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6

초암 정만순 2021. 6. 21. 15:38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삼막 무산현일(霧散現日)-

안개가 흩어지니 햇빛은 비치고 

 

 

다관에 물이 끓고 있는 사이 셋 사이의 대화는 이어진다

광뇌권이 말문을 열었다

" 실은 저희는 종중의 명을 받고 묘수서라는 인물을 추포하러 왔읍니다"

" 아니 묘수서라면 그 유명한 도적이 아닙니까.

그 자를 추포하는 것과 우리 절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겝니까"

"아시겠지만 천하의 공적인 묘수서를 잡기위해 우리 운남종은 조직적으로 움직여 왔읍니다

그런데 지령에 의하면 최근 묘수서의 행적이 두물머리 근방에서 포착되었는데 정보를 분석한 결과 세정사에 잠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반미륵은 곡차를 서너모금 꿀꺽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우리 절에 무슨 값나가는 보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얼 노리고 그 놈이 이 곳에 잠입한다는 게요.

부처님이라도 업어 가겠다는 건가"

"스님 이 절에 금정(金井)이라는 샘이 있지요?"

"아니 두분은 그걸 어찌 아시요"

"저희 운남종이 정보제일 이라는 명망을 얻은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그리고 금정의 용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답니다"

반미륵이 얼굴을 찡그리며 심각한 어투로 말했다

"허허 이거참 할 말이 없구만. 그럼 묘수서가 금정을 노리고 온다는 말이요?"

그랬다. 금정은 평소에는 보통 약수처름 물이 솟아 오르지만 매 삼년 주기로 붉으스럼한 물이 반시진 가량 솟아 오르는데 그 물을 금정수(金精水)라 한다

금정수를 한 됫박만 마셔도 많은 공력이 증진되는 겄으로 알려져 있어 무림 인사는 물론 단약제조나 불치의 병을 치료하는데 있어 엄청난 효과가 있어 누구나 탐을 내는 영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금정수가 솟아날 날짜가 얼추 임박한 것이다

 

 

광주산맥이 남서로 내려오다가 불쑥 한 번 파도를 치면서 빚어놓은, 상서로운 기운이 듬뿍 서린 운길산(雲吉山)은 그다지 웅장한 맛은 없지만 그윽한 정취가 감도는 명산이다.

그 운길산 정상 가까이에 자리잡은 세정사의 본사(本寺)인 수종사水鐘寺) 절마당에 들어서면 일단 전망이 빼어나다.

시선을 멀리 던져보면 높고 낮은 산봉들이 봉긋봉긋 솟아 있고, 다시 그 앞으로 수굿이 눈길을 떨궈보면 한강으로 합류하기 직전의 북한강이 장관이다.

드넓은 수면이 바람 따라 꿈틀대며 은빛으로 찬란하고 산그림자는 그대로 맑은 호수면에 잠겨 일렁거린다.

 

금정수의 존재는 일찌기 세조 재위 시 수종사 방장(方丈)이었던 운종화상이 자하곡을 유람하던 중 지계류 한 곳에서 금빛의 물이 흘러 내리는 것을 보고 그 연원을 추적한 결과 금정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이를 신비하게 여겨 여러 의자와 함께 음용하고 실험한 결과 금정수가 탁월한 영수(靈水)임을 알아채곤 금정을 석재로 덮어 봉하고 그 위에 산신각을 세워 금정의 존재를 은밀히 감추었다

그 후 비밀리에 적전제자(直傳弟子)에게 금정수의 존재를 알려주고 그 용도에 대해 연구하게 한 바 금정수에 관한 내용들은 수종사 수뇌부들 만이 아는  비전이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어느듯 금정수의 존재가 극히 일부의 외부인에게도 알려지게 되었으니 운남종 수뇌부 또한 금정수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금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옥면수사가 말문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묘수서가 금정수의 존재와 용처를 알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자가 금정수를 탈취할 목적으로 자하곡에 잠입한 것은 분명한것 같습니다"

반미륵이 나직한 목소리로 화답한다

"사실 금정은 이 절 산신각 바닥 밑에 있읍니다.

감쪽같은 구조로 되어 있어 일반 향화객(香火客)은 그 존재를 알아챌 수가 없지요.

또한 요사채가 산신각 바로 밑에 지어진 것도 금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 입니다"

광뇌권이 감탄사를 발했다

"아하 그렇군요 참으로 세심한 구조와 안배로군요"

"에 그래서 제가 여기서 금정수가 솟아날 때를 기다리며 수시로 산신각을 들락거린답니다.

금정수가 솟아나는 시각을 놓치면 또 삼년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옥면수사가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넘지시 묻는다

"그러면 가까운 시일 내 금정수가 용출할 것이라는 징후라도 있읍니까?"

"그럼요 금정수가 솟아나기 이삼일 전부터 거품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 때부터는 바짝 신경을 써서 때 맞춰 용출되는 금정수를 퍼서 담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겝니다.

오늘 제가 독경한 것은 미리 금정수를 채수하는 의식을 행한 겄이지요"  

 

금정수에 관한 이런저런 말들이 오간 후 이번에는 묘수서 일당 체포 및 금정 수호에 관한 토의가 있어야 하나 반미륵의 제의로 대담은 끝이났다

"자 해도 져가고 공양 시간이 되었으니 먼저 저녁 공양을 하시지요

그리고 두 분 침소는 요사채에 방이 세개 있으니 행자(行者)를 시켜 한 곳을 정결하게 치워드리겠읍니다

그리고 묘수서 체포와 금정수 수호 건은 내일 새벽 예불 후 상의하십시다"

 

이렇게 대담을 나누는 사이 어느듯 운무가 걷히고 서쪽 하늘로 지고 있는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세정사 일대가 모습을 드러내니 참으로 주위의 풍광이 아름답다

우선 절이 자리잡고 앉은 고지대는 암반이 멍석처름 깔렸는데 산신각 뒤쪽은 마치 죽순처름 기암이 우뚝하다

절 주위로 고목이 울창하여 절을 호위하듯 하고 불게게 타는 단풍이 온 산을 물들이니 감탄사가 절로난다.

한마디로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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