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분순/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어느덧 날씨가 쌀쌀한 가을이 되었다. 이런 환절기가 되면 평소 인스턴트 화학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 서구식의 비자연적인 식품을 섭취하여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은 한기(寒氣)를 이기지 못하고 고열과 두통 등 각종 감기 중상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게 고열에 시달리는 감기 환자가 오면 지금부터 30여 년 전 서울 종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였던 할배는 담두시(淡豆豉)라는 약재를 만들어 두었다가 주곤 하였다.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노인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하였다.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인데,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가 반드시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하였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었다. 담두시는 약전국 또는 향시, 두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콩을 발효시켜 만든 약재로서 청국장과 비슷하다. 해독력과 풍열(風熱)을 발산시키는 효능이 강하여 감기로 인해 고열과 두통에 시달릴 때 안성맞춤의 치료약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발병의 근본 요인인 인스턴트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 비자연적인 식품을 금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필요하지만, 응급처치 수단으로 담두시를 이용한다면 부작용 없이 고열과 두통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할배가 일러준 담두시 만드는 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로 이 담두시는 감기로 인한 고열과 두통뿐만 아니라 번열(煩熱)이 있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불면증이 있을 때 사용해도 좋은 효과가 있다. 또한 발효된 약재라 소화시키기에도 좋다고 하겠다.
담두시 ▶재료 검은콩 15킬로그램, 천일염 6킬로그램, 상엽(桑葉=뽕나무잎) 1.5킬로그램, 청호(菁蒿=개똥쑥) 1.5킬로그램, 산초(山椒=조피나무열매) 1백50그램, 생강 1백80그램 ▶만드는 법 ① 상엽과 청호에 물을 재료 양의 3배를 붓고 은은한 불로 물이 반으로 졸 때까지 달인다. 다 달여지면 약재는 건져내고, 약물은 여과하여 불순물을 거른다. ② 걸러진 약물에 콩을 넣어 콩이 약물을 완전히 흡수할 때까지 둔다. ③ 콩이 약물을 다 흡수하면 대바구니에 담아 증기로 쪄서 익힌 다음 천일염과 산초를 섞어서 방안에 3일 동안 둔다. ④ 3일 후 생강을 잘게 썰어 콩과 고루 섞은 다음 항아리에 담는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꼭 닫고 섭씨 30~37 온도에 7~14일 동안 두어 콩을 띄운다. 이것을 햇볕에 말린 다음 조피나무열매를 골라 버린다. ▶복용법 하루 10~16그램을 달여서 복용하거나 가루약 또는 알약 형태로 복용한다. ▶처방 풀이 담두시의 주 재료인 검은 콩은 수정(水精) 기운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서 강한 해독력을 지니고 있다. 또 뽕잎은 풍열(風熱)을 없애고, 혈열(血熱)을 내리는 데 효능이 큰 약재이다. 청호는 허열(虛熱)을 없애는 데 효능이 큰 약재이다. 그리고 산초와 생강은 중초(中焦)를 따뜻하게 해주는 효능을 지닌 약재로 자칫 찬 성질의 약재로 인해 위장이 냉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담두시는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고 고열 두통과 번열로 인해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해소하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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