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호흡기계

유행성감기 ‘가미반하사심탕’

초암 정만순 2016. 8. 18. 14:36


유행성감기  ‘가미반하사심탕’




유행성감기 걸린 40대 남성, ‘가미반하사심탕’ 써 3일 만에 완치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푹푹 찌는 여름에는 무더위가 언제 지나갈까 싶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금방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환절기가 다가온다. 이런 환절기가 되면 유행성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서양의학은 유행성 감기가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 더 번식하는 법이지 날씨가 쌀쌀해지는 환절기에 극성을 부린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더구나 사람은 미약한 미생물인 세균조차 이겨내지 못할 만큼의 나약한 생명체가 아니다. 사람은 어느 생명체보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만물의 영장이다. 반면 바이러스는 자연계의 조그만 생명체에게도 제압당하는 미생물에 불과하다. 그런 미생물을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무서워하여 벌벌 떤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이러스는 사람이 지닌 본연의 건강한 생명력과 면역력으로 능히 이겨내고도 남는 아주 미약한 생명체에 불과하다. 가을철 환절기에 유행성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여름철에 아이스크림 등 냉한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여 몸이 냉해졌거나, 평소에 인스턴트식품 등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식품 등을 섭취한 나머지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쌀쌀해진 기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감기에 시달리는 것이다.
감기(感氣)라는 말의 뜻도 외부의 기운에 적응하지 못하고 감응(感應)되었다는 뜻이다. 전통의학에서 말하는 외부의 기운은 찬 기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인들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기운을 육기(六氣)라 하여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 6가지로 대별하였다. 면역력이 약하면 인체는 이러한 천지의 변화하는 기운에 적응하지 못하고 몸살을 앓게 된다. 그 중에서 폐와 기관지는 풍(風;바람),한(寒;찬 기운), 조(燥, 건조한 기운)에 취약하다. 그래서 바람이 많이 부는 봄과 찬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가을에 유달리 감기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 인체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과로, 심한 스트레스, 영양실조, 화학물질에 오염된 공기, 비자연적인 식생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 예전엔 굶주림에 의한 영양실조가 면역력 약화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화학물질에 오염된 생활환경과 먹을거리로 인해 체내에 축적된 화학 독소가 면역력 약화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과도한 생존경쟁으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도 면역력 약화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흔히 감기는 만병의 원인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인체의 건강상태가 나빠지면 인체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감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기가 나타나면 과로나 스트레스가 심해 심신이 피폐해지지는 않았는지,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 등의 섭취로 인해 체내에 화학 독소가 쌓이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한 번은 40대 남자가 가을철 유행성 감기로 장기간에 걸쳐 고열과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또한 물을 마시면 바로 토하고, 설사가 그치지 않아 사경을 헤매었다. 배를 촉진(觸診)하니 냉하고,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심하였다. 여름철에 냉한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한 나머지 생긴 유행성감기라 판단되었다. 그래서 속에 쌓인 냉기와 독소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을 변용하여 복용토록 하였다. 그 결과 하루 만에 구토가 그치고, 사흘 후 설사가 멈추었다. ‘반하사심탕’은 약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할 만큼 명약으로 통한다. 중국의 『상한론(傷寒論)』이나 『금궤요략(金要略)』에서 전해지는 처방인데,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실려 있다.

가미반하사심탕(加味半夏瀉心湯)


▶ 처방 내용 : 반하 10그램, 황금·건강·인삼·감초 각 6그램, 계피·오수유·마치현 각 4그램, 황련 2그램
▶ 법제법 : 반하는 생강 달인 물에 하루 동안 담갔다가 말린다. 감초는 검게 굽고 황금과 황련은 천일염을 푼 물에 살짝 담갔다가 말린다.
▶ 복용법 : 식전 30분에 한 첩씩 달여 미지근한 상태로 마신다.
▶ 처방 풀이 : 반하와 건강은 오심(惡心)과 구토를 억제하는 한편, 온중산한(溫中散寒)하는 효능으로 한랭을 제거한다. 인삼은 상복부의 팽만감을 완화하면서 소화 흡수를 촉진하고, 전신의 기능 상태를 개선한다. 감초는 뱃속에서 소리가 나며 설사하는 것을 치료하고, 황금과 황련은 소염·진정·해열 작용을 한다. 또 계피와 오수유는 하초(下焦)의 원기가 허(虛)하고 차서 배꼽 둘레가 차고 아픈 것을 치료한다. 마치현은 청열해독(淸熱解毒)하고 양혈(凉血)하는 작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