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부인계

자궁내막염, ‘대황감수탕’

초암 정만순 2016. 8. 19. 12:13



자궁내막염, ‘대황감수탕’


자궁내막염의 고통, ‘대황감수탕’ 쓰면 탁월한 효과 있다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자궁내막은 자궁의 가장 안쪽을 이루는 조직으로 자궁경부 및 질을 통해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 자궁내막염이란 자궁내막에 화학 독소나 어혈이 쌓여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염증의 양상에 따라 급성 자궁내막염과 만성 자궁내막염으로 나눠진다.
급성 자궁내막염인 경우에는 열이 갑작스럽게 섭씨 38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오한(惡寒)을 호소한다. 그리고 치골 상부를 중심으로 하복부에 불쾌감과 통증이 심하고, 화농성의 질 분비물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다. 비특이적으로 식욕 부진·오심(惡心)·구토가 생겨 급성 맹장염으로 오인(誤認)하게 하기도 한다.
만성 자궁내막염인 경우에는 생리가 아닌 때에 생리를 한다든지, 성교 직후에 출혈을 하는 일이 생긴다. 또 생리 과다 내지는 무월경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지 않으나 복부 불쾌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급성이든 만성이든 자궁내막염의 경과와 합병증은 유사하다. 대표적으로는 자궁이 화학 독소와 어혈로 인해 지저분해져 있기 때문에 불임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다 잘못된 치료로 인해 화학 독소와 어혈의 축적이 계속되면 자궁근종과 자궁암이 생기게 된다.


필자는 오래 전에 자궁내막증으로 고생하는 여인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여인의 나이는 38세로 갑작스럽게 오한발열(惡寒發熱)과 함께 하복부에 통증을 호소하였다. 맥을 짚어 보니 팽팽하면서 빠르게 뛰었고, 대소변과 생리가 막혀서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여러 증상으로 보아 화학 독소와 독혈(毒血)이 자궁에 침습하여 내막염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하고, 열과 어혈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당귀·천궁·숙지황·백작약 각 8그램, 시호·적작약·청피·용담·치자 각 4그램, 감초 2그램을 아침저녁으로 한 첩씩 달여서 복용하도록 일러주었다. 그 결과 이틀 만에 오한발열이 해소되었다. 하지만 대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과 하복부의 통증은 여전하였다. 게다기 하복부가 점점 팽만해져 갔다. 복부를 압진(壓診)한 즉, 상복부는 아무런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으나, 하복부는 누르지도 못하게 할 만큼 심하게 통증을 호소하였다. 필자는 대소변과 자궁에 차 있는 독혈을 쏟아내면 하복부의 통증과 팽만증이 해소되리라 판단하고 ‘대황감수탕(大黃甘遂湯)’을 한 첩만 달여 복용하도록 일러주었다. ‘대황감수탕’의 처방 내용은 대황 12그램, 아교 6그램, 감수 4그램이다. 그 결과 복용한 지 2시간 만에 대소변과 독혈이 쏟아지면서 하복부의 통증과 팽만증이 해소되었다. 이에 필자는 2차 처방으로 ‘대황목단피탕(大黃牧丹皮湯)’을 아침저녁으로 한 첩씩 달여서 5일간 복용하도록 하였다. ‘대황목단피탕’의 처방 내용은 과루인 12그램, 대황 10그램, 목단피·도인·망초 각 8그램, 감초 4그램이다. 그 후 여인은 재발되는 일 없이 대소변을 원활하게 보고, 생리도 정상적으로 하였다. 또 잠도 제대로 자면서 나날이 건강이 회복되어 갔다.
상기 처방의 ‘대황감수탕’은 체내에 막힌 것을 뚫어 체외로 배설시키는 효능이 큰 처방이다. 따라서 자궁에 쌓인 화학 독소와 어혈을 쏟아내기에 충분하다. 다만 사하(瀉下)시키는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응급처치 목적으로 1첩 정도 사용해야지 많은 양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기력이 허약한 사람에게 투약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대황목단피탕’의 경우는 맹장염에 특효가 있는 명방(名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임상에서 활용해 본 바 자궁내막염을 비롯하여 난소염과 하복부의 염증성 질환의 치료에도 좋은 효과가 있었다. 특히 하복부나 하지(下肢) 우측 염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상기 ‘대황감수탕’과 ‘대황목단피탕’의 주된 약재인 대황의 약리적 효능에 대해 설명하면, 단미(單味)로 사용할 경우엔 설사시키는 작용이 강하다. 여기에 약재를 배합하기에 따라 약리적 기증이 달라지는데, 일례로 도인과 배합하여 사용하면 어혈을 몰아내는 작용이 강해진다. 또 도인·망초와 배합하여 사용하면 혈적(血積)을 치료하는 작용이 강해지고, 황련과 배합하면 가슴 아래가 답답한 것을 치료하는 작용이 강해진다. 또 치자와 배합하면 황달 양증(陽證)을 치료하는 작용이 강해지고, 후박·지실과 배합하여 사용하면 흉복(胸腹) 부위가 팽만한 것을 치료하는 작용이 강해진다. 또 감수·아교와 배합하여 사용하면 하복부 팽만증과 어혈독을 치료하는 작용이 강해지고, 부자·세신과 배합하면 아랫배가 냉해서 생긴 변비를 치료하는 작용이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