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소화기계

복막염,‘시호탕’

초암 정만순 2016. 8. 20. 15:06


복막염,‘시호탕’



중증의 복막염,‘시호탕’ 쓰면 탁월한 효과 거둘 수 있다.

■ 김성식 | 靈草 천연 치유 연구가 


 복막염은 복강 및 복강 내 장기를 덮고 있는 얇은 막인 복막에 발생한 염증을 말한다. 증상은 국소 또는 복강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으며, 경과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눈다. 급성인 경우는 위궤양·십이지장궤양·맹장염 등에 의한 장(腸)의 천공이 원인이 되어 나타난다. 또 자궁염이나 출산으로 자궁이 파열될 때도 발생한다. 만성인 경우는 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예가 많고, 간경화의 말기에도 많이 발생한다. 주된 증상은 지속적인 복통과 함께 구토, 복부 팽만, 심박수 및 호흡수의 증가, 체온 상승, 혈압 저하 등이다. 장이나 자궁이 천공되었을 때는 순간적으로 심한 복통이 일어나고, 쇼크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필자는 수년 전에 출산 후 복막염이 생긴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다. 당시 환자는 출산 후 몸이 많이 부어 있었다. 또 악취가 심한 이물질이 자궁에서 흘러나오고, 복통으로 인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였다. 또한 얼굴이 창백하고 기력이 없었다. 양방 병원에서는 자궁 내에 태수(胎水)가 다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태수를 제거하는 치료를 하였다. 하지만 증상은 전혀 차도가 없었다. 나중엔 극심한 복통과 함께 체온이 섭씨 39도까지 오르고 복부에 단단한 덩어리마저 생겼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양방 병원에서는 맹장염으로 의심하고 갖가지 검사를 했다. 그렇지만 맹장염과는 관련이 없었다. 그렇다고 복부 내에 뚜렷한 염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왜 복통이 생기는지, 또 이물질은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사정이 이러니 양방 병원은 더 이상의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복부에 얼음찜질을 하고, 화학 소염 진통제를 복용시키면서 상태가 호전되길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는 기대와는 달리 점점 악화되어 혼수상태에 빠지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래서 가족들은 더 이상 양방 병원에 그대로 두었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환자를 퇴원시켰다.
환자와 필자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터라 환자를 한번 봐 달라는 가족들의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가서 여러 가지 환자의 상태를 종합한 결과, 출산할 때 양방 병원에서 자궁을 잘못 건드려 불순한 체액이 복부 전체로 퍼진 복막염이라 판단되었다. 특히 출산한 지 15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자궁에서 이물질이 흘러나오고, 복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아 그런 판단을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일단 환자가 고열과 함께 심한 복통에 시달리는 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시호탕’을 일러주어 복용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보리밥에 고련피 가루를 잘 섞어 복부 전체에 바르고 따뜻하게 찜질하도록 하였다. 그러자 그 다음날부터 열이 내리기 시작하여 3일째부터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또한 복부의 단단한 덩어리도 풀리기 시작하여 5일째에는 복통이 상당히 완화되었다.
이에 필자는 그 다음 단계로 환자의 기력을 회복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어 ‘인삼백출탕’을 일러주어 복용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양방 병원에서 복부에 얼음찜질을 한 나머지 복부에 냉독(冷毒)이 뭉쳐 있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파뿌리를 뜨겁게 찐 다음, 천에 싸서 배꼽을 중심으로 찜질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환자의 기력이 완연하게 회복되기 시작하여 3일째부터는 스스로 화장실에도 다니는 등 거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에는 복부에 남아 있던 덩어리도 완전히 사리지고, 더 이상 자궁에서 이물질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하면 당시 환자의 상태는 생명이 경각에 달릴 만큼 위급하였다. 필자의 조그만 지식이 한 생명을 살렸다는 것에 다행으로 생각한다. ‘시호탕’과 ‘인삼백출탕’의 처방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시호탕
▶ 처방 내용 : 시호 8그램, 당귀·천궁·적작약 각 6그램, 도인·단삼·익모초·목단피·지모·백복령·삼릉·봉출·택란·대복피·현호색·진피·오약·향부자·목통·차전자·감초 각 4그램
▶ 법제법 : 도인, 삼릉, 봉출, 차전자를 천연 발효식초에 한나절 담갔다가 볶는다.
▶ 복용법 : 아침저녁으로 1첩씩 달여서 식전 공복에 복용한다.
◎ 인삼백출탕
▶ 처방 내용 : 인삼·백출·백복령·황기 각 6그램, 당귀·천궁·백작약 각 4그램, 도인·단삼·익모초·택란·목통·후박·진피·대복피·소엽·오약·향부자·차전자·감초 각 2그램
▶ 법제법 : 백출은 쌀뜨물에 하루 동안 담갔다가 말리고, 황기는 꿀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볶는다. 또 도인과 차전자는 노릇노릇하게 볶는다.
▶ 복용법 :아침저녁으로 1첩씩 달여서 식전 공복에 복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