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태
고삽법(固澁法)의 하나인 삽장고탈제(澁腸固脫劑)는 대사(大瀉)와 구리(久痢)의 병증을 치료하는 처방의 구성법이다. 구사구리(久瀉久痢)는 비(脾)와 신(腎)의 양허(陽虛)로 인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비장은 운화(運化)를 주관하고, 신장은 이변(二便)을 담당한다. 구사부지(久瀉不止)하면 반드시 중양(中陽)이 상하여 중초(中焦)가 허한(虛寒)해지고, 운화가 무력해진다. 또 승청강탁(升淸降濁)이 실조(失調)되어 청기재하(淸氣在下)와 칙생손설(則生泄)의 증상이 나타난다. 아울러 사리(瀉痢)가 오래되면 신양허약(腎陽虛弱)과 함께 비장(脾臟)도 더욱 허(虛)해지면서 사리 증상이 오랫동안 낫지 않는다. 구사구리(久瀉久痢)의 주증은 대변이 활탈불금(滑脫不禁)하거나, 오변설사(五便泄瀉)의 변질(變質)이 묽으면서 가는 것이다. 또 냄새가 나지 않고, 변에 농혈(膿血)이 섞여 나온다. 색은 암적색(暗赤色)이고, 선명하지 않다. 설태(舌苔)는 담백(淡白)하고, 맥(脈)은 침세(沈細)하다. 또한 비위의 양허로 통섭(統攝)이 무권(無權)하면 관문(關門)이 불금(不禁)하므로 대변이 활탈불금하게 나타난다. 아울러 하원(下元)이 허냉(虛冷)하면 기혈(氣血)이 불화(不和)하여 변에 농혈(膿血)과 색암불선(色暗不鮮), 기기불취(其氣不臭) 등이 나타난다. 따라서 삽장고탈제 약재를 배합할 때는 비신(脾腎)의 허한으로 인한 사리일구(瀉痢日久)와 활탈불금 등의 증상에 적절한지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 변증(辨證) 병의 증상과 증후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변증이라고 한다. 삽장고탈제의 주치(主治)는 구사구리다. 구사구리의 주증(主症)은 대변활탈불금(大便滑脫不禁), 복통희온희안(腹痛喜溫喜按), 일야무도(日夜無度), 설담태백(舌淡苔白), 맥침세침지(脈沈細沈遲)다. 비위허한(脾胃虛寒)하면 관문(關門)이 불리(不利)하여 장(腸)이 고섭기능(固攝機能)을 잃는다. 따라서 대변의 활탈불금과 복통희온희안 현상이 나타난다. 또 하초(下焦)가 허한하면 기체(氣滯)로 인한 기혈불화(氣血不和)로 하리적백(下痢赤白), 변농혈(便膿血), 이급후중(痢急後重), 제복여통(臍腹痛) 증상을 보인다. 그밖에 비(脾)가 건운(健運)하지 못하면 식소(食少)하게 되고, 양기가 부족하면 권태 증상이 나타난다. ◎ 입법(立法) 변증이 되면 처방 약물을 선택하는데, 이를 입법이라고 한다. 구사구리 주증의 기본 입법에서 선택되는 약물은 삽장고탈하고, 온보비신(溫補脾腎)하는 효능을 지닌 약재가 된다. ◎ 처방(處方) 입법이 되면 군약(君藥), 신약(臣藥), 좌약(佐藥), 사약(使藥)의 배합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약물과 양을 정한다. 이를 처방이라고 한다. 삽장고탈제의 처방은 비와 신의 허한으로 인한 사리일구(瀉痢日久)와 활탈불금의 증세에 적용한다. 일반적으로 삽장지사(澁腸止瀉)와 온보비신 약물을 서로 배합한다. 여기에다 행기지통(行氣止痛)과 익양음혈(益陽陰血)의 약물을 추가하여 비신허한(脾腎虛寒)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구성한다. ◎ 처방례 ▶ 진인양장탕(眞人養臟湯) 군약 : 앵속각(罌粟殼) 20그램, 육계(肉桂) 6그램 신약 : 육두구(肉豆), 가자(詞子), 백출(白朮) 각 12그램, 인삼(人蔘) 6그램 좌약 : 당귀(當歸), 목향(木香) 각 9그램, 백작약(白芍藥) 15그램 사약 : 구감초(灸甘草) 6그램 ▶ 복용법 : 위의 약을 1첩으로 하여 물로 달여 하루 3번 나누어 복용한다. ▶ 처방 해설 : 삽장고탈제는 냉열(冷熱)이 조화롭지 못해 생긴 적백리(赤白痢)에 피고름이 섞여 나오고, 배가 아프며, 설사가 오랫동안 낫지 않는 증상에 적용한다. 처방 약재 중에 앵속각은 대장경과 신경에 작용하여 삽장고탈증에 직접적으로 효능을 발휘한다. 육계는 신경(腎經), 비경(脾經), 심경(心經), 간경(肝經) 등 4경에 작용하여 온신완비(溫腎暖脾)한다. 이 두 가지 약을 배합하면 표(標)와 본(本)을 겸고(兼顧)하게 되므로 주증을 치료하는 군약이 된다. 육두구는 육계의 기능을 돕는다. 가자와 같이 배합하면 삽장지사하여 앵속각의 효능을 돕는다. 인삼과 백출은 익기건비(益氣健脾)한다. 따라서 이 네 가지 약물이 같이 배합되어 신약이 된다. 당귀는 양혈화영(養血和營)하고, 목향은 조기도체(調氣導滯)와 지통(止痛) 작용이 있어 좌약이 된다. < 참조 : 『한약 처방의 구성 원리』, 영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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