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41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4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천강지 수련에 앞서 진명은 옷깃을 여미며 스승이 계신 도솔산 방향으로 큰 절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덕분에 소주천을 완성했읍니다. 이제 천강지를 단련하고자 하니 스승님께서 도와주십시요" 참으로 스승의 은혜를 아는 예의바른 행동이다 진명은 기마자세(騎馬姿勢)를 취한 뒤 한 호흡에 진기를 임독양맥을 주천(周天)한 후 충맥(衝脈)을 이용하여 하단전의 기운을 급격히 양 어깨에 모으고선 서서히 불끈 쥔 주먹을 펼쳐 손가락 마다마디에 진기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각 마디 관절에서 우우웅 소리가 나며 손가락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자발동공(自發動功)인데 이는 손가락 끝까지 진기가 운용되고 있다는 증좌이다 천강지 수련은 구궁연환보와 결합하여 연마하여야 하나 동굴이 낮고 좁은 까닭에..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3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그러면 진명의 내공 수련 과정을 제삼자의 눈으로 잠시 살펴보기로 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부터 지니고 있는 선천원정(先天元精)의 양기는 호흡에 의해서 회음을 지나 미골(尾骨 )밑에 있는 미려(尾閭 )로 흘러들어 정지한다. 흐를 때는 뜨거운 것이 찌르르 느껴지므로 알 수 가있다. 만약 희미하게 느껴진다면 아직 양기의 힘이 약한 것이므로 호흡을 잘 조절하여 수련을 쌓아야 한다.​ ​ 양기가 미려까지 흘러 미저골이 뜨거워지면 이번에는 의식을 그곳에 건다. 호흡으로 양기의 흐름이 생기면 미저골(꼬리뼈)이 진동하고, 순식간에 허리 약간 위쪽까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미려를 통과한 것이다. 젊거나 정력이 강한 사람은 미려를 통과하면서 머릿속에 있는 이환(泥丸)까지 단숨에 양기가 올라가기..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2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오막 암굴폐관수련(巖窟閉關修練) - 바위굴에서 관문을 닫고 수련 하나니 맥(脈)이란 인체의 기가 흐르는 통로인데 임독양맥은 인체의 전면으로 흐르는 임맥(林脈)과 인체의 후면으로 흐르는 독맥(督脈)을 말하는 것으로 끊어지거나 막힌 임맥과 독맥의 흐름을 연결하면 곧 소주천(小周天)이 된다 무릇 상승무공(上乘武功)을 연마하고 그 공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주천 운기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인데 진명은 단 두어달 만에 이 어려운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겄이다 그러기 위해서 스승인 청허도장은 폐관수련을 명하였고 수련하기에 가장 알맞는 장소로 숫마이봉 화엄굴을 선택하게된 것이다 그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천강지(天罡指)의 수련이다 천강지는 선도문(仙道門)에서 대대로 전수되는 지공(指功)인..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1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꼬박 하루 낯밤을 화력 조절에 매진하던 성수신의의 얼굴에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새벽에 드디어 만보단 고약이 만들어진 겄이다 단로의 문을 열고 고약의 상태를 확인한 신의의 득의만만한 표정이다 "이제 환의 모양을 만들고 포장할 일만 남았네" 신의는 손을 뻗어 탁자에 놓인 요령을 가볍게 흔들었다 "딸랑 딸랑 딸랑" 그러자 제단실 옆방 다실에서 운기조식하고 있던 만공상인과 반미륵 그리고 광뇌권과 옥면수사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드디어 제단에 성공하신 모양이구려. 경하드립니다" 만공상인도 만면에 웃음기를 띄며 인사를 드린다 "예 이제 환의 모양을 만들고 금박을 입히기만 하면 이 일이 끝날 것 같습니다 허허" "거기 전각 밖에서 수고하는 스님 중 한분이 떡갈나무 잎 하나를 따다 주시겠소" "..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10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사막 영단탄생(靈丹誕生) - 신비한 영단이 드디어 만들어 지다 그렇게 어수선한 하룻밤이 지나고 새벽이 밝았다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천수경(千手經)을 낭송하며 도량석을 하는 스님의 낭낭한 음성이 안도감을 안겨주는 하루의 시작이다 모든 업의 시작은 구업(口業)으로 부터 시작되니 경을 낭송함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입을 깨끗이 하는 진언(眞言)을 낭송하는 것이다 거의 밤샘을 하며 요사채와 금정을 들락거리던 반미륵은 지하통로를 통해 또 다시 금정의 상태를 살펴본다 도량석이 막 끝나갈 무렵 용케도 금정수가 용출되는 순간이 찿아왔다 "보글 보글 보글" 금빛 찬란한 금정수의 출현에 반미륵은 기쁨의 환호를 지른다 "신의님 빨리 와 보세요 금정수가 솟아나요" 단좌하여 운기..