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호흡기계

폐결핵과 정력 - ‘보화산’

초암 정만순 2016. 8. 17. 09:38



폐결핵과 정력 -  ‘보화산’ 


폐결핵과 정력의 명약 ‘보화산’ 

 자료 제공 : 천산거인

이 땅에는 반만년 역사를 통해 계승 발전되어 온 전통의술이 있다. 그런데 우리 전통의술은 일제 강점기에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따라 의료제도가 서양의학 중심으로 재편되고, 이것이 광복 이후 오늘날까지 답습되면서 쇠퇴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일례로 양의사는 우리 전통의술을 비과학적인 것 내지는 미신적인 것으로 폄하하면서 국민들에게 전통의술이 아무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시키고 있고, 한의사는 자신이 전통의술의 주인인 양 행세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전통의술이 행해지는 것을 막고 있다. 또 정부는 의료법을 앞세워 전통의술인이 의술을 행하는 일이 있으면 즉각 색출하여 구속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땅의 삶과 문화 속에서 계승되어 온 전통의술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옛말에 농부는 굶어 죽을망정 종자는 베고 죽는다고 했다. 선조들이 물려준 전통의술을 오늘의 지혜를 가미하여 후대에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이 시대에 와서 단절시켜서는 안 된다. 이에 본지는 전통의술인이 남긴 의술이 계승 발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천가비방록(天家秘方錄)>을 공개한다. <편집자 주>

어릴 적 고향인 황해도에 살 때 의업(醫業)을 하셨던 조부님은 폐결핵 환자가 오면 ‘보화산(補和散)’을 한 봉지 내어 주었다. 그러면 폐결핵 환자가 ‘보화산’을 한 봉지 다 먹을 즈음에 폐결핵이 말끔히 낫곤 하였다. 이런 효과 때문에 멀리 함경도와 경기도 인근 지역에서도 폐결핵 환자가 조부님을 찾아오곤 하였다.
‘보화산’은 뱀의 알로 만든 약이다. 조부님은 여름철 중복 초부터 사람들에게 알을 밴 뱀을 잡아 오라고 시켜 뱀의 목을 끈으로 묶은 다음 천천히 뱅뱅 돌렸다. 그렇게 한참 돌리면 뱀이 알을 낳아 하나씩 땅에 떨어뜨렸다. 보통 한 마리에 10개의 알이 나오는데, 그냥 빼면 절대 나오지 않았다. 조부님은 그냥 훑어서 빼려고 하면 절대 나오지 않던 알이 뱀을 뱅뱅 돌리면 나오는 것은 뱀이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은 죽어도 알은 자신으로부터 분리시켜 생명을 지켜 주려는 본능 때문이라고 했다.
어쨌든 조부님은 뱀 알이 모아지면 여러 사람이 싼 사랑방 오줌통에 1주일간 담가 놓았다. 그러면 뱀 알이 감자 마르듯이 쪼글쪼글해지는데, 이것을 말려 분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보화산’이다. 단, 뱀 알로 ‘보화산’을 만들 때 주의할 점은 독사의 알을 사용하면 절대 안 되고, 반드시 꽃뱀이나 유혈모기 알을 사용해야 한다. 또 화학약을 절대 금해야 한다.
이 ‘보화산’은 성질이 찬 고단백질 식품으로서 폐열(肺熱)을 꺼 주고, 폐의 기운을 보하는 효능이 아주 강하다. 따라서 폐결핵 등 폐열과 폐허(肺虛)로 인한 제반 폐질환을 해소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또한 신장의 정기를 보하는 효능도 강해 정력제로서도 그만이다. 어릴 적 필자가 ‘보화산’을 먹어 본 바, 맛이 달아 먹기에 큰 부담이 없었다.
이 ‘보화산’은 우리 민족의 삶과 생활 속에서 경험을 통해 탄생된 토속적인 전통 비방이다. 이런 토속적인 비방은 단지 필자의 집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의 모든 사람들의 삶과 생활 속에도 무수히 내재되어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의 실정은 특정인이 상업적 목적으로 의술을 독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자격증제도가 만들어지고, 광복 이후 의료자격증제도가 강화되어 왔다. 그 결과 우리 삶과 생활 속에 스며 있는 전통의술은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그 와중에 수많은 독특한 전통의술들이 사라져 버려 안타까운 심정이다.
사실 전통의술은 한의사가 주인인 의술도 아니고 양의사가 주인인 의술도 아니다. 또 그것은 학교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의술도 아니고, 대학교 강단에서 생겨난 의술도 아니다. 전통의술은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민족의 삶과 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실제 체험과 자혜에 의해 하나하나 만들어진 의술이다. 또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오랜 역사를 통해 하나하나 축적되면서 발전되어 온 의술이다. 따라서 전통의술은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주인인 의술이다. 또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이 땅의 삶이자 문화이다. 그럼에도 특정인이 주인인 양 행세하면서, 전통의술의 진정한 주인이 전통의술을 자유로이 행하는 것을 막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와중에 독특한 전통의술이 사라지고, 새로운 전통의술의 지혜가 분출될 길이 막히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