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2

초암 정만순 2021. 7. 6. 06:46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오막 암굴폐관수련(巖窟閉關修練) -

바위굴에서 관문을 닫고 수련 하나니

 

 

 

맥(脈)이란 인체의 기가 흐르는 통로인데 임독양맥은 인체의 전면으로 흐르는 임맥(林脈)과 인체의 후면으로 흐르는 독맥(督脈)을 말하는 것으로 끊어지거나 막힌 임맥과 독맥의 흐름을 연결하면 곧 소주천(小周天)이 된다

무릇 상승무공(上乘武功)을 연마하고 그 공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주천 운기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인데 진명은 단 두어달 만에 이 어려운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겄이다

그러기 위해서 스승인 청허도장은 폐관수련을 명하였고 수련하기에 가장 알맞는 장소로 숫마이봉 화엄굴을 선택하게된 것이다

 

그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천강지(天罡指)의 수련이다

천강지는 선도문(仙道門)에서 대대로 전수되는 지공(指功)인데 극강한 위력의 지공으로 심후한 내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용할 수 없는 지법이다

진명의 사부는 타 무공은 가르치지 않고 구궁연환보(九宮連環步)라는 보법(步法)과 공방무공(攻防武功)으로는 근 십년을 오로지 천강지의 오묘한 원리와 운용법 만을 가려쳤다

왜냐하면 본인이 천강지의 달인일 뿐만 아니라 극친한 친구의 아들이며 애제자인 진명에게 본신절기(本身絶技)를 꼭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공의 깊이가 약한 진명은 그 진수를 터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소주천과 천강지의 마지막 구결(口訣)을 스승에게 전수 받고 길을 떠났으니 이번 폐관수련을 통해 임독양맥을 타통하여 소주천을 완성함과 동시에 천강지의 극의를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갑자기 진명이 바닥에 깔린 작은 돌을 집어들고 동굴 벽면에 글자를 써기 시작한다

'생사일여(生死一如) 장부필득(丈夫必得)'

죽고 사는 바가 다를 것이 없으니 대장부로서 반드시 얻으리라는 뜻이다

수련에 임하는 자신의 각오를 다지는 행위이다

 

샘물 한 모금을 음미하듯 마신 진명은 이불을 접어 바닥에 깔고 단정히 가부좌(跏趺坐) 틀고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시작한다

숨은 내쉬고 들이킴이 흡사 한강의 물을 다 빨아 들이고 내 뱉는 것 같이 유장하다

일흡(一吸)에 천지의 기운이 하단전(下丹田) 으로 쑥 들어오는데 청량하기가 그지없다

또한 일호(一呼)에 몸 안에 쌓여 있던 우중충한 탁기가 그대로 빠져 나간다

바로 제독호흡법(除毒呼吸法)이다

소주천을 운기하고 단공(丹功)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몸 안의 묵은 탁기와 독기를 제거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최적의 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또한 진정한 무도인의 길이리라

그렇게 사흘 밤낯을 미동도 하지않고 물도 벽곡단도 먹지 않은 채 제독신공에 열중하던 진명의 얼굴에 하얀 미소가 떠올랐다

호흡 중 코 끝에서 말리화(茉莉花) 향기가 끝임없이 났기 때문이다

이는 제독신공의 완성을 뜻하며 소주천을 위한 새로운 호흡과 운기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精)을 기화(氣化)시켜 하단전(下丹田)에 모아야 한다

즉 축기(築基)의 단계이다

하단전의 위치는 배꼽 아래ㅔ 있는 무슨 혈 하나가 아니라 배꼽 아래 양신(兩腎) 아래 방광 위 전칠후삼(前七後三) 부위, 즉 배꼽 밑에서 안쪽으로 칠할, 선골에서 안쪽으로 삼할되는 어느 부분이 단전기혈(丹田氣穴)이다.

이 단전기혈이 호흡하는 것을 단전호흡이라 한다.

'축기' 란 기 수련의 기초를 닦는 공부로 밖으로 몸을 닦고 안으로 마음을 닦으면서 호흡으로 단전자리를 닦는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진명은사문이 자랑하는 영약인 귀원단(歸元丹)을 미리 복용한 터라 정이 충실한 상태였다

따라서 호흡과 의념통일(意念統一)로 하단전을 응시하고 단전호흡으로 한곳에 양기(陽氣)를 모아야만 한다

호흡은 내면의 호흡이 저절로 열려서 내 몸이 알아서 스스로 하는 자연적인 호흡이 가장 합리적이다.

호흡은 처음부터 무리하거나 강하게도 하지 말고 처음에는 부드럽게 미세하게 시작해서 점점 가늘고 깊고 길게 이어가다가 다시 부드럽고 미세하게 끝내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이 호흡의 리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동굴 밖에는 가을 바람이 소슬불고 떨어지는 낙엽이 외롭기 한량 없는데 동굴 안 진명은 가볍게 몸을 풀고 물 한 표주박과 벽곡단을 씹어 삼킨 후 심기일전(心機一轉)하며 다시 또 깊은 수련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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