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 109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9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팔막 추로봉우(秋路逢友_ - 가을 길에서 만난 친구여 진명이 함허도장이 있는 선운산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으나 그 중 가장 가까운 길은 임실과 정읍을 거쳐 고창으로 들어서는 길이다 가을도 이미 지나가고 초겨울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단풍의 잔광이 남아있고 바람도 세차지는 않아서 걷기에 큰 부담은 없었다 지나가는 길목에 한적하고 경치좋은 곳이 있으면 구궁연환보와 청강지를 응용한 연환천강지(連環天罡指)를 단련하며 오랫만의 자유를 만끽하곤 하였다 정읍현은 조선 초부터 현으로 지정되어 왔을만큼 물산이 풍부한 교통의 중심지 였다 현을 가로지르는 현청이 가까이 있는 대로변에 일단의 선비차림의 네명과 하인인듯한 무리 세명 등 도합 일곱명이 어지러히 잎으로 달리며 고함을 치고 있었다 "게..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8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좌포청(左捕廳) 종사관(從事官) 윤도가 잠든 새벽 녁 그의 사가 담장을 소리없이 타넘은 두 사람이 있었다 상하의 전부를 새카만 경장(輕裝)으로 감싸고 얼굴에도 새카만 복면을 쓰고 있었으며 마침 그 날이 그믐인지라 그 누구라도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릴수 없으리라 그들은 묘보(猫步)로 살금살금 윤도가 잠든 사랑채로 접근하더니 문 창호지에 침을 발라 구멍을 내고 미혼산(迷魂散)이 든 취관(吹管)을 구멍으로 집어 넣곤 '훅" 하고 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윤도가 약에 취해 깊이 잠든것을 확인한 그들은 가볍게 걸쇠를 열고 방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정신없이 곯아 떨어진 윤도의 이마를 일점혈혼이 중지로 가볍게 찍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윤도의 이마에는 좁쌀만한 붉은 점이 하나 찍혀 있을 뿐 이미 그..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7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칠막 야학불명(野鶴不鳴) - 들판의 학은 울지 않고 "그리고 추풍검마(追風劒魔)의 보고에 의하면 한양 육의전(六矣廛)의 뇌물 상납 사건으로 인해 우리 동지들의 조직이 노출되어 와해될 지경에 처했오" "하 그렇습니까" "그래서 그대에게 이번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주고자 하니 절대 실수가 없도록 하시오" "감사합니다 방주님 기필코 임무를 완수하겠읍니;다" 비천독룡이 깊이 고개숙여 포권(抱拳)의 예를 다한다 "그런데 그대는 손속이 너무 잔인하여 흔적을 남길 수 있으니 내 쌍룡영패(雙龍令牌)를 줄테니 일점혈혼(一點血魂)을 데리고 가서 깔끔하게 처리하고 오오" 일점혈혼은 아주 깔끔하게 암살을 하고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주도면밀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방주의 직속 수하로서 암살 전문기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6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이 때 묘수서의 등 뒤에 서 있던 비천독룡의 오른손이 높이 올라가더니 그대로 묘수서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우직끈' 등판이 부셔지는 소리가 나며 피를 토하던 묘수서의 눈빛에 형언할 수 없는 의아함이 떠올랐다 "어째서 나를 이렇게 커억" 그리고는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나름대로 무림에서 교묘한 도둑질과 정보 수집력으로 행세 께나 하던 한 인간이 이렇게 허무하게 갈 줄이야 어이 알았으리 "카카카 너 놈이 죽어줘야 이 어른의 살길이 생긴단 말이야 그 정도는 미리 알았어야지" 품속에서 병에 담긴 화골산(化骨散)을 꺼낸 비천독룡이 묘수서에 몸에 뿌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치지직' 소리를 내며 몸뚱아리가 녹아 내리더니 한 줌 재가 되어 바람에 날려가고 현장엔 방금 있었던 사건의 흔적은 찿아 볼 수..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5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육막 흑무만당(黑霧滿堂) - 검은 안개가 집안에 그득하네 세정사 전투에서 퇴패하여 금정수 획득에 실패한 비천독룡과 그 일행이 향한 곳은 진안 천반산 죽도였다 천반산은 전라도 진안에 있다 천반산의 주봉 서쪽 약 반오리 지점 평평한 곳에 옛 성터가 있는데, 북동쪽은 절벽이어서 남쪽과 서쪽에만 성벽을 구축하였다. 그 아래에는 송판서굴과 할미굴이 있다. 성의 둘레는 약 오리로 삼국 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북쪽에는 대량천이 흐르며 남쪽에는 장수천이 흘러 서쪽의 죽도에서 두 하천이 합류하여 용담천으로 흘러간다 죽도는 진안군 수동리에 있다. 첨반산 서쪽 끝너리에 자리 잡고 있는데 깎아 세운 듯한 바위산 절벽을 맑은 물이 한 바퀴 휘돌아 흐르고 있기에 산이지만 마치 섬처럼 보인다 육지로 이..