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정
해표법(解表法)은 사기(邪氣)가 바깥에 있고 몸속으로 침투하지 않은 경우에만 사용한다. 만약 피부 표면에 사기가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몸 안에 병증이 나타나면 먼저 표증(表證)을 치료한 다음에 이증(裏證)을 치료한다. 지난 호에 소개한 신온해표(辛溫解表) 약물은 풍한표증(風寒表證)에 쓰이는 반면, 신량해표(辛凉解表) 약물은 풍열표증(風熱表證)에 쓰인다. 풍열표증의 대부분은 풍열(風熱)이나 온조(溫燥)의 사기(邪氣)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열이 심하고, 가볍게 오한(惡寒)이 나며, 땀이 나거나 갈증이 심하다. 혀끝은 빨갛고, 맥이 대단히 빠르게 뛰는 것이 주증(主證)이 된다. ‘은교산(銀翹散)’은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의 풍열표증에 명약이다. 대부분 풍열표증의 주증에는 금은화, 연교, 우방자, 상엽, 감국, 박하, 시호, 갈근, 마황, 석고 등을 선택하여 군약(君藥)으로 쓴다. 이 약재들은 청열해독(淸熱解毒)과 소산풍열(疏散風熱)의 효능이 있다. 방향(芳香)은 폐경(肺經)의 사열(邪熱)을 발산하고, 심장과 위장의 열독(熱毒)을 청열하게 한다. 신량해표법의 처방 중에 배합하여 군약의 작용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신약(臣藥)으로는 박하, 우방자, 형개수, 담두고, 연교, 백지, 강활, 황금, 석고 등이 있다. 박하의 성미는 신량하고, 풍열을 소산(疏散)시키며, 기기(氣機)를 소리(疏理)시킨다. 따라서 풍열표증의 경증(輕症)에 신약으로 삼는다. 박하와 우방자를 함께 쓰면 소산풍열과 청열이인(淸熱利咽)의 작용이 증강된다. 인후불리(咽喉不利)하거나, 심하여 비조(痺阻)가 되었을 경우에는 청열이인법(淸熱利咽法)을 겸용한다. 주로 현삼, 맥문동, 패모, 상백피, 우방자, 길경, 감초 등을 쓴다. 또한 신량해표법에는 항상 감초를 사약(使藥)으로 쓴다. 감초는 모든 약물을 조화시키는 효능 외에도 해표 약물이 지나치게 신산(辛散)하는 것을 억제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폐 질환에 쓰는 약물은 경청(輕淸)한 것을 이용하는데, 너무 달이면 맛이 후하게 되어 중초(中焦)로 들어가 버린다. 신량해표 약물의 대부분은 질경상부(質輕上浮)하므로 오래 달이지 말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향기가 많이 날 정도로 달이는 것이 좋다. ◎ 변증(辨證) 병의 증상과 증후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변증(辨證)이라고 한다. 발열, 미오풍한(微惡風寒), 무한(無汗) 혹은 유한(有汗), 구갈, 설첨홍(舌尖紅), 태박백(苔薄白), 맥부삭(脈浮數)은 풍열표증의 주증이다. 온열사기(溫熱邪氣)와 위기(偉氣)가 서로 다투면 양(陽)이 성하여 발열한다. 이로 인해 기표(肌表)가 공허하면 미오풍한(微惡風寒)하고, 열이 성하여 진액을 손상시키면 구갈·설첨홍·태박백·맥부삭 등 표열증의 설상(舌象)과 맥상(脈象)이 나타난다. 풍열이 폐기(肺氣)를 침범하여 폐열이 왕성해지면 해수(咳嗽)와 인통(咽痛)이 나타나고, 풍열이 눈·코·입·귀의 청규(淸竅)를 어지럽히면 두통이 나타난다.
◎ 입법(立法) 변증이 되면 처방 약물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를 입법이라고 한다. 풍열표증에서의 입법은 신량해표, 청열해독이다.
◎ 처방(處方) 입법이 되면 군약, 신약, 좌약(佐藥), 사약의 배합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약물과 양을 정한다. 이를 처방이라고 한다.
◎ 처방례 은교산 군약 : 금은화 9그램, 연교 9그램 신약 : 박하 6그램, 우방자 9그램, 형개수 5그램, 담두고 5그램 좌약 : 죽엽 4그램, 노근 9그램, 길경 6그램 사약 : 감초 5그램 ▶ 복용법 : 원방(元方)의 배합에 비례하고, 병정(病情)을 참작하여 용량을 증감한다. 물에 달여 복용하기도 하고, 환제(丸劑)나 산제(散劑)로 복용하기도 한다. ▶ 처방 해설 : 방(方) 중에 금은화와 연교는 성미가 신량하고, 투사청열(透邪淸熱)의 효능이 있으며, 방향이 해독하므로 주증을 치료하기 위한 군약이 된다. 특히 연교는 청열강화해독(淸熱降火解毒)의 효능과 함께 창가(瘡家)의 명약이라 일컬어져 왔다. 금은화와 조화를 이루어 풍열을 소산시키고, 청열해독하는 효능을 발휘함으로써 풍열표증을 치료한다. 죽엽과 노근은 성미가 감한(甘寒)하여 생진(生津)·청열지갈(淸熱止渴)시키며, 길경은 폐기를 승제(升提)시켜 지해이인(止咳利咽)하게 하므로 좌약이 된다. 감초는 모든 약물을 조화시키므로 사약이 된다.
<참조 : 『한약 처방의 구성 원리』, 영림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