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한시 한마당 51

揮霜刃斬春風

揮霜刃斬春風 淸梅印悟 一揮霜刃斬春風 일휘상인참춘풍 雪滿空庭落葉紅 설만공정낙엽홍 這裏是非才辨了 저리시비재변료 半輪寒月枕西峰 반륜한월침서봉 서릿발 같은 칼날 한번 휘둘러 봄바람을 베니 눈 쌓인 빈 뜰에 붉은 잎이 떨어진다. 이 속의 시비를 가까스로 알고 나니 차가운 반달이 서쪽 산봉우리를 베고 누웠네. 달마를 찾아간 혜가가 소림굴 밖 눈 속에 서서 팔을 끊어 신표를 보였다는 ‘소림단비’(少林斷臂)의 설화를 두고 청매인오(靑梅印悟, 1548~1623) 선사가 지은 시이다. 눈밭에 피가 떨어지는 것을 붉은 잎이 떨어진다 했다. 인오는 묘향산에서 서산대사를 모시고 지내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서산스님과 함께 승병을 이끌고 왜적을 물리친 승병장의 한 사람이었다. 만년에는 지리산 연곡사에 주석하다 입적하였다. 그림을..

臨終偈

臨終偈 僧肇 四大元無主 (사대원무주) 사대는 원래 주인이 없고 五蘊本來空 (오온본래공) 오온은 본래 공한 것일 뿐 將頭臨白刃 (장두임백도) 칼날이 내 머리 내리치겠지만 恰似斬春風 (이사참춘풍) 봄바람을 베는 것과 같으리라. 구마라습의 수제자였던 승조법사는 벼슬을 맡아 달라는 왕명을 거역했다가 31세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유명한 임종게(臨終偈)를 남겼다. 사대와 오온은 사람의 육체와 정신이다. 내 몸뚱이가 주인이 없는 물건이라는 말이다. 마음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도 본래 아무것도 없는 것이란 말이다. ‘칼날이 내 목을 내리쳐도 봄바람을 베는 것에 불과하리라’고 한 이 말에서 생사를 초월한 공의 달인임이 느껴진다. 승조는 묘공(妙空)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것은 상대적 공이 아니라 절대적인 공이라고 주장..

三夢詞

三夢詞 淸虛休靜 主人夢說客 (주인몽설객) 주인은 꿈을 나그네에게 말하고 客夢說主人 (객몽설주인) 나그네는 꿈을 주인에게 말하네. 今說二夢客 (금설이몽자) 지금 꿈 이야기를 나누는 두 나그네여! 亦是夢中人 (역시몽중인) 꿈속에서 꿈 이야기 하고 있구나. 서산스님의 삼몽사(三夢詞)는 많은 사람의 입에 회자하는 시다. 길을 가다 주막집 툇마루에 앉아 쉬던 서산스님이 안쪽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꿈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지은 즉흥시이다. 주인과 나그네가 간밤에 꾼 꿈을 서로 상대방에게 말하면서 해몽(解夢)을 하고 싶었나 보다. 이를 들은 서산스님이 꿈 이야기 나누는 자체가 꿈속의 일이라 했다. 꿈을 꾸어야 하는가? 깨어야 하는가? 꿈을 꾸는 자는 중생일 테고 꿈을 깨는 자는 부처일 것이다. 스님의 법명은 휴정..

生也一片浮雲起

生也一片浮雲起 空手來空手去是人生(공수래공수거시인생) 生從何處來死向何處去(생종하처래사향하처거)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也去來亦如然 (생야거래역여연) 獨有一物常獨露 (독유일물상독로) 澹然不隨於生死 (담연불수어생사)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인 것을. 태어남은 어디서 오며 죽음은 어디로 가는가? 태어남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인데,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나니 태어남과 죽음도 모두 이와 같을진데 한 물건이 홀로 있어 항상 홀로 이슬처럼 드러나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는구나. 이 시는 고려 공민왕 때 왕사(王師)를 지냈던 나옹선사(懶翁禪師. 법명 惠勤. 시호 禪覺. 13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