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8

초암 정만순 2021. 6. 23. 09:17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삼막 풍운시동(風雲始動) -

바람과 구름이 비로소 움직이나

 

 

흉도들의 침입에 대비한 방어와 금정수 채취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성수신의, 반미륵 그리고 광뇌권과 옥면수사가 엄숙한 얼굴로 빙 둘러 앉은 요사채 다탁 위에는 어제와 달리 큼직막한 양피지로 만들어진 지도 두 장이 펼쳐져 있었다

예봉산과 자하곡 그리고 운길산 수종사 일대의 상세 지형도와 세정사 건축 도면이다

반미륵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예봉산 적갑산 운길산 삼 산의 능선이 세정사를 둥글게 감싸고 있기는 하나 험난한 고봉들이 아닌지라 자하곡으로 들어오는 수 많은 길이 있읍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길목마다 일일이 수종사 스님들을 배치하여 금정수 채취 기간 중의 방문객이나 침입자를 제지하거나 체포할 수는 없읍니다.

그래서 일단 묘수서를 위시하여 음흉한 목적으로 세정사에 잠입하는 자들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수비적 방어 태세를 갖출 수 밖에 없다고 봅나다"

성수신의가 그 말을 받았다

"그렇구만 그럼 구체적 방어 작전도 이미 마련해 두었소?"

"그렇습니다. 일단 각 전각 요소마다 적재적소에 인원을 배치해야 겠지요. 우선 가장 중요한 금정이 있는 산신각 앞에는 인원 배치가 따로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요사채와 산신각 지하의 금정 간에는 비밀 통로가 있어 요사채만 잘 방어하면 될듯하니 전각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제가 이곳을 담당하겠읍니다"

"그러나 많은 수의 흉도가 침입할 경우에 대비하여 본절 주위의 순찰은 수종사 파견승 셋을 데리고 광뇌권 시주께서 수고해 주시면 합니다"

광뇌권이 포권(包拳)의 예를 하며 답한다

"염려 마세요 최선을 다하겠읍니다" 

"그리고 옥면수사께서는 대웅전 안에서 바깥의 동정을 살피면서 드잡이질이 일어나거나 소란이 발생하면 즉각 출동하여 원조를 해주시면 합니다"

"여부가 있겠읍니까 믿고 맡겨주십시요"

"마지막으로 대인께서는 요사채 안에 계시다가 금정이나 저희들 방어막에 심각한 조짐이 생기면 십이금침술(十二金針術)을 시전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소 이렇게 치밀한 안배가 있으니 이제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 생각하오"

 

 

십이금침술은 성수신의가 각고의 수련끝에 창안한 독창적 침술로서 평시에는 환자 치료에 적용하여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는 반면 드잡이질이 벌어질 경우에는 만천화우(滿天花雨), 은침관석(隱針貫石) 등 신기에 가까운 공법을 사용하여 상대를 타격하는 일명 비침술(飛針術) 아라고도 하는 독문절기(獨門絶技)인 것이다

 

작전회의 후 유사시 휘파람으로 군호(軍號)를 정하고 군웅(群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신경을 곤두세우며 소임을 다했으나 한나절 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녁 나절 석양이 서천을 붉게 물들일 때 요사채 안에서 날카로운 이음절의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젔다

"휘익 휘익"

군웅들 중 내공력이 가장 뛰어난 성수신의가 천이청(天耳聽) 공법으로 미세한 소리의 움직임을 살핀 결과 평상과 다른 무슨 낌새를 느끼고는 군웅들께 긴장하고 내 말을 들어라는 신호다

"대웅전 뒷쪽으로 서너명의 인물이 살금살금 다가오는 발자욱 소리가 들리니 다들 경각심을 북돋우도록 하시오. 그리고 광뇌검과 수종사 스님들은 은밀히 그들의 동태를 살펴 멀찍이서 포위하고 상황을 통보하기 바라오"

전음입밀(傳音入密)!

내공을 사용하여 들려주고 싶은 상대에게만 들리게 말하는 방법이다

물론 그 외 사람들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승화술(上乘話術)이다

 

 

성수신의의 전갈을 받은 광뇌권과 삼승은 조심스레 대웅전 뒤편으로 접근하여 잠입자의 기척에 온 신경을 기울인다

이 때 그들의 눈에 허리를 숙이고 살금살금 대웅전 쪽으로 접근하는 네 명의 인영이 보였다

선두에 선 자는 무척 키가 커서 눈에 확 띄었는데 검은 옷으로 경장을 하고 얼굴에는 검은 복면을 했다

"멈추어라, 뉘길레 밤고양이 처름 이렇게 살금살금 다가오는 게요. 떳떳한 인물이라면 복면을 벗고 정체를 밝히시요"

광뇌권의 호통소리가 찌렁찌렁 온 산에 울린다

은밀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들킨게 무안한듯 장신의 괴인이 비실비실 웃음을 흘린다

"키키키키 너 놈이 이 절을 지키는 똥개인가 본데 이 어르신의 발걸음을 과연 막을 수가 있을까?

본좌의 이름은 저승에나 가서 알아봐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신괴한은 두 손바닥을 가슴에 모은 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동자배불(童子拜佛) 이라는 평범한 초식(招式)인데도 심후한 공력이 실린탓에 '웅웅'하는 파공성이 들리며 물밀듯한 잠력(潛力)이 광뇌권의 코앞으로 닥쳐온다

위기를 느낀 광뇌권 또한 "이얍" 하는 기합성과 함께 허리에 모은 두 주먹에 공력을 실어 힘차게 앞으로 내지른다

광뇌권법의 제일초 노도당파(怒濤撞破)다

두 장풍과 권풍이 격하게 부딭치니 "콰광" 하며 벼락치는 듯한 소리가 나서 고막이 얼얼하다

그 충격 탓에 둘 다 모두 한발짝씩 뒤로 물러서며 몸의 균형을 잡는다

"어이구 어린 놈이 제법이구나. 어디 한번 더 받아봐라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광뇌권에게 어린 놈이니 뭐니 하는 걸 보니 장신괴한의 나이는 먹을만큼 먹은 모양이다

"이놈아 나잇살 꽤나 쳐먹었으면 나이값을 해야지 이 밤고양이 같은 놈"

광뇌권의 입심 또한 보통 껄죽한게 아니다

그 둘의 손속 교환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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