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신경 뇌

중풍, ‘거풍산’

초암 정만순 2016. 8. 19. 11:23


중풍,  ‘거풍산’



입이 돌아간 중풍, ‘곡지’에 침하고 ‘거풍산’쓰면 된다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중풍(中風)은 봄가을 환절기에 더욱 조심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서양의학에서 뇌경색과 뇌출혈 등 뇌혈관 질환을 통틀어 뇌졸중(腦卒中)이라고 하는데, 전통의학에서는 이를 중풍이라고 한다. 전신(全身)이나 반신(半身), 사지(四肢) 등의 마비와 언어장애를 초래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중풍은 환절기의 오전 8시 전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는 일교차가 커 차가운 아침 공기에 노출되면 인체의 말초동맥이 수축하면서 혈관 저항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 박동도 빨라져 심장의 부담이 증가한다. 원래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우리 몸은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잠잘 때의 이완 상태가 긴장 상태로 바뀌게 되므로 아침은 언제나 심장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환절기에는 아침저녁으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책이나 운동을 할 때는 겉옷을 입어 보온에 신경을 쓰고,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몸에 오싹한 한기가 들 정도의 날씨에는 가능한 한 실내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
중풍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무서운 질환이기는 하지만, 그 원인과 전조(前兆) 증상이 비교적 상세히 밝혀져 있다. 따라서 위험 요소를 미리 알고 주의한다면 중풍은 충분히 예방할 수가 있다. 중풍은 기본적으로 육류 음식이나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 등 서구식의 비자연적인 식생활로 인해 피가 탁혈(濁血)과 독혈(毒血)로 오염됨으로써 발생한다. 또 근심이나 분노, 그리고 과로 등으로 간양화풍(肝陽火風)이 몹시 성하여 기혈이 소통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다. 흡연이나 과음, 과식도 중풍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만약 이미 고혈압·당뇨·동맥경화·고지혈증·심장병·비만 등의 질환을 갖고 있다면, 그 질환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특히 55세부터 10세가 더해질 때마다 중풍의 위험이 2배 증가하므로 연령이 많을수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평소에 중풍의 전조 증상을 숙지하고 있으면 빠른 대처를 하여 후유증을 피할 수가 있다. 갑자기 손발이 저리거나 시리는 일이 생기고, 수저나 컵을 쥐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린다면 중풍 초기일 수 있다. 시야가 다소 어두워지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거나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또 현기증과 동시에 메스꺼움을 느끼는 것도 전조 증상이다. 얼굴의 힘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감각 이상도 생긴다. 얼굴이 지나치게 불그스레한 사람, 가벼운 운동을 할 때도 가슴이 뛰고 답답해지는 사람, 뒷목이 자주 뻐근한 사람 등도 주의가 필요하다.
전통의학에서는 중풍을 크게 풍비(風痺), 편고(偏枯), 풍의(風懿), 풍비(風틶)로 구분한다. 또는 중장부(中臟腑), 중경락(中經絡)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전자는 증세에 따른 분류이고, 후자는 병증의 경중(輕重)에 따른 분류이다. 오장육부에 화학 독소 등 사기(邪氣)가 침습하여 발생한 중장부(中臟腑)의 중풍 치료법에 대해서는 이미 소개한 바가 있다(2011년 10월호 참조). 이번에는 병세가 비교적 가볍고 완만한 중경락(中經絡)의 처방을 소개한다.
중경락은 장부나 뇌의 이상에서 오는 중풍이 아니고, 경락의 에너지가 허해서 오는 중풍이다. 예를 들어 찬 방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입이 돌아가고 팔다리가 마비되었다든지 하는 경우이다. 또 평소에 혈압도 정상이고 건강하던 사람이 지나치게 성관계를 하고 났더니 다음날 서서히 팔다리에 힘이 없고 마비감이 오는 증상이다. 중경락 중에서 간과 신장의 음(陰)이 허해서 발생한 경우는 두통, 어지럼증, 이명증, 구안괘사, 사지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진단에 있어 중요한 점은 마비는 되었지만, 정신은 온전하다는 것이다. 치료 방법은 곡지, 합곡, 족삼리, 태충에 득기(得氣)가 있도록 침을 하면서 ‘거풍산(祛風散)’을 복용시킨다.

[거풍산(祛風散)]


▶ 처방 내용 : 강활·방풍·당귀·천궁·적복령·진피·반하·오약·백지·향부자 각 8그램, 인삼·백출·계지·세신·지각·감초 각 4그램, 생강 3쪽
▶ 법제법 : 반하를 생강 달인 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말린다.
▶ 복용법 : 위의 약재를 달여 식간(食間)에 마신다.
▶ 처방 풀이 : 강활, 방풍, 천궁, 백지는 혈관운동을 강화하고 혈류를 촉진한다. 진피, 반하, 오약, 지각은 소화관 운동을 강화하여 소화를 촉진한다. 진피와 지각은 항알레르기 작용을 하며, 천궁과 백지는 진통의 효능이 있다. 그리고 적복령, 진피, 반하, 백출, 계지, 감초가 배합되어 담음내정(痰飮內停)을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