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4

초암 정만순 2021. 7. 10. 16:15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천강지 수련에 앞서 진명은 옷깃을 여미며 스승이 계신 도솔산 방향으로 큰 절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덕분에 소주천을 완성했읍니다. 이제 천강지를 단련하고자 하니 스승님께서 도와주십시요"

참으로 스승의 은혜를 아는 예의바른 행동이다

 

진명은 기마자세(騎馬姿勢)를 취한 뒤 한 호흡에 진기를 임독양맥을 주천(周天)한 후 충맥(衝脈)을 이용하여 하단전의 기운을 급격히 양 어깨에 모으고선 서서히 불끈 쥔 주먹을 펼쳐 손가락 마다마디에 진기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각 마디 관절에서 우우웅 소리가 나며 손가락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자발동공(自發動功)인데 이는 손가락 끝까지 진기가 운용되고 있다는 증좌이다

 

 

 

천강지 수련은 구궁연환보와 결합하여 연마하여야 하나 동굴이 낮고 좁은 까닭에 일단 무술의 기본 자세와 결합하여 전개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우선 기마자세를 기립식(起立式) 으로 바꾸며 공력이 가득찬 열 손가락을 바위동굴 천정을 향해 힘차게 박아 넣었다

 '파팍' 하는 소리와 함께 천정에서 무수한 돌가루가 떨어져 내린다

순간 갑자기 자세를 낮추며 동굴 바닥을 향해 십지를 찍어 내린다

그러자 동굴 바닥에도 돌가루가 튀며 작은 구명들이 생겼다

아직 굉장한 위력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처음으로 시도하는 천강지 수련은 성공한 셈이 되었다

그 뒤에도 그는 허보(虛步) 부보(仆步) 독립보(獨立步) 궁보(弓步) 좌반보(坐蟠步) 등으로 자세를 바꿔가며 맹 연습에 몰입했다

 

닷세가 흐른 후 그는 기본 보법과 천강지를 결합한 지법의 운용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다

다음은 회전보(廻轉步)와 천강지의 결합니다

제자리에 서서 뱅뱅 돌면서 전후상하(前後上下) 사방으로 십지를 내밀어 허공과 벽을 치는 것이다 

이 동작 또한 하루만에 익숙해지자 마지막으로 지풍(指風) 발사 연마에 들어갔다

 

 

지풍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손가락 끝에 공력을 집중한 다음 의념(意捻)을 사용하여 진기가 외부로 발출되도록 해야 하는 겄이다

이는 의념과 호흡과 손가락 동작이 일치되지 않고서는 결코 성취할 수 없는 상승무공(上乘武功)이다

그는 스승이 전해 준 구결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되새긴 뒤 가부좌를 하고 지극 정성으로 진기 발출에 몰두했다

그러나 이 단계는 쉽게 그에게 이 경지로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철주야 용맹정진(勇猛精進)하던 열흘 째 새벽녁 오른손 식지(食指) 끝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한가닥 지풍이 벽을 향해 발사되었다

"타앙"

벽에 부딪힌 지풍은 경쾌한 소음을 내며 벽에 작은 흔적을 남겼다

드디어 지풍 발사에 성공한 겄이다

그러나 아직 아홉 손가락이 남았다

일단 원리를 터득한 진명인지라 이틀만에 십지 전부의 지풍 발사에 성공하였고 위력도 점점 더 강해져 갔다

 

그가 이 동굴로 들어 온 지 58일 째.

이제는 이 동굴을 떠날 때가 되었다

이제 도솔산으로 돌아가 구궁연환보와 천강지를 결합한 무공을 연마하면 되는 겄이다

그는 이날 낯 샘물을 크게 들이키고 동굴 안쪽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마이산 산신령이시어. 저는 이제 돌아갑니다"

식지 끝에 공력을 모은 진명은 동굴 벽에다 손끝으로 바위 벽에 일필휘지(一筆揮之)한다

'대도무문(大道無門)' - 위대한 도는 따로 문이 없다네

출관을 기념하는 천강지 석각이다

 

그리고 그는 동굴을 깨끝이 청소한 후 괴나리 봇짐을 메고 올라올 때와 달리 동굴 입구로 몸을 날렸다

한마리 독수리 처름 날아 표표히 떨어져 내리는 그의 모습은 또 한사람의 젊은 고수가 탄생하였음을 알리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