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 109

조선의 조폭 - 劍契와 왈자

조선의 조폭 - 劍契와 왈자 조선사회에도 사회악은 있었다. 검계(劍契)와 왈자(曰字)로 불리던 문제집단이 그들. 군사조직에 가까운 조직과 규율을 갖췄던 검계, 사실상 기방의 운영자였던 왈자. 이들 때문에 조선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한국을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말한 것은 누구던가? 지금 한국을 홍보하는 말로까지 쓰이는 이 센텐스가 나는 자못 불만스럽다. 조용한 아침이라니, 조용하지 않은 아침도 있는가? 딴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조용한 아침 운운하는 말이 어딘가 맥빠진 한국 역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조용한 아침 운운 탓은 아니지만, 역사가들이 그려낸 한국사에서 인간들이 북적대며 살아가는 정경을 상상하기는 실로 어렵다. 어딘가 조용하다. 뭔가 소리가 난다면 그것은 왕실과 사대부에서다. 권력을 ..

조선시대의 도박

조선시대의 도박 ● 노름을 좋아하는 한국인 우리 민족은 참으로 노름을 좋아했던 민족이다. 도박과 동의어인 '노름'이 놀이의 '놀음'에서 파생된 것만 봐도 우리 민족에게 놀이는 곧 도박과도 같았던 것이다. 1902년 주한 이탈리아 대사 까를로 로제티는 한국인의 내기 풍습을 이렇게 말했다. (까를로 로제티, 꼬레아 꼬레아니 p.330) "한국인은 선천적인 도박사이기 때문에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지 잘 안다." "한국인의 도박에 대한 열정은 아마도 천부적으로 간직한 특징인 듯 싶다." "심지어 생필품조차도 직접 구입하기보다도 내기로 구하려 들 정도이니 말이다." 1894년 오스트리아 여행가 헤세 바르텍는 이렇게 말했다. (헤세 바르텍, 조선 1894년 여름 p.169~174) "조선인들은 이웃해 있는 만주인이나..

중국 병법의 결정체 - 삼십육계 (三十六計)

