香樓)는 한양 주루 중 알아주는 술집이었다 해가 뉘웃 넘어가는 ..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자네가 여기에 나를 찿아온 사유는 자네 스승의 전서구 편지를 통해 잘 알고 있네 그럼 어디 물건을 꺼내 보게나" 사실 이 청년의 이름은 진장생(陳長生)으로 호는 낙화검성(落花劍星) 이다 그의 스승은 무림 사대검성(四大劍聖) 중 제일좌인 변산파(邊山派) 장문인(掌門人) 무영검성(無影劍聖) 손일우(孫一宇)인데 그의 수많은 고족제자(高足弟子) 중 둘째로써 무림계의 촉망받는 후기지수(後起之秀) 중 한명이다 "예 알겠습니다" 하고 청년이 품에서 꺼내든 것은 검은 색깔의 다섯치 가량되는 조강(粗鋼)이었다 "으흠 동해 만년한철(萬年寒鐵)이 분명하구먼 나도 수십년전 스승님으로 부터 한철의 형태나 색깔 용도와 제련법에 대해 들었으나 실물을 보는것은 처음이네" "예 스승님께서 스님을 도와 청강검(..

조선의 시간단위와 時刻과 時間

조선의 시간단위와 時刻과 時間 조선의 표준시계 "보루각자격루(報漏閣自擊漏)" 1434년 장영실에 의해 만들어진 "물시계"이다. 위 사진은 1985년 재현된 고궁박물관의 "자격루" 입니다. 시각(時刻)은 조선시대 이전에 사용되던 시간의 단위 체계였다. 흔히 12간지(干支)에 따라 하루를 열둘로 나누어 시(時)를 표시하는 십이시가 있었으며, 1각(刻)은 84분(현재의 14.4분)으로 정하여 하루를 100각으로 나눈 것이 시각이었다. 개화기 이후 일본에서 수입된 시, 분, 초 등으로 대체되었다. 자시는 23시~01시(일본서부시간대 쓰는 현재의 대한민국시간대로는 23시30분 쯤~1시30분 쯤) 축시는 01시~03시(일본서부시간대 쓰는 현재의 대한민국시간대로는 01시30분 쯤~03시30분 쯤) 인시는 03시~05..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1막 초우접풍(招雨接風) - 비바람이 불려나 때는 조선 숙종 재위 6년 9월 중순 깊어가는 가을따라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 오는 날이다 시각이 진시(辰時) 인지라라 캄캄한 밤이었으나 보름 달빛이 산하 대지를 훤히 비추고 있는 가운데 경상도 대구부 북쪽 팔공산(八公山)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파계사(把溪寺) 산문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아마도 타인이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게 싫은듯 말뚝이 탈을 쓰고 푸른 도포에 가죽신을 신었는데 특이하게도 그의 머리에 쓴 갓은 말총이 아닌 쇠로 만든 철관(鐵冠)이었다 보통의 키에 호리한 몸짓을 하고 있어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가름할 바 없고 얼굴을 가렸으니 나이 조차 알 길이 없다 다만 그의 가벼운 걸음걸이와 어깨 추임세로 비춰볼 때 무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