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9

초암 정만순 2021. 6. 23. 19:27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그렇게 장신괴한과 광뇌권 간에 욕설과 주먹과 장풍이 오고가는 사이 스님들은 휘파람 삼성으로 적을 만났다는 사실을 전각에 은신한 우군에게 알렸다

그와 동시에 수종삼승(水鐘三僧)은 복면흑의인 세 명을 삼각형으로 둘러쌌다

"이놈들 꼼작마라 칼을 버리고 항복하면 부처님의 자비심으로 목숨만은 살려주마"

"미친 중놈들 같으니. 길고 짧은건 대봐야 안다는데 우리가 먼저 지옥으로 보내주마"

이쪽도 여간 살벌한 분위기가 아니다

세 스님 중 사형(師兄)인듯한 스님이 구령을 내렸다

"삼재봉진(三才棒陳)을 펼치게"

삼재봉진은 함월산 골굴사 선무도(禪無道)의 삼십육절예(三十六絶藝) 가운데 하나인 십이봉진(十二棒陳)을 변형 시킨 봉진법으로 열두명의 인원으로 공수를 전개하는 십이봉진과 달리 세명이 전게하는 공수 봉술진법이다

물론 십이봉진법에 비해 위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지만 공수 인원이 적고 위급한 경우 공수합벽(攻守合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는 진법이다

복면흑의인 또한 등에 맨 장도(長刀)를 뽑아들고 일제히 표두세(豹頭勢)를 취한다

즉 앞겨누기 자세를 취한다는 말이다

"쳐라"

어디가 먼저랄것도 없이 양 진영이 동시에 격돌하는데 봉과 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여섯명의 무공 실력이 엇비슷한듯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느듯 해는 지고 교교한 달빛이 경내를 비춘다

마침 일자가 음력 십사일이라 둥근 달 아래 경내에서 한판 붙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듯하다

그렇게 밤은 점점 더 깊어가는가 보다

 

 

대웅전 앞 은행나무 고목 위에서 복면을 한 검은 인영 하나가 야조투림(夜鳥投林)의 자세로 쏜살같이 대웅전 앞마당으로 떨어져 내려왔다

그 뒤로 몸짓이 크고 굵어보이는 자와 키가 작고 가냘퍼 보이는 자가 연이어 대붕전시(大鵬展翅)의 자세로 표표히 날아 내려온다

"쥐새끼 같은 중놈들아 숨어있지 말고 썩나와라"

제일 먼저 뛰어내린 자가 까마귀 울음소리 같은 탁한 음성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대웅전과 요사채 문이 동시에 열리며 옥면수사와 반미륵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곳은 부처님이 계시는 성지이거늘 조용히 참배는 드리지 않을 망정 웬 까마귀 세마리가 시끄럽게 짖어대느냐. 어서 복면을 벗고 정체를 밝혀라" 

"그 중놈의 입이 참 지저분하네. 염불은 하지않고 욕지거리만 배웠느냐"

"너 놈들 하고 입씨름할 마음이 없으니 어디 한번 몸이나 풀어볼까"

반미륵이 첫째 괴한에게 비호처름 달려들며 방편산을 맹열하게 휘둘렀다

이에 질세라 괴한도 장검을 빼들고 마주쳐 나간다

옥면수사 또한 애병기인 구절철편을 빼들었고 둘째 셋째 괴한도 연이어 참마도(斬馬刀와 쌍단검(雙短劍)을 꼬나 든다

반미륵과 괴한의 싸움은 물과 불의 대결을 보는듯 흥미진진하다

반미륵의 강기가 실린 방편산이 괴한의 허리를 두 토막낼 듯 머리통을 깨부술 듯 다가서면 괴한은 미꾸라지 처름 요리조리 피하는데 이형환위(移形換位)의 신법이 영활하다

또한 지상을 박차올라 허공에서 베어내고 찌르는 수법이 나르는 박쥐와 같다

번번이 손속에 허탕을 친 미륵불이 냅다 고함을 지른다

"요 박쥐같은 놈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한번 붙어보자"

그러나 괴한은 정면으로 부딯칠 마음이 없는지 피하고 내지르기를 반복하며 결정적 한방을 노리는 듯 하다

옥면수사와 두 괴인의 드잡이질도 만만찮다

두 괴인이 옥면수사를 가운데 두고 빙빙돌며 동시에 공격하고 방어하거나 한쪽이 방어하면 하나는 공격하는데 공수합벽(攻守合壁)에 흠이 없다

일순 당황한 옥면수사였으나 호흡을 가다듬고 철편에 공력을 집중하니 철편이 순식간에 창처름 꼿꼿해지거나 부드러워지니 강유변환(剛柔變換)이 자유로와 공수의 묘용이 더욱 탁월해져 두 괴인의 합공도 여유롭게 받아낸다 

 

 

한편 장신괴한과 광뇌권의 격투는 더욱 격렬해져 간다 

수십 합의 초식을 주고 받았건만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자 장신괴한은 분기가 탱천한듯 괴성을 지르며 두 장심에 공력을 모아 장강벽안(長江劈岸) 노호박돈(怒虎搏豚) 풍우도산(風雨倒山) 등 절초삼장(絶招三掌)를 잇따라 쏫아낸다

"우르르 쾅쾅쾅"

광뇌권 또한 혼신의 힘을 쌍권에 모아 되받아 치나 아무래도 본신공력(本身功力)이 장신괴한에게 밀리는지 연거푸 세 걸음을 물러선다

"흐흐흐 이 애숭이 녀석 이제 마지막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그때다. 하얀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대웅전 지붕을 날아 넘어 표표히 내려 앉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두곳의 전세를 판단하고 있던 성수신의가 광뇌권이 차츰 밀리게 되자 싸움판에 가담한 것이다

"귀하는 청천강 이북에서 명성이 자자한 비천독룡(飛天毒龍)이 아니시오"

장신괴한은 자기의 무림별호를 단박에 알아 맞히자 움찔 놀라며 되물었다

"하하 속일수가 없군. 그런데 어떻게 내 별호를 알았오. 그리고 그대는 뉘시오"

"귀하의 벽력장법(霹靂掌法) 이야 말로 무림 절초인데 어찌 몰라보겠소. 나는 성수신의라고 하오만"

"아니 그러면 귀하가 이십여년 전 묘향산에서 나와 손속을 겨루었던 바로 그 사람이오?"

" 하하 그렇소이다 참으로 오래간만이요. 그런데 어찌 이 먼곳까지 와서 행패를 부리시오"

성수신의가 등장하자 세 불리함을 느낀 비천독룡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문을 열었다

"잘 알곘지만 세정사의 금정수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영수가 아니오. 우리가 금정수가 좀 필요해 조금 얻어가려고 했을 뿐이외다"

"그러면 당연히 수종사 방장인 만공상인에게 부탁하여야 하지 어찌 무력으로 금정수를 탈취하려 한단 말이요. 그러면 여기서 결정을 하시오 우리와 무력으로 결판을 내든지 아니면 만공상인을 뵙고 사정을 말씀 드리든지 말이요"

비천독룡이 잔머리를 굴려보니 오늘은 아무래도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다.

일단 철수한 후 후일을 도모하는것이 현명할 것 같다

"알았소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실례를 한것 같소. 그럼 이만"

"휘이익"

비천독룡의 긴 휘파람 소리와 함께 대웅전 앞에서 드잡이질을 벌이던 세 명의 괴인과 스님들과 혼전을 벌이던 세명의 괴인들은 일제히 손을 멈추고 불이나케 서쪽 산능선을 타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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