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정
병이 표(表)에서 이(裏)로 들어간 것을 치료하는 방제(方劑)를 전통의학에서는 청열제(淸熱劑)라고 한다. 그 중에서 서열(暑熱)을 치료하는 방제는 청열거서제((淸熱祛暑劑)라고 부른다. 서(暑)는 육음(六淫)의 하나로 여름철의 주된 기운이 되고, 화열(火熱)에 속한다. 따라서 서열의 사기가 인체에 침범하면 그 전변이 신속하여 직접 기분(氣分)으로 들어가서 양열항성(陽熱亢盛)하게 되므로 고열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서열(暑熱)의 사기가 주리(理)를 핍박하여 성글게 하므로 진액이 밖으로 배설되어 다한(多汗)의 증상도 나타난다. 땀이 지나치게 나면 구갈, 설조(舌燥), 뇨적(尿赤) 등의 증상도 수반되므로 음료를 스스로 찾게 된다. 서기(暑氣)는 심(心)으로 통하는데, 서열의 사기가 위로 심신(心神)을 소란하면 심번불녕(心煩不寧)이 나타나고 사열이 상증(上烝)하면 두통목적(頭痛目赤)이 나타난다. 열이 성하여 기가 옹체(壅滯)되면 기침 증상이 나타나고, 맥이 홍대(洪大)하게 된다. 이 중에서 고열, 다한, 번갈, 맥홍(脈洪)이 주증(主症)이다. 또한 여름철에는 비가 많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는데, 이것이 호흡에 영향을 미쳐서 습열이 증등(蒸騰)하는 기에 의해 유발된다. 즉, 서사(暑邪)로 병이 되면 보통 습사(濕邪)를 끼고 몸에 침입하는데, 옛 사람들은 이를 서다협습(暑多挾濕)이라고 하였다. 서습내울(暑濕內鬱)하여 삼초(三焦)에 퍼지게 되면 기기(氣機)가 막히고 승강(升降)이 정상을 잃으므로 신중흉비(身重胸), 구오설사(嘔惡泄瀉) 등이 나타난다. ◎ 변증(辨證) 병의 증상과 증후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변증이라고 한다. 거서법(去暑法)은 서열증(暑暑熱)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신열구갈(身熱口渴)은 심하지 않고 두목불청(頭目不淸)과 혼현미창(昏眩微脹), 설담홍(舌淡紅), 태박백(苔薄白)의 증상은 서사(暑邪)가 폐경의 기분(氣分)을 상한(傷寒)한 경증(輕症)이다. 서(暑)가 폐경의 기분을 상하면 그 사기는 오히려 얕은 부위에 있고 병이 가벼우므로 신열구갈은 심하지 않다. 또한 설질이 담홍하고 설태가 박백한 것은 사기가 얕고 병이 가벼운 징조다.
◎ 입법(立法) 변증이 되면 처방 약물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를 입법이라고 한다. 청열거서법에서의 입법은 거서청열(祛暑淸熱)이다.
◎ 처방(處方) 입법이 되면 군약(君藥), 신약(臣藥), 좌약(佐藥), 사약(使藥)의 배합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약물과 양을 정하게 된다. 이를 처방이라고 한다.
◎ 처방례 ▶ 청락음(淸絡飮) 군약 : 선금은화(鮮金銀花) 9그램, 선편두화(鮮扁豆花) 6그램 신약 : 서과취의(西瓜翠衣) 6그램, 사과락(絲瓜絡) 6그램 좌약 : 선하엽변(鮮荷葉邊) 6그램, 선죽엽심(鮮竹葉心) 6그램 ▶ 복용법 :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 처방 해설 : 처방 중에 선금은화는 성미(性味)가 경량(輕凉)하고, 방향(芳香)이 있으므로 거서청열하는 작용을 한다. 선편두화의 방향은 서사(暑邪)를 청산(淸散)하게 하므로 같이 군약이 된다. 서과취의는 청열해서(淸熱解暑)하고, 사과락은 청폐투락(淸肺透絡)하므로 같이 신약으로 삼았다. 여기서 서과취의를 같이 배합하는 것은 서열상폐로 사기(邪氣)가 기분(氣分)에 있는 경증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선하엽변을 사용하는 것은 거서청열하는 중에 흩어지도록 하는 의미를 가진 것이다. 선죽엽의 심(心)을 사용하는 것은 서사는 심(心)에 먼저 침입하므로 선죽엽심으로 청심하고 수도(水道)를 이롭게 하기 위한 의미로 두 가지 약물은 좌약이 된다. 처방 중에 신선한 약물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 기미의 방향을 취하여 청해서사의 효능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함이다. 서병(暑病)은 습(濕)을 끼는 경우가 많으므로 처방을 구성할 때는 청열거서의 약물과 거습(去濕)의 약물을 함께 사용한다. 그러나 서와 습의 주차(主次)를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만약 서가 중(重)하고 습이 경(輕)하면 습이 열로 화(化)하기 쉬우므로 거습의 약물을 지나치게 쓰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성(燥性)이 진액을 상하게 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습이 중하고 서가 경하면 감한(甘寒)한 거서의 약물을 지나치게 써서는 안 된다. 이는 음유(陰柔)한 성(性)이 습을 막기 때문이다. < 참조 : 『한약 처방의 구성 원리』, 영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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