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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증 ‘반하후박탕’

초암 정만순 2016. 8. 17. 09:47



기담증 ‘반하후박탕’


울화로 인한 기담증 ‘반하후박탕’쓰면 말끔히 낫는다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8년 전 한 부인이 내원했다. 그는 양방 병원에서 동맥류(動脈瘤)라는 진단과 함께 수술을 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수술의 부작용을 알기에 다른 방법을 찾던 중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환자는 후처(後妻)로 35세였다. 슬하에 3남매를 두고 있다고 했다. 체격은 조금 큰 편이고, 최근 체중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또 전처의 소생 자식들과 마찰이 자주 있다고 했다. 성격은 소심한 편이었다. 기분도 수시로 변하고, 히스테리도 심한 것으로 보였다. 신경을 과도하게 쓰면 코가 막히면서 어깨 통증과 흉통도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좀 더 정확한 병인(病因)을 파악하기 위해 맥진(脈診)과 복진(腹診)을 한 결과 1차적으로 신경과민(神經過敏)에 의한 기담증(氣痰症)으로 판단됐다. 전통의학에서는 기담증이 칠정내상(七情內傷)으로 기(氣)와 담(痰)이 목안에 몰려서 생긴다고 본다. 특히 가래가 목안에 붙어서 뱉아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 매핵기(梅核氣)의 증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필자는 담을 없애기 위해 1차로 ‘반하후박탕’을 처방했다. 처방 내용은 반하 12그램, 백복령 10그램, 후박 6그램, 소엽·길경·노각 각 4그램, 생강 7쪽이다. 환자에게 3첩을 지어 주면서 하루 한 첩씩 식후에 복용하도록 지도했다. 그리고 3일 후에 환자가 다시 찾아왔다. 환자는 흉만기역(胸滿氣逆) 증상이 조금 없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추가로 3첩을 더 지어 갔다. 이후 환자는 호흡곤란과 인후병(咽喉病) 증세가 멈추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양쪽 어깨의 갑골통증(胛骨痛症)은 여전하다고 했다.
그래서 필자는 2차로 ‘당귀용회탕(當歸龍?湯)’을 처방했다. 처방 내용은 당귀·용담(초·치자·황련·황백·황금 각 4그램, 대황·청대·노회 각 2그램, 인삼 2.5그램, 목통 2그램, 당목향 1.5그램, 생강 3쪽이다. 복용은 반드시 저녁 식후에 잠들기 전에 2첩을 먹도록 일렀다. 또 아침과 점심에는 ‘반하후박탕(半夏厚朴湯)’을 1첩씩 복용하도록 지도했다. 계속해서 3일을 복용한 뒤 환자는 견비통이 진정되었다고 알려 왔다. 하지만 환자는 오른쪽 가슴의 통증이 계속된다고 하면서 다시 내원했다.
필자는 환자의 병증이 복합적인 증상이라고 판단하고, 이번에는 ‘시호복령탕(柴胡茯笭湯)’을 처방했다. 처방 내용은 시호·감초·백복령·백출·당귀·백작약·목단피·치자 각 4그램, 박하·목향·빈랑 각 2그램이다. 치자는 불에 까맣게 1~2번 볶아서 썼다. 이렇게 상기 약재 7첩을 지어 주면서 정성스럽게 복용하도록 했다. 이후 환자는 통증은 물론 간종(肝腫)도 말끔하게 치료됐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치료를 그치지 않았다. 환자의 몸이 몹시 허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사물탕(四物湯)’과 ‘사군자탕(四君子湯)’을 배합한 ‘팔물탕(八物湯)’에 목향과 청피를 2.5그램 가미하여 20첩을 지어 복용하도록 했다. 이 처방으로 환자의 기혈(氣血)을 골고루 보(補)한 결과 두 달 여 만에 건강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
이 환자에게 1차 처방한 ‘반하후박탕’은 주약(主藥)인 반하는 강역기(降逆氣)하고, 후박은 해결기(解結氣)하는 작용을 한다. 또 복령은 소담(消痰)하고, 생강은 통신명(通神明)함과 동시에 조정거사(助正祛邪)한다.


또 다른 기담증 치료 사례는 앞서 환자와는 다른 환자였다. 흔히 공황장애를 보이는 기담증 환자로 36살의 회사원이다. 문진(問診)과 복진을 한 결과 비만형 체형으로 최근 2년 사이에 체중이 15킬로그램 이상의 급격히 늘었다고 했다. 마음도 몹시 조급하고,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없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
필자는 비만으로 체내에 노폐물인 습담(濕痰)이 형성됐고 스트레스까지 겹쳐 담(痰)과 기(氣)가 울결되는 병증으로 판단했다. 맥상(脈象) 역시 활맥(滑脈)이 두드러져 단순한 기담증으로 진단했다.
이 환자에게는 정체된 담음(痰飮)을 없애고, 경맥의 기혈을 소통시키는 ‘가미이진탕’을 처방했다. 그리고 약침과 침 시술을 통해 상초(上焦) 부위의 화열(火熱)을 내렸다. 또 하초(下焦)의 수기(水氣)를 상승시키는 수승화강(水升火降) 침 요법을 병행했다. 그 결과 1개월 정도가 지나자 연하(嚥下) 곤란과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뚜렷하게 호전됐다. 이후 3개월간 치료를 지속하는 동안 더 이상 공황 발작이 일어나지 않고 연하 곤란의 증상도 완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