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훈 ‘택사탕’
빙빙 도는 어지럼증 ‘택사탕’ 3일 복용하고 말끔해졌다 |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나이 62세의 여성이 평소에 가끔 두통과 어지럼증이 있었다. 3개월 전에는 교통사고로 오른쪽 대퇴부에 골절상을 입어 양방 정형외과에 입원하여 대수술을 받고 퇴원하였다. 그런데 대수술 후 두통과 어지럼증이 극심해져 전혀 외출도 못하고 누워서 지내야 했다. 눈알이 돌고, 몸이 땅속으로 쑥 꺼져 들어가는 것 같고, 구토가 나서 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할 지경이었다. 한약과 양약 등 갖은 약을 다 써도 아무런 효과가 없고, 병세는 점점 악화되기만 해 죽음만을 기다리는 형편이었다. 아는 사람을 통해 필자에게 연락이 와 환자를 찾아가 보았다. 환자는 심신이 극히 노쇠한 데다 기혈이 모두 허하여 맥상(脈狀)이 형편없이 미약하였다. 한눈에도 생명이 위독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어지럼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멀쩡한 사람이 앉았다가 일어날 때 핑하고 어지러우면 빈혈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기립성 현기증은 주로 뇌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감소하여 나타난다. 그런데 낮이고 밤이고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 이상 어지럼증이 생긴다면 빈혈이 아니라 ‘현훈증(眩暈症)’이라고 봐야 한다. 현(眩)은 눈앞이 아찔해지는 자각 증상을 가리키고, 훈(暈)은 머리가 빙빙 돌아가는 듯하는 자각 증상을 가리킨다. 어지럼증이 회전성이냐 비회전성이냐를 따지는 것은 그 원인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회전성인 경우는 일종의 중풍인 뇌간 장애, 머리나 목을 다쳐서 나타나는 외상 후유증, 우울증과 공포증 같은 정신신경과적 질환, 갱년기증후군, 자율신경실조증 등에 의해 생긴다. 반면 회전성인 경우는 일종의 평형기능의 장애에 의해 나타난다. 따라서 현훈증이 있으면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도 어렵고 외출 시에는 차를 탈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전통의학에서는 현훈증이 담음(痰飮), 화열(火熱), 기허(氣虛), 혈허(血虛), 노인성, 혈압성 등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이 중 담음으로 인해 생기는 현훈증을 담훈(痰暈)이라고 한다. 담훈은 풍담(風痰)이나 화담(火痰)으로 인해 야기된 것이다. 풍담은 풍증(風證)과 관련된 담이 간경(肝經)에 몰린 것을 말한다. 화담은 번열(煩熱)이 몹시 나서 담이 말라 뭉친 것이다. 담훈이 있으면 눈앞에 꽃잎이나 별 같은 것이 어른거리면서 어지럽고, 어깨와 등이 몹시 땅긴다. 또 자주 매스껍고, 구역질이 나며, 눈이 빠질 듯이 아프면서 이명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통의학에서 말하는 담(痰)은 비생리적인 체액으로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한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본다면 육식이나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식생활로 인해 체내에 불순한 음식의 용해물이 쌓인 경우이다. 특히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면 체내에 화학 독소가 축적되어 피가 탁혈(濁血)과 독혈(毒血)로 오염되게 된다. 이들 어혈은 뇌의 혈행을 방해하므로 뇌에 산소와 영양이 잘 공급되지 않아 심한 어지럼증이 생긴다. 62세 여성은 너무 쇠진한 상태라 기혈을 보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되어 몇 가지 처방을 일러주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방도를 궁리한 끝에 『장씨 본초강목』 실려 있는 ‘택사탕(澤瀉湯)’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택사탕’에 대한 『장씨 본초강목』 의 설명을 보면 “음식을 먹지 못하고 어지럼증이 심한 사람이 복용하면 물위를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가벼워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택사탕’ 처방을 일러주어 복용토록 했는데, 그 다음날 환자의 딸이 ‘어머니가 이제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희색이 만면한 표정으로 찾아왔다. 환자를 찾아가 살펴보니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환자의 말인 즉, 한 첩을 복용한 후 어지럼증이 없어지고, 두 첩을 복용하니 정신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택사탕’을 복용하도록 하면서 기력을 돋울 목적으로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을 복용하게 하였다. 그 결과 환자는 3일 후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있게 되었고, 식사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택사탕(澤瀉湯) ▶ 처방내용 : 택사 30그램, 백출 75그램, 생강 3쪽, 대추 2개 ▶ 복용법 : 위의 약재들을 물에 달여서 두 번에 나누어 먹는다. ▶ 처방 풀이 : 두 약물은 다 같이 수독(水毒)을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그 중 택사는 머리가 무거운 두모감(頭冒感)과 현기증을 없애 주는 역할을 동시에 한다. 몸을 크게 움직일 때 어지러움을 수반한 현기증과 더불어 보행할 때 걸음 떼기가 힘들 정도로 어지러운 상태의 환자에게도 사용한다. 백출은 비위에 쌓여 담을 제거하여 어지럼증을 해소해 주는 한편, 소화기관의 기력을 보해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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