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한시 한마당

生也一片浮雲起

초암 정만순 2022. 4. 24. 09:54

生也一片浮雲起

 


空手來空手去是人生(공수래공수거시인생)
生從何處來死向何處去(생종하처래사향하처거)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也去來亦如然 (생야거래역여연)
獨有一物常獨露 (독유일물상독로)
澹然不隨於生死 (담연불수어생사)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인 것을.
태어남은 어디서 오며 죽음은 어디로 가는가?
태어남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인데,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나니
태어남과 죽음도 모두 이와 같을진데
한 물건이 홀로 있어 항상 홀로 이슬처럼 드러나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는구나.

 

이 시는 고려 공민왕 때 왕사(王師)를 지냈던 나옹선사(懶翁禪師. 법명 惠勤. 시호 禪覺. 1320∼1376)의 누님이 동생인 나옹에게 염불을 배우고 나서 스스로 읊었다는 <부운(浮雲)>이라는 제목의 빼어난 선시(禪詩)로서, 태어남과 죽음을 한 조각 뜬구름(一片浮雲)의 기멸(起滅)에 비유했다.

   

참으로 명시다.

태어나는 것을 한탄하는 것도 아니고, 죽는 것을 슬퍼하지도 않고, 오고 가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또한 그 가운데 생사 없는 도리를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시를 보고 잘 되었다, 못 되었다 평가할 것이 아니라, 이 속에 들어 있는 문제 하나를 풀지 않으면 안 된다.

"한 물건이 홀로 있어 항상 홀로 이슬처럼 드러나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 생사를 따르지 않는 담연한 한 물건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를 아는 자는 뜬구름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만나고 헤어짐을 기약하지도 않으리라.

기약이 없는 세계에 나아가려면 바로 그것을 보라. 그것을 보는 자가 곧 부처님이니라.

 

  

나옹(懶翁)은 20세 때 이웃의 벗이 죽는 것을 보고 "죽으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으나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마침내 출가하여 용맹정진 끝에 득도(得道)하였다.

어느 날, 죽을 병을 걱정하는 도반(道伴-함께 도를 닦는 벗)에게 나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육체는 사대환신(四大幻身)이기 때문에 병이 몸 안에 있을 수도, 몸 밖에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나옹(懶翁)은 또한 수행의 한 극점을 "현애살수(懸崖撒手)"로 표현했다.
즉, 낭떠러지 끝에 매달린 손을 놓아버린다는 뜻이니,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벼랑 아래로 몸을 던져라"는 것과 같다.
佛家에서는,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본디 온 곳으로 간다"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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