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부인계

입덧 ‘보생탕’

초암 정만순 2016. 8. 19. 11:53



입덧 ‘보생탕’


심한 입덧의 고통‘보생탕’ 쓰면 신기하게 누그러진다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입덧이란 임신 중에 느끼는 구역질 및 구토 증세를 말한다. 이른 아침 공복 때의 구역질이나 가벼운 구토 외에 식욕부진과 음식물에 대한 기호의 변화 등이 나타난다. 전체 임신부의 70~85퍼센트에서 나타나는데, 병이라기보다는 임신에 따른 일종의 생리적인 현상이다. 보통 임신 9주 내에 시작되고, 임신 11주에서 13주 사이에 가장 심하다. 14~16주면 대부분 사라지지만, 20~22주 이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입덧과 관련하여 끔직한 사건으로 1960년대에 잇달아 발생한 탈리도마이드란 화학약에 의한 중독 사고를 꼽을 수 있다. 당시 탈리도마이드는 신경 안정제로 사용되었는데, 임산부의 입덧을 완화시키는 용도로도 투약됐다. 그런데 문제는 곧바로 나타났다. 이 화학약을 장기 복용한 임산부들의 상당수가 팔이 없다시피 한 기형아를 출산한 것이다. 연구 결과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으로 밝혀져 임산부에게 투약이 중지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수만 명의 기형아가 출산된 뒤였다. 이것은 화학약이 인체에 얼마나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지 보여 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그럼에도 화학약은 다국적 제약기업의 교묘한 상업적 마케팅 전략에 의해 오늘날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입덧은 자연적인 식품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매실과 모과에는 유기산이 많아 소화기관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따라서 입덧으로 인해 소화가 안 되는 경우 차로 끓여 마시면 좋은 효과가 있다. 또 죽순과 죽엽은 전통의학에서 구토를 진정시키는 약재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것을 차로 엷게 달여 마시면 입덧을 완화시키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 음식으로는 임신 초기에 냉면이나 메밀국수 등 차고 신맛이 있는 음식과 과일이나 야채 위주로 가볍게 식사하는 것이 좋다. 또 미역이나 파래 초무침을 자주 먹는 것도 좋다. 그리고 물리요법으로는 손목에 있는 내관이라는 혈자리를 지압하면 좋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입덧 방지용 팔찌의 경우도 내관을 지압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참고로 부인의 병을 다스리는 데 있어 반드시 유의할 점은 먼저 임신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임신으로 인한 생리적 변화를 병으로 오인하여 태아에게 해를 주는 약을 사용하는 우(愚)를 범 할 수 있다. 또 이와는 반대로 질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임신으로 오인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을 범할 수 있다.
임신을 판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맥을 통해 판단하는 방법이 있다. 즉, 맥에는 생체의 미세한 변화까지 반영된다는 점에서 맥의 상태를 살피면 임신 여부를 알 수 있다. 필자가 보는 견지의 임신맥은 왼쪽 팔의 척맥(尺脈)이 침(沈)하지도 부(浮)하지도 않고, 약간 누르면 활(滑)하면서 대(大)하다. 그리고 꾹 누르면 맥이 유순하고, 반항력이 강하지 않다. 이외에 관형찰색(觀形察色)으로도 임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일례로 손톱의 색상이 연하다든지, 삼초유 혈의 능상에 결절이 있다든지, 눈 흰자위가 주로 남백색을 띤다든지 하면 임신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입덧은 14~16주면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임신 중독으로 인해 20~22주 이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영양 섭취의 부족으로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해결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입덧이 심하거나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활용되어 온 전통의학 처방으로는 ‘이진탕(二陣湯)’, ‘보생탕(保生湯)’, ‘오복음(五福飮)’, ‘백본산(白本散)’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필자는 ‘보생탕’을 활용한 바, 오심(惡心)·구토·구역질·식욕부진 등 입덧으로 인한 제반 증상을 해소하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 이에 대한 처방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보생탕]


▶ 처방 내용 : 백출·향부자·오약·귤홍 각 8그램, 인삼·백두구·죽여·진피·공사인·모과·지각·감초 각 4그램, 생강 3쪽
▶ 법제법 : 백출은 쌀뜨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말리고, 향부자는 7세 이하의 남자아이 소변에 담갔다가 말린다. 또 백두구와 공사인은 볶는다.
▶ 복용법 : 아침저녁으로 한 첩씩 달여 식후 30분에 복용한다.
▶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은 비위를 보하여 음식의 소화를 돕고, 입맛을 돋우는 데 효능이 있는 백출을 주된 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기(氣)를 순조롭게 하는 데 효능이 있는 향부자·오약·귤홍·진피·지각을 가미하고, 속을 편하게 하는 데 효능이 있는 백두구와 공사인을 가미했다. 또 쇠진해진 기운을 보하는 데 효능이 있는 인삼을 가미하고, 간열(肝熱)을 해소하는 데 효능이 있는 죽여를 가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