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0

초암 정만순 2021. 7. 21. 13:00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술이 두어 잔 들어가자 초우가 마음이 들뜨는지 청아한 음색으로 시를 한수 흛는다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군부견황하지수천상내) 

 奔流到海不復回(분류도해부복회)
君不見高堂明鏡悲白髮(군부견고당명경비백발)  

朝如靑絲暮成雪(조여청사모성설)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千金散盡還復來(천금산진환복내) 

烹羊宰牛且爲樂(팽양재우차위낙)

會須一飮三百杯(회수일음삼백배)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황하의 물이 천상에서 와

바다로 흘러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권문세가의 늙은이가 아침에 푸르던 털이

저녁에 백설같은 백발이 되었음을 거울에서 보고 슬퍼함을.
인생은 득의했을 때 기쁨을 즐길지니,

달밤에 술동이만 흔자 쓸쓸히 놓아 두는 일이 없도록 하라.
하늘은 나의 재주를 반드시 쓸모가 있어서 만들었고,

돈이란 쓰고 나면 다시 또 오느리라.

양을 삶고 소를 잡아 마음껏 즐기나니.

모름지기 한 번 마심에 삼백 잔을 넘길 것이다.

 

이백(李白)의 장진주(將進酒)다

 

 

진명도 시의 내용과 초우의 목소리가 마음에 드는지 그 또한 우렁찬 목소리로 시 한 수를 뽑아낸다

 

"寓形宇內復幾時 (우형우내 복기시)

曷不委心任去留 (갈불위신 임거류)

胡爲乎遑遑欲何之 (호위호황 황욕하지)

富貴非吾願 (부귀비 오원)

帝鄕不可期 (제향 불가기)

 

이 몸이 세상에 깃들일 시간이 얼마가 될지 모르니,

어찌 가고 머무름을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지 않으리.

무엇으로 인해 조급하고 안절부절하며 욕심을 내겠는가.

부귀도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고,

천국에 드는 것도 기대하지 않는데.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중 일부분이다

 

 

 

그러자 초우가 품에서 피리를 끄집어 내는데 비취옥피리다

이 피리로 인해 초우는 훗날 강호무림(江湖無林)에서 옥소선군(玉簫仙君) 이라는 별호를 얻게되는데 그 이야기는 차차 하도록 하자

"삐리리 삘리"

시와 피리소리가 어우러져 흥겨움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 저음의 두탁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 온다 

"좋구나 좋아 참으로 멋진 시와 피리 곡조로군"

깜작 놀란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본다

행색이 완전 거지꼬라지다

봉두난발(蓬頭亂髮)에 다 떨어져 덕지덕지 기운 회색빛 무명옷이며 신고있는 짚신도 새카맜게 쩔었는데 작달막한 키에다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있었다

진명이 말했다

"아니 노인장은 대체 뉘시오"

"보시다시피 거지일세"

"그런데 우리에게 무슨 볼일 이라도 있소이까"

"아따 척하면 삼척이지 지금 배 고프고 목말라 죽을 지경인데 돈이 없지 뭔가 그러니 자비를 베풀어 상하나 차려주게"

참으로 넉살 좋은 거지다

초우가 거든다

"에이 알았수 오늘 새로 형님도 생겼고하니 기분좋게 내가 한턱 내리다 여기 앉으쇼"

그리고 주모를 향해 소리친다

"주모 여기 된장국밥 한 그릇하고 찜닭 한 접시 그리고 홍주(紅酒) 한 병 내오소"

"예 알았심다"

주모도 신이났다 '오늘 장사는 이상하게 잘되네' 하고 속으로 외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