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食 漫步/잡초 밥상

쇠비름

초암 정만순 2018. 5. 28. 09:23




쇠비름

간에게 왕성한 생명력을 주는 최고의 잡초

쇠비름

쇠비름과. 돼지풀이라고도 한다. 1년생 초본이며 종자로 번식한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들이나 밭에서 자란다. 6~10월에 개화한다. 가지 끝에 달리는 꽃은 황색이다.



1만 6천 년 전 구석기 시대에 존재했던 그리스의 어느 동굴에서 쇠비름씨가 발견되었다. 쇠비름이 인류가 일찍부터 식용했던 식물 중 하나임이 증명된 셈이다. 쇠비름을 먹자. 쇠비름은 건강한 생명을 유지해주는 고마운 잡초다.

2005년부터 잡초식을 시작했던 나는 2009년에 이르러 쇠비름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다른 밭에 있는 쇠비름에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농사짓는 밭의 풀은 먹지 않으니까. 나는 연두농장의 밭에서 나는 쇠비름만 먹는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재배작물도 맛의 차이가 나거늘 잡초라고 다르겠는가? 일요일 아침. 뭔가 특별한 찬거리가 없을까 하고 농장을 둘러보다가 쇠비름을 뜯었다. 고구마 밭에 널려 있는 게 쇠비름. 고구마랑 색깔이 비슷해서 고구마 새끼 줄기로 착각할 만도 하다.

쇠비름은 그냥 먹으면 토끼와 돼지도 먹지 않을 정도로 맛이 없다. 쇠비름을 뜯으면서 개비름도 뜯었다. '개'자가 앞에 들어가는 것은 대개 사람들에게 '하찮은 것'으로 취급당하는 것들이다.

잡초도 하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마당에 '개'자까지 붙어 있으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도저히 음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온 모양이다. 비름은 비름이되 인간의 입맛에 좋은 비름이 있고, 독특한 맛으로 인간을 현혹시키지 못한 개비름도 있지만 개비름도 '비름'인 만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생명력이 매우 강한 쇠비름은 식물의 영양제로도 사용된다. 쇠비름을 꾸준히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여 일명 '장명채()'라고도 한다.

천연영양재로 쇠비름을 사용하려면 쇠비름을 모아서 흑설탕에다 똑같은 중량으로 담는다. 여름에는 일주일 뒤에 뒤집어준다. 가급적이면 자주 뒤집어야 한다. 그래야 곰팡이가 피지 않고 쇠비름 줄기를 잘 절일 수 있다. 이렇게 숙성시키면 쇠비름에서 진액이 빠진다. 그것을 쇠비름효소로 사용한다. 오래 숙성시킬수록 쇠비름의 정액을 뽑아 맛있고 영양 많은 효소를 만들 수 있다. 쇠비름이 많이 나는 한여름에 숙성시켰다가 다음 해 농사에 이용한다. 그뿐 아니라 기력이 떨어질 때 물에 타서 마시면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쇠비름은 또 악창과 종기를 치료하는 데도 놀랄 만큼 효험이 있다. 쇠비름은 흔히 '오행초()'라고도 불린다. 다섯 가지 색깔을 갖고 있어 그 안에 오행이 모두 담겼다는 뜻이다. 붉은 줄기는 , 까만 열매는 , 초록색 잎은 , 하얀 뿌리는 , 노란 꽃은 를 가리킨다. 이렇듯 음양오행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기를 모두 품은 잡초가 바로 쇠비름이다. 쇠비름에 오메가3라는 필수지방산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로 쇠비름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쇠비름을 밭에서 찾지 않고 건강보조식품 회사에서 만든 가공품을 먹는다. 밭에 그렇게 널리고 널렸는데도.