중국 병법의 결정체 - 삼십육계 (三十六計) ' 삼십육계 줄행랑( 走爲上策) ' 이 기록되어 있는 는 무슨 책인가? 는 중국인의 지략을 집대성한 책으로서 저자와 집필 연대는 확실하지 않지만, 대개 5세기까지의 고사를 명나라 말에서 청나라 초기에 수집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1941년 산시성 빈현에서 재발견되어 시류를 타고 대량으로 출판되었다. 저자는 어느 한 사람이 어느 한 시대에 지었다고 볼 수 없고, 중국에서 옛날부터 전해지는 병서의 정수를 모은 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 가 처음 정사에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 남북조 시대의 남제(南齊,479~502년)역사를 기록한 에 '단공의 삼십육 책 중 주위상책 (走爲上策)이 으뜸이다'라는 기록이 시초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책(策..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6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다음 날 아침 묘시 경 길 떠나는 구지신걸과 진명 앞에 일주문 에서 기다리고 있던 초우가 나타났다 "구지노인 요 며칠 못 본 사이 신수가 훤해 졌읍니다 그려. 패랭이에 혁화를 신고 누비옷에 바랑이라니. 그런데 어찌하여 진명 형님과 같이 나셨읍니까" 진명이 말했다 "사실 구지노인과 나는 북향길에 동행할 예정이네 섭섭하지만 동생과 나는 여기서 해어져야 겠지. 확실한 겄은 모르지만 아마 내년 춘삼월 쯤이면 내가 청허궁으로 돌아와 있을테니 여가가 나면 한번 찿아오게나" "그럼 여기서 작별 아니 나는 꼭 두분과 동행할 참이니 말리지 마소 행선지도 북방이라 하니 나와 행로가 같은데 굳이 나를 떼어놓으려 하는 까닭이 무었이요" 구지신걸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 고함을 질렀다 "아니 어린 친구가 왜..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5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어떠냐 가히 이 칠성검법의 위력을 짐작이라도 하겠느냐" "제가 어찌 감히 검법의 위력을 입에 담을 수 있겠읍니까 다만 두려울 따름 입니다" "그렇다 이 검법은 당대 무림 검법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절예이니라 다만 안타까운 것은 스승님의 경우 검강이 두자 가량이었으나 나는 공력이 아직 부족하여 검강 발출이 한자 밖에 되지 않느니라" "아아 조사(祖師)님의 내공은 가히 짐작도 하지 못하겠군요 저도 열심히 수련해야 겠읍니다" "그렇다 나도 스승님 같은 불세출의 고인을 만나 검술을 익히기 수십년이 되었으나 자질이 부족한 탓인지 이 정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너는 내가 판단하건데 타고난 자질이 나보다 나은것 같으니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게야" 이..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4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대인을 믿습니다만 진명이 그만한 중책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염려가 되는군요" "그건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이 곳으로 오는 도중 제자분을 자세히 살펴 보았는데 사람됨이 신중하고 세심할 뿐만 아니라 성품이 곹은 겄이 제 마음에 쏙 들었읍니다 " 어흠 그래요 진명아 너 생각앤 어떠하냐" "스승님의 마음은 잘 알고 있읍니다. 그러나 강호를 유람하며 천하의 산지식을 뱌우고 경험할 이런 기회가 흔한것도 아니니 이번 길에 동행하고 싶습니다" "오호 너 뜻이 그러하다면 내 허락하마 다만 항상 몸가짐을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해야 하느니라" "네 감사합니다 스승님" 이렇게 당사자들 간의 합의는 이루어 졌다 도장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신걸께서는 한 사나흘 선운산 일대를 유람하고 계시지요 그동안 제..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3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백성이 곧 하늘이라 하였고 먹고 사는게 하늘이라 하였는데 굶주려 죽는 민초가 부지기수이니 참으로 통탄할 따름이요" 상인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햤다 "출가인의 한 사람으로서 중생을 위해 무었을 해야 할까 늘 고심하고 있오만 천신께 기도만 드리고 앉아 있자니 참으로 갑갑한 노릇이외다" 신걸이 목이 타는듯 표주병의 술을 한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저희 개방(丐幇)이 비록 거지 집단이긴 하나 의기 하나만은 어느 방파보다도 드높다고 자부하고 있오. 그래서 방주님과 상의 결과 흑백양도(黑白兩道)를 가리지 않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있고 도울 의사가 있다면 천리를 마다않고 찿아가 그 방도를 모색코자 합니다" 상인이 거듭 감탄사를 발한다 "아아 참으로 드높은 기개 입니다. 당연히 저희 삼청궁도..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2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삼청궁 대장로인 함허도장의 거처는 본궁과는 제법 떨어진 바위절벽 틈새에 제비집처름 붙어 있었다 일명 연소굴(燕巢窟) 이라고 했다 목욕재계하고 의관을 단정히 한 진명이 스승께 귀환 보고를 하기위해 연소굴 앞에 나타났다 "스승님 제자 진명이 돌아 왔읍니다" 연소굴 안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 들어 오너라" 선상(禪床) 위에 단정히 앉아 자비로운 미소를 띄고 있는 함허도장의 모습은 흡사 한마리의 학 같았다 흰색 도포를 입고 와룡관을 썻으며 손에는 백우선(白羽扇)을 들었는데 하얀 수염이 배꼽까지 늘어진 모습이다 진명은 큰 절 삼배를 올린 후 꿇어 앉았다 "스승님 그간 옥체건안(玉體健安) 하시옵니까" "허허 무슨 별 탈이야 있겠느냐 그래 너는 공부를 완수하였는가" "네 스승님의 간..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1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거지는 냅다 맨손으로 닭다리부터 뜯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기름 묻은 손을 바지에 썩 닦더니 이번에 술병을 잡고 통나발을 불어재꼈다 이를 지켜 본 초우가 근심스레 말했다 "아이 영감님 숨 좀 쉬 가면서 드세요 이러다 체하겠어요" "허허 내 평생 굶어본 적은 있어도 체해본 적이 없다오 걱정마우" 그러기를 한참만에 어지간히 먹었는지 거지는 '꺼억'하며 트림을 하더니 두 사람에게 말했다 "아이고 고맙소 내 평생 이렇게 맛난 음식은 처음인 것 같소. 그래 두분은 어디로 가는 길이요" "예 저희는 선운산으로 가려 합니다 그런데 영감님은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아이구 이런 우연이 있나 나도 선운산으로 가는 길이라오 그 곳에서 만날 사람이 있다네" 초우가 시원스레 말했다 "..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0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술이 두어 잔 들어가자 초우가 마음이 들뜨는지 청아한 음색으로 시를 한수 흛는다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군부견황하지수천상내) 奔流到海不復回(분류도해부복회) 君不見高堂明鏡悲白髮(군부견고당명경비백발) 朝如靑絲暮成雪(조여청사모성설)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千金散盡還復來(천금산진환복내) 烹羊宰牛且爲樂(팽양재우차위낙) 會須一飮三百杯(회수일음삼백배)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황하의 물이 천상에서 와 바다로 흘러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권문세가의 늙은이가 아침에 푸르던 털이 저녁에 백설같은 백발이 되었음을 거울에서 보고 슬퍼함을. 인생은 득의했을 때 기쁨을 즐길지니, 달밤에 술동이만 흔자 쓸쓸히 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