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4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천강지 수련에 앞서 진명은 옷깃을 여미며 스승이 계신 도솔산 방향으로 큰 절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덕분에 소주천을 완성했읍니다. 이제 천강지를 단련하고자 하니 스승님께서 도와주십시요" 참으로 스승의 은혜를 아는 예의바른 행동이다 진명은 기마자세(騎馬姿勢)를 취한 뒤 한 호흡에 진기를 임독양맥을 주천(周天)한 후 충맥(衝脈)을 이용하여 하단전의 기운을 급격히 양 어깨에 모으고선 서서히 불끈 쥔 주먹을 펼쳐 손가락 마다마디에 진기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각 마디 관절에서 우우웅 소리가 나며 손가락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자발동공(自發動功)인데 이는 손가락 끝까지 진기가 운용되고 있다는 증좌이다 천강지 수련은 구궁연환보와 결합하여 연마하여야 하나 동굴이 낮고 좁은 까닭에..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3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그러면 진명의 내공 수련 과정을 제삼자의 눈으로 잠시 살펴보기로 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부터 지니고 있는 선천원정(先天元精)의 양기는 호흡에 의해서 회음을 지나 미골(尾骨 )밑에 있는 미려(尾閭 )로 흘러들어 정지한다. 흐를 때는 뜨거운 것이 찌르르 느껴지므로 알 수 가있다. 만약 희미하게 느껴진다면 아직 양기의 힘이 약한 것이므로 호흡을 잘 조절하여 수련을 쌓아야 한다.​ ​ 양기가 미려까지 흘러 미저골이 뜨거워지면 이번에는 의식을 그곳에 건다. 호흡으로 양기의 흐름이 생기면 미저골(꼬리뼈)이 진동하고, 순식간에 허리 약간 위쪽까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미려를 통과한 것이다. 젊거나 정력이 강한 사람은 미려를 통과하면서 머릿속에 있는 이환(泥丸)까지 단숨에 양기가 올라가기..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2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오막 암굴폐관수련(巖窟閉關修練) - 바위굴에서 관문을 닫고 수련 하나니 맥(脈)이란 인체의 기가 흐르는 통로인데 임독양맥은 인체의 전면으로 흐르는 임맥(林脈)과 인체의 후면으로 흐르는 독맥(督脈)을 말하는 것으로 끊어지거나 막힌 임맥과 독맥의 흐름을 연결하면 곧 소주천(小周天)이 된다 무릇 상승무공(上乘武功)을 연마하고 그 공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주천 운기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인데 진명은 단 두어달 만에 이 어려운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겄이다 그러기 위해서 스승인 청허도장은 폐관수련을 명하였고 수련하기에 가장 알맞는 장소로 숫마이봉 화엄굴을 선택하게된 것이다 그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천강지(天罡指)의 수련이다 천강지는 선도문(仙道門)에서 대대로 전수되는 지공(指功)인..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1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꼬박 하루 낯밤을 화력 조절에 매진하던 성수신의의 얼굴에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새벽에 드디어 만보단 고약이 만들어진 겄이다 단로의 문을 열고 고약의 상태를 확인한 신의의 득의만만한 표정이다 "이제 환의 모양을 만들고 포장할 일만 남았네" 신의는 손을 뻗어 탁자에 놓인 요령을 가볍게 흔들었다 "딸랑 딸랑 딸랑" 그러자 제단실 옆방 다실에서 운기조식하고 있던 만공상인과 반미륵 그리고 광뇌권과 옥면수사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드디어 제단에 성공하신 모양이구려. 경하드립니다" 만공상인도 만면에 웃음기를 띄며 인사를 드린다 "예 이제 환의 모양을 만들고 금박을 입히기만 하면 이 일이 끝날 것 같습니다 허허" "거기 전각 밖에서 수고하는 스님 중 한분이 떡갈나무 잎 하나를 따다 주시겠소" "..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0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사막 영단탄생(靈丹誕生) - 신비한 영단이 드디어 만들어 지다 그렇게 어수선한 하룻밤이 지나고 새벽이 밝았다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천수경(千手經)을 낭송하며 도량석을 하는 스님의 낭낭한 음성이 안도감을 안겨주는 하루의 시작이다 모든 업의 시작은 구업(口業)으로 부터 시작되니 경을 낭송함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입을 깨끗이 하는 진언(眞言)을 낭송하는 것이다 거의 밤샘을 하며 요사채와 금정을 들락거리던 반미륵은 지하통로를 통해 또 다시 금정의 상태를 살펴본다 도량석이 막 끝나갈 무렵 용케도 금정수가 용출되는 순간이 찿아왔다 "보글 보글 보글" 금빛 찬란한 금정수의 출현에 반미륵은 기쁨의 환호를 지른다 "신의님 빨리 와 보세요 금정수가 솟아나요" 단좌하여 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