장수에 도움이 된다하여 장명채라는 이름을 가진 쇠비름은 뇌활동을 원활하게 하여 치매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줄여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쉽게 지치는 당뇨병 환자에게 미네랄과 비타민을 충분히 공급하고, 혈당치는 떨어뜨리지만 몸의 기운을 빼는 게 아니라 생명력을 왕성하게 해주므로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는 즙을 내어 먹거나 말린 것을 우려서 매일 마시면 효과를 본다. 항암제로서 좋다고 하지만 이는 거의 모든 잡초들이 가지고 있는 약성이다. 쇠비름을 끓인 물에 발을 담그면 습진이나 무좀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먹자]

쇠비름을 말끔히 씻어 접시에 담고, 개비름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다. 거기에 농장에서 따온 방울토마토 두 알을 올려놓으니 색깔이 좋아 보인다. 잡초는 대체로 봄에 어린잎을 따서 먹는다. 여름에는 쇠어버린다. 하지만 쇠어버렸다고 해서 못 먹는 것은 아니다. 입에 부드럽지 않을 뿐이다. 뽀얗고 통통한 영계가 인기가 많듯 잡초도 어린순를 선호한다. 요즘에는 새싹들이 인기가 더 좋지만 좀 억센 것들이라도 살짝 데쳐서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사람 입맛에 덜 달라붙더라도 요리하기 나름이니까. 날것으로 먹어도 좋고, 소스를 얹어 먹어도 좋다.

소스는 특별한 게 아니다. 입맛에 따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료에 따라 만들면 된다. 우선 내 집에 뭐가 있나 뒤져본다. 무농약 사과 주스 한 봉지가 있고 옥수숫가루가 있다. 사과 주스에 옥수숫가루를 넣는다. 호두, 잣, 검은깨, 참깨가 있어서 영양을 고려해 조금 넣었더니 사과 주스가 좀 달다. 나는 단 것을 싫어해서 토마토를 넣어 단맛을 희석했다. 그리고 믹서에 한 번 쫙 갈았다. 색깔이 멋지다. 맛은 더욱 기가 막히다. 물론 그냥 먹어도 된다.

쇠비름 날 것을 소스에 담갔다가 먹으면 쇠비름의 맛과 소스가 잘 어우러진다. 입 안에서는 각각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살짝 데친 개비름은 사실 소스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소스의 맛이 개비름 맛을 압도하니까. 소스 외에 또 다른 맛을 느끼고 싶다면 된장을 약간 넣어 버무리면 된다. 된장은 모든 나물에 최고의 양념이다. 저염식을 고려해서 된장의 향이 약간 날 정도만 넣어보라. 거기에 참기름을 살짝. 쇠비름과 기름의 윤기가 잘 어우러진다. 생 쇠비름보다 데친 것이 맛나다. 쇠비름이나 비름나물은 된장과 찰떡궁합이다. 이것을 그냥 먹기도 하지만 나는 날 김에 쌈해서 먹는다.

염분이 조금 들어간 터라 날 김과 함께 먹으면 염분의 맛은 감해지는 반면 김의 향기는 더해진다. 쇠비름은 김치나 물김치를 해먹어도 좋다. 열무김치 담그듯이 하면 된다. 쇠비름만으로 해도 좋고 열무에 쇠비름을 섞어도 좋다. 초고추장을 만들어서 버무리기도 한다. 하지만 초고추장의 신맛이 강하면 제 맛이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쇠비름의 독특한 맛, 즉 시원하고 쌉쌀한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양념을 삼삼하게 한다.

초고추장에 쇠비름을 무치면 돌나물과 비슷하다. 초고추장 버무림은 입맛을 돌게 할 때 먹으면 좋다. 여기에 통밀국수를 삶아서 비벼 먹으면 더 맛있다. 쇠비름을 삶아서 된장 약간과 마늘 으깬 것을 넣고 참기름을 조금 넣어 무치면 쇠비름의 시원한 맛이 살아나는 나물반찬이 된다. 쇠비름을 데쳐서 말려 두었다가 겨울에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 말릴 때는 우선 줄기를 훑어 잎을 모두 떼어내고 줄기만 남게 하여 끓는 물에 술이나 중조를 넣고 삶는다.

다 삶아지면 뜨거울 때 꺼내 그물망을 펼쳐 놓고 햇볕에 여러 날 말린다. 나물로 할 때는 말린 것을 삶아낸 다음 몇 번씩 물을 갈아 주면서 불려 조리한다. 대파를 이용한 방법도 있다. 대파는 흰 부분을 4센티미터로 썰어 길이대로 채를 썬다. 고춧가루에 간장을 넣어 갠 다음 설탕과 식초를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 준비한 쇠비름을 대파와 마늘과 함께 무치고 소금과 통깨를 넣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쇠비름 - 간에게 왕성한 생명력을 주는 최고의 잡초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약이 되는 잡초음식), 2011. 12. 16., 도서출판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