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태
고삽법(固澁法)의 하나인 삽정지유제(澁精止遺劑)는 유정(遺精)과 유뇨증(遺尿症)을 치료하는 처방의 구성법이다. 정(精)은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이다. 인체의 생장 발육과 각종 기능 활동의 물질적 기초가 된다. 또 신(腎)은 정을 간직하고, 주관한다. 즉, 오장육부의 정을 받아 갈무리한다. 따라서 신정(腎精)을 지나치게 밖으로 배설하면 신체에 문제가 생긴다. 유정은 꿈에서 정액을 흘리는 몽유(夢遺), 꿈과 관계없이 정액을 흘리는 활정(滑精)으로 나뉜다. 몽유는 증상이 매우 심한 상태이고, 활정은 비교적 가벼운 상태다. 고삽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정의 병인(病因)은 대부분 신허불장(腎虛不藏)에 의한 것이 많다. 여기에다 조혼(早婚), 방사과다(房事過多), 평소에 신휴(腎虧)하여 신허불장하는 경우에도 유정의 증상이 나타난다. 유정과 유뇨증의 주증은 요슬산연(腰膝軟), 현훈이명(眩暈耳嗚), 설담태백(舌淡苔白), 맥세약(脈細弱) 등이다. 유뇨증에서는 뇨빈(尿頻), 뇨다(尿多), 뇨색청백(尿色淸白) 등이 동시에 나타난다. 또 신허불장으로 정관(精關)이 불고(不固)하면 유정활설(遺精滑泄)의 증상을 보인다. 특히 정관불고로 인해 활정이 오래 되면 음(陰)의 손상이 양(陽)에 영향을 미치면서 명문지화(命門之火)가 쇠(衰)하게 된다. 동시에 형한지냉(形寒肢冷), 정냉(精冷), 면색무화(面色無華), 설담(舌淡), 태백활(苔白滑) 등의 증상이 겸해서 나타난다. 따라서 삽장지유제 약재를 배합할 때는 신허불고(腎虛不固)로 인한 유정과 유뇨(遺尿) 치료에 적절한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특히 심간화(心肝火)가 성(盛)하거나, 하초습열(下焦濕熱)로 인해 나타나는 유정에는 반드시 청열법(淸熱法) 또는 조습법(燥濕法)을 사용해서 치료해야 한다. ◎ 변증(辨證) 변증은 외부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症狀)을 종합하여 증(證)을 구분하는 것이다. 삽정지유제의 주증(主症)은 신허불고로 인한 유정활설((遺精滑泄), 설담태백(舌淡苔白), 맥세약(脈細弱)이다. 신피핍력(神疲乏力)한 것은 기허(氣虛)를 겸한 징후이다. 사지산연(四肢軟), 요슬이명(腰膝耳嗚)은 차요(次要)의 증상이다. 신허(腎虛)로 봉장(封藏) 기능을 잃으면 정관불고(精關不固)하여 유정과 활설(滑泄)하는 증상을 보인다. 또 정휴손(精虧損)이 되면 기(氣)가 약해져 신피핍력, 사지산연 등이 나타난다. 아울러 신정휴허(腎精虧虛)하면 슬산(膝)의 증상을 보인다. 그밖에 신정(腎精)이 부족하면 수해(髓海)가 공허하게 되면서 이명 증상이 나타난다.
◎ 입법(立法) 변증이 되면 처방 약물을 선택하는데, 이를 입법이라고 한다. 유정과 유뇨 주증의 기본 입법은 고신삽정(固腎?精)하는 효능을 지닌 약재가 된다.
◎ 처방(處方) 입법이 되면 군약(君藥), 신약(臣藥), 좌약(佐藥), 사약(使藥)의 배합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약물과 양을 정한다. 이를 처방이라고 한다. 삽정지유제의 처방은 신허봉장실직(腎虛封藏失職), 정관불고(精關不固)의 유정과 활설, 신허불섭(腎虛不攝), 방광실약(膀胱失約)의 유뇨와 뇨빈삭(尿頻數) 증상에 적용한다. 일반적으로 수렴고정(收斂固精)하는 약물과 보신할 수 있는 약물을 서로 배합한다. 여기에다 안신정지(安神定志)하고, 교통신신(交通心神)하는 약물로 구성해 병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 ◎ 처방례
▶ 금쇄고정환(金鎖固精丸) 군약 : 사원질려(沙苑藜) 9그램 신약 : 연자육(蓮子肉), 감인(仁) 각 6그램 좌약 : 용골(龍骨), 모려(牡蠣), 연수(蓮鬚) 각 9그램 ▶ 복용법 : 위의 약을 1첩으로 하여 물로 달여 하루 2번 복용한다. ▶ 처방 해설 : 삽정지유제는 신(腎)의 기허(氣虛)로 인해 정관과 방광(膀胱) 기능 소실로 나타나는 유정과 유뇨 등의 병증에 적용한다. 처방 약재 중에 사원질려는 약성이 간경(肝經)과 신경(腎經)에 작용하여 보신익정(補腎益精), 지유(止遺)하는 효능이 탁월하다. 따라서 표(標)와 본(本)을 고루 돌보며, 주증을 치료하는 군약이 된다. 연자육과 감인은 맵고 쓰면서 익기녕심(益氣寧心)하여 군약의 고신삽정(固腎澁精) 효능을 강화하므로 신약이 된다. 용골과 모려는 수렴지유(收斂止遺)하고, 연수는 삽정지유(澁精止遺), 수렴고탈(收斂固脫)하므로 좌약이 된다. < 참조 : 『한약 처방의 구성 원리』, 영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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