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6

초암 정만순 2021. 7. 11. 16:57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이 때 묘수서의 등 뒤에 서 있던 비천독룡의 오른손이 높이 올라가더니 그대로 묘수서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우직끈' 등판이 부셔지는 소리가 나며 피를 토하던 묘수서의 눈빛에 형언할 수 없는 의아함이 떠올랐다

"어째서 나를 이렇게 커억"

그리고는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나름대로 무림에서 교묘한 도둑질과 정보 수집력으로 행세 께나 하던 한 인간이 이렇게 허무하게 갈 줄이야 어이 알았으리

"카카카 너 놈이 죽어줘야 이 어른의 살길이 생긴단 말이야 그 정도는 미리 알았어야지"

품속에서 병에 담긴 화골산(化骨散)을 꺼낸 비천독룡이 묘수서에 몸에 뿌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치지직' 소리를 내며 몸뚱아리가 녹아 내리더니 한 줌 재가 되어 바람에 날려가고 현장엔 방금 있었던 사건의 흔적은 찿아 볼 수 없었다

 

 

절벽 위를 향해 답공운제(踏空雲梯)의 경공술로 몸을 솟구친 비천독룡은 절벽에 박힌 첫번째 철환(鐵環)을 잡은 후 다시 몸을 솟구쳐 두번째 세번째 철환을 거쳐 마지막으로 몸을 솟구쳐 절벽 중앙의 약간 평평한 돌출부에 올라섰다

"속하 비천독룡 도착하였음을 아룁니다"

그러자 교묘하게 짜맞춘 석문이 크르릉 열리며 동굴 입구가 드러났다

사실 신호탄 연락이 없이 돌출부에 올라설 경우 동굴에 설치된 기관에서 화살과 폭약 등이 날아 오거나 터질 경우 생명을 부지하기 힘든것이다

 

동굴 내부는 자연 동굴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통로를 다듬고 방을 만들었으며 요소마다 기관(機關)이 설치되어 방어와 공격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벽면 중간 중간 감실을 파고 야명주(夜明珠)를 올려두어 실내 광경을 살피는데 큰 불편이 없다

또한 대형 촛대를 세워 불을 밝히고 거울로 벽을 치장하여 불빛이 반사되도록 배려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입구에서 통로를 따라 잠시 들어가면 광장처름 넓은 공간이 나오고 조금 더 들어가면 동굴 내부에 따로 전각을 세워 위엄있는 장식으로 치장한 건물이 있는데 바로 교주가 거처하는 곳이자 집무실이다

명세전(明世殿)이란 현판이 걸린 것으로 보아 이 동굴안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임이 분명하다

 

청룡도를 꼬나든 호위병이 있는 명세전 문 앞에서 비천독룡이 입을 열었다

"속하 좌호법 비천독룡 교주님 존안을 뵈옵니다"

냉엄한 목속리가 문 안에서 들려왔다

"들어 오시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넓은 실내에 대형 화촉이 밝혀져 있고 바닥보다 한 단 높은 대청위에 큰 태사의(太师椅)가 놓여 있어 머리에는 정자관(程子冠)을 쓰고 쌍룡이 수놓인 금포(錦袍)를 입고 손에 백우선(白羽煽)을 든 장한이 앉아 있는데 얼굴을 검은 면사포로 가려 안색을 살필 수가 없다

다만 키가 그리 크지 않고 몸집 또한 비대하거나 깡마르지 않은 인물인 걸 알 수 있는데 목소리로 미뤄볼 때 중년인이 분명하다

 

"그 동안 수고가 많았오 그래 결과는 어떠하오"

"속하 큰 죄를 지었읍니다 임무에 실패하였읍니다. 벌을 내려 주십시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신비인이 입을 연다

"이번 작전이 실패한 주요 원인은 무었이요"

"우선 묘수서의 정보 착오입니다. 그 놈 말에 의하면 금정수를 지키는 사람은 반미륵과 땡중들 몇 뿐이라 하였으나 막상 들이 닥치고 보니 웬 거지같은 놈 둘이 있는데 무공이 예상외로 고강하여 상대하기 벅찬 차에 성수신의 까지 나타나 우리와 대적하니 머릿수로도 밀려 어쩔수 없이 빈손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읍니다"

"흐음 성수신의가 직접 금정수 채취를 위해 나타났단 말이군 그럼 세 불리할 수 밖에 없겠구만. 그런데 묘수서는 왜 안보이는가"

"차마 말씀 드리기 민망합니다. 귀환 도중 이놈이 처벌이 두려운지 아차 하는 순간에 잠적하였읍니다

워낙 재빠르고 지리에도 밝은 놈이라 그 당시에는 추적할 엄두도 내지 못했읍니다"

"뭐라"

신비인이 고함을 치며 손바닥으로 옆에 있는 탁자를 내리치자 두터운 탁자가 견디지 못하고 파삭 부셔진다

"우호법은 당장 형당당주(刑堂堂主)에게 영을 내려 그 쥐새끼를 추포하여 산채로 압송하라 하시오"

"존명(尊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