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호흡기계

감기, ‘형방패독산’

초암 정만순 2016. 8. 20. 15:01


감기, ‘형방패독산’


환절기 감기, ‘형방패독산’ 쓰면 탁월한 효과 있다

■ 홍종욱ㅣ한신대학교 외래 교수 

  
봄철이 되면 환절기의 기운에 적응하지 못하고 감기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 등의 섭취로 인해 면역력이 심각하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통의학에서는 감기를 감모(感冒))라고 하는데, 대체로 체력이 허약해졌을 때 풍한(風寒)이나 풍열(風熱)이 피부와 기도에 침습하여 폐 기능을 장애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하였다. 따라서 전통의학에서는 감기를 증상에 따라 풍한 감기와 풍열 감기로 나누어 치료를 달리하고 있다.

풍한 감기의 증상은 오슬오슬 떨리면서 식은땀과 맑은 콧물을 흘린다. 또 팔다리가 나른하면서 아프고, 기침과 함께 멀건 가래를 뭉텅뭉텅 뱉어댄다. 설태(舌苔)는 희면서 엷고, 맥은 부긴(浮緊)하다. 반면 풍열 감기의 증상은 열이 나고, 코가 나오지 않으며, 노란 코딱지가 말라 코에 붙어 있다. 또 갈증이 심하고, 목 안이 붉게 충혈(充血)되어 있으며, 가래가 기관지에 꽉 끼어 잘 뱉어지지 않는다. 설태는 노리끼리하면서 엷고, 맥은 부삭(浮數)하다.

모든 질병을 올바로 치료하기 위해선 음(陰)과 양(陽)을 구분해서 약을 써야 하듯이 감기 역시 모든 증상을 살펴 풍한과 풍열을 구분하여 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양의학처럼 획일적으로 약을 쓴다면 올바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나아가 음과 양의 개념 없이 풍한증의 감기에 찬 성질의 약을 쓴다든지, 풍열증의 감기에 뜨거운 성질의 약을 썼다가는 증상을 더 악화시키게 된다. 물론 처방 중에는 음양을 변증(辨證)할 필요 없이 쓸 수 있는 통치방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모든 질병 치료에 있어 음양을 구분하여 투약을 하는 게 최선이다.

◎ 외감 실증(實證)
▶ 증상 : 고열과 오한(惡寒)이 나고, 심하게 뼈마디가 쑤신다. 또 코가 막히고, 기침도 한다. 증상은 심하나, 입맛은 여전하여 식사를 잘한다
▶ 처방 : 내적으로 체질이 허약하여 생긴 감기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외부의 풍열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생긴 감기다. 나쁜 기운이 내부까지 침습하여 오장육부를 상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병 즉시 ‘형방패독산’을 5첩 정도 쓰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형방패독산’의 처방 내용은 강활·독활·시호·전호·적복령·지각·길경·천궁·형개·방풍 각 4그램, 감초 2그램이다.
▶ 복용법 : 상기 약재에 물 1리터를 붓고 센 불로 물이 절반 정도로 줄을 때까지 달여 식간(食間)에 마신다. 하루 2첩을 쓴다.

◎ 내상 허증(虛證)
▶ 증상 : 미열이 있으면서 팔다리가 무겁다. 또 몸이 몹시 피곤하고, 콧물이 흐른다. 실증은 코가 막히는 데 비하여 허증은 콧물이 흐른다는 것이 특징이다. 추위에 대해 오한의 정도가 아니라 외한(畏寒)과 증한(憎寒)이라고 할 정도로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입맛은 없어서 음식을 입에 넣으면 모래알 씹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안 죽으려고 억지로 몇 숟갈 뜬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 처방 : 내적으로 체질이 허약한 상태에서 찬 기운이 내장에 깊숙이 침습하여 생긴 몸살감기이다. 오장육부가 상해 중한 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꾸준히 ‘인삼양위탕’을 복용하여 한기도 해소하고, 오장육부의 기능도 회복시켜야 한다. ‘인삼양위탕’의 처방 내용은 향부자·갈근·소엽 각 8그램 창출 6그램, 진피·후박·반하 각 5그램, 적복령·곽향 각 4그램, 인삼·초과·감초 각 2그램, 생강·대추 각 3그램, 오매 1개이다. 약재 중에서 반하는 생강 달인 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말려서 쓰고, 감초는 구워서 쓴다.
▶ 복용법 : 상기 약재에 물 1.8리터를 붓고 은은한 불에 물이 절반 정도로 줄을 때까지 달여 하루 3번 나누어 마신다.

◎ 외감 내상증
▶ 증상 : 오한. 발열. 지절통(肢節痛). 해수 등 모든 증상이 보통 정도다 .입맛도 보통이다. 코는 막혔다가 뚫렸다가 하고, 콧물 역시 흘렀다가 흐르지 않다가 한다. 허증과 실증의 중간이라 보면 된다.
▶ 처방 : 외부에서 감응된 사기가 그릇된 치료로 인해 해소되지 않고 막 오장육뷰에 침습하여 만성화되려는 단계이다. ‘십신탕’을 활용하는 게 적절하다. ‘십신탕’의 처방 내용은 향부자·소엽·승마·적작약·마황·진피·천궁·건갈·백지·감초 각 4그램, 생강 3쪽, 총백 2뿌리이다.
▶ 복용법 :상기 약재에 물 1리터를 붓고, 중간 정도의 불로 물이 절반 정도로 줄을 때까지 달여 식간에 마신다. 하루 2첩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