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9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그렇게 장신괴한과 광뇌권 간에 욕설과 주먹과 장풍이 오고가는 사이 스님들은 휘파람 삼성으로 적을 만났다는 사실을 전각에 은신한 우군에게 알렸다 그와 동시에 수종삼승(水鐘三僧)은 복면흑의인 세 명을 삼각형으로 둘러쌌다 "이놈들 꼼작마라 칼을 버리고 항복하면 부처님의 자비심으로 목숨만은 살려주마" "미친 중놈들 같으니. 길고 짧은건 대봐야 안다는데 우리가 먼저 지옥으로 보내주마" 이쪽도 여간 살벌한 분위기가 아니다 세 스님 중 사형(師兄)인듯한 스님이 구령을 내렸다 "삼재봉진(三才棒陳)을 펼치게" 삼재봉진은 함월산 골굴사 선무도(禪無道)의 삼십육절예(三十六絶藝) 가운데 하나인 십이봉진(十二棒陳)을 변형 시킨 봉진법으로 열두명의 인원으로 공수를 전개하는 십이봉진과 달리 세명이 전게하는 ..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8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 삼막 풍운시동(風雲始動) - 바람과 구름이 비로소 움직이나 흉도들의 침입에 대비한 방어와 금정수 채취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성수신의, 반미륵 그리고 광뇌권과 옥면수사가 엄숙한 얼굴로 빙 둘러 앉은 요사채 다탁 위에는 어제와 달리 큼직막한 양피지로 만들어진 지도 두 장이 펼쳐져 있었다 예봉산과 자하곡 그리고 운길산 수종사 일대의 상세 지형도와 세정사 건축 도면이다 반미륵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예봉산 적갑산 운길산 삼 산의 능선이 세정사를 둥글게 감싸고 있기는 하나 험난한 고봉들이 아닌지라 자하곡으로 들어오는 수 많은 길이 있읍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길목마다 일일이 수종사 스님들을 배치하여 금정수 채취 기간 중의 방문객이나 침입자를 제지하거나 체포할 수는 없읍니다. 그래서 일..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7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한편 수종사 방장의 거처인 수류화개실(水流花開室)에서는 방장스님인 만공상인(滿空上人)과 성수곡(聖手谷) 곡주인 성수신의(聖手神醫) 서갑득이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만공상인은 중국 소림사와 비견되는 조선불교무공의 진산인 함월산(含月山) 골굴사(骨窟寺) 무승(武僧) 출신으로 젊은 시절 무술 수련 시 가장 촉망받는 인재로 알려졌으며 골굴십이관문(骨窟十二關門)을 통과하여 불문무공(佛門武功)의 정통을 계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가 쉰 일곱이요 법랍(法臘)이 마흔 다섯이니 나이 열두살에 불문에 몸을 의탁했던 셈이다 특이한 모습은 얼굴은 대추빛으로 붉은데 두 눈섭이 하얘서 백미상인으로도 불린다 그와 마주 앉은 성수신의는 자그마한 키에 단아한 모습을 한 중년인인데 둥근 얼굴에 연신 미소를 ..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6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제삼막 무산현일(霧散現日)- 안개가 흩어지니 햇빛은 비치고 다관에 물이 끓고 있는 사이 셋 사이의 대화는 이어진다 광뇌권이 말문을 열었다 " 실은 저희는 종중의 명을 받고 묘수서라는 인물을 추포하러 왔읍니다" " 아니 묘수서라면 그 유명한 도적이 아닙니까. 그 자를 추포하는 것과 우리 절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겝니까" "아시겠지만 천하의 공적인 묘수서를 잡기위해 우리 운남종은 조직적으로 움직여 왔읍니다 그런데 지령에 의하면 최근 묘수서의 행적이 두물머리 근방에서 포착되었는데 정보를 분석한 결과 세정사에 잠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반미륵은 곡차를 서너모금 꿀꺽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우리 절에 무슨 값나가는 보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얼 노리고 그 놈이 이 곳에 잠입한다는 게..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5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그러자 법당 안에서 퉁명스런 답변이 들려왔다 "그 누구시오 우리 절은 당분간 시주를 받지 않습니다" " 스님 긴요히 상의할 일이 있어 뵙기를 청하니 문을 열어 주시겠읍니까" "관심 없으니 시주님은 시주님 갈 길을 가길 바라오" 이런 식의 언쟁이 서너번 오고 간 뒤 갑자기 법당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스님이 대웅전 앞에 화난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그 모습이 참으로 괴이하다 일단 육척 장신에 살이 디룩디룩 쩌서 머리와 기슴이 붙어버려 아예 목이 없다시피 하고 배는 남산 만한데 스님이 수염을 길러 배꼽까지 내려오는데 나이는 얼추 서른 대여섯살 먹은것 같다 예리한 눈빛이 형형하여 섬뜻한 느낌이 들 정도인데 왼손에 든 여의방편산을 연신 바닥에 내리 찍는다 "본 승이 자비로서 말을 할 때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