揮霜刃斬春風
淸梅印悟
一揮霜刃斬春風 일휘상인참춘풍
雪滿空庭落葉紅 설만공정낙엽홍
這裏是非才辨了 저리시비재변료
半輪寒月枕西峰 반륜한월침서봉
서릿발 같은 칼날 한번 휘둘러 봄바람을 베니
눈 쌓인 빈 뜰에 붉은 잎이 떨어진다.
이 속의 시비를 가까스로 알고 나니
차가운 반달이 서쪽 산봉우리를 베고 누웠네.
달마를 찾아간 혜가가 소림굴 밖 눈 속에 서서 팔을 끊어 신표를 보였다는 ‘소림단비’(少林斷臂)의 설화를 두고 청매인오(靑梅印悟, 1548~1623) 선사가 지은 시이다.
눈밭에 피가 떨어지는 것을 붉은 잎이 떨어진다 했다.
인오는 묘향산에서 서산대사를 모시고 지내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서산스님과 함께 승병을 이끌고 왜적을 물리친 승병장의 한 사람이었다.
만년에는 지리산 연곡사에 주석하다 입적하였다.
그림을 잘 그려 광해군의 명으로 벽계, 벽송, 부용, 서산, 부휴 5대사의 진영을 그려 모시기도 했다.
십무익송(十無益頌)을 지었으며, 문집 <청매집>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