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8

초암 정만순 2021. 7. 13. 10:14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좌포청(左捕廳) 종사관(從事官) 윤도가 잠든 새벽 녁 그의 사가 담장을 소리없이 타넘은 두 사람이 있었다

상하의 전부를 새카만 경장(輕裝)으로 감싸고 얼굴에도 새카만 복면을 쓰고 있었으며 마침 그 날이 그믐인지라 그 누구라도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릴수 없으리라

그들은 묘보(猫步)로 살금살금 윤도가 잠든 사랑채로 접근하더니 문 창호지에 침을 발라 구멍을 내고 미혼산(迷魂散)이 든 취관(吹管)을 구멍으로 집어 넣곤 '훅" 하고 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윤도가 약에 취해 깊이 잠든것을 확인한 그들은 가볍게 걸쇠를 열고 방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정신없이 곯아 떨어진 윤도의 이마를 일점혈혼이 중지로 가볍게 찍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윤도의 이마에는 좁쌀만한 붉은 점이 하나 찍혀 있을 뿐 이미 그의 두개골 속의 뇌수는 내가중력(內家重力)에 의해 완전히 박살이 나서 영원한 불귀객이 된것이다

최고의 암수들이 흔히 쓰는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인데 일점혈혼의 주특기 가운데 하나이다

그 동안 비천독룡은 장부보관함 자물통을 만능열쇄로 가볍게 따고 윤도가 압수한 육의전 뇌물 장부를 찿아내어 품안에 넣고 다시 자물통을 잠가 감쪽같이 원래대로 돌려 놓았다

"다 되었네 갑세"

그리고 그들은 원래의 경로를 되밟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침해가 떠올라 윤도의 사가를 밝게 비출 때 윤도의 부인은 안체에서 급히 사랑채를 찿았다

평소의 지아비는 항상 해뜨기 전 기침하여 가볍게 운기조식을 한 후 안채에서 부인과 함께 조반을 한후 좌포청으로 출근을 하거나 현장으로 바로 달려 가거나 했었다

오늘 처름 이렇게 늧게까지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경우는 없었던 겄이다

"여보 안에 계세요"

두어번의 부름에도 대답이 없자 부인은 사랑채의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평소처름 단정하게 누워 있는 윤도를 부인은 흔들어 깨웠다

"여보 일어나세요 출근이 늧겠어요"

그러나 아무 기척이 없는 남편을 보곤 무언가 심상찿다는 것을 느낀 부인이 남편의 콧구멍에 손가락을 갖다대었으나 아무런 숨결이 없다

숨이 콱 막혀 기절할것 같은 상태 였으나 부인은 침착하게 대처했다

"게 누구 없느냐"

"예 여기 있읍니다"

마침 앞마당을 비로 쓸고 있던 마당쇠가 황급히 달려왔다

"무슨 분부가 있으신지요"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네. 자네는 급히 좌포청으로 가서 어른신이 세상을 버렸다고 말하고 뒷처리를 부탁한다고 전갈하게"

마당쇠가 부리나케 좌포청으로 내달렸다

 

 

 

좌포청에 도착한 마당쇠는 좌포청장(左捕廳長)에게 주인의 죽음을 알렸다

평소에 신병이 없고 건장한 체구의 소유자인 종사관이 돌연사 했다는 사실에 좌포청이 발칵 뒤집혔다

"무언가 수상합니다 청장님"

포도부장의 말에 청장이 대꾸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어서 한성부에 연통하여 검시관을 파견해 달라 하게"

 

종사관의 집에 도착한 검시관[(檢屍官)은 종사관 시신의 외관상을 살펴 보았으나 별다른 외상이 없자 독살여부릏 파악하기로 했다

검시관들은 구리로 만든 검시척(檢屍尺)과 은비녀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검시의 정밀을 기하고, 독살 여부를 판단하였다

그러나 독살이라는 물증도 나오지 않자 검시관은 심장마비에 의한 돌연사라고 결론을 내렸고 유족들과 좌포청도 이 결론을 받아 들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국 아까운 인물 한명이 비명횡사를 했으나 그겄으로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