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기타

현훈증의 묘방 - ‘화담탕’

초암 정만순 2016. 8. 8. 11:46



현훈증의 묘방 - ‘화담탕’



담음으로 인해 생긴 어지럼증에 특효



■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멀쩡한 사람이 앉았다가 일어날 때 핑하고 어지러우면 빈혈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기립성 현기증은 저혈압 환자에게서도 생기는데, 주로 뇌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감소하여 나타난다. 그런데 낮이고 밤이고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 이상 어지럼증이 생긴다면 빈혈이 아니라 ‘현훈증(眩暈症)’ 이라고 봐야 한다. 현(眩)은 눈앞이 아찔해지는 자각 증상을 가리키고, 훈(暈)은 머리가 빙빙 돌아가는 듯하는 자각 증상을 가리킨다. 즉, 일반적으로 어찔어찔 어지러운 현기증과 달리 현훈증은 빙빙 돌면서 어지러운 증상이다.
어지럼증이 회전성이냐 비회전성이냐를 따지는 것은 그 원인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회전성인 경우는 일종의 중풍인 뇌간장애, 머리나 목을 다쳐서 나타나는 외상후유증, 우울증과 공포증 같은 정신신경과적 질환, 갱년기증후군, 자율신경실조증 등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회전성인 경우는 일종의 평형기능의 장애에 의해 나타난다. 따라서 현훈증이 있을 때는 휭휭 도는 회전감(回轉感)과 함께 몸이 붕 떠서 움직이는 부동감(浮動感), 눈앞이 캄캄해지는 안전암흑감(眼前暗黑感) 등이 동반된다. 현훈증이 있으면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도 어렵고 외출 시에는 차를 탈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서양의학에서는 현훈증을 메니에르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아직 병리와 생리 기전(機轉)을 완전히 밝히지 못했다. 현재까지는 귓속의 혈관장애로 인해 달팽이관 내에 있는 림프액의 압력이 높아져 생기는 증상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전통의학적으로는 현훈증이 담음(痰飮), 화열(火熱), 기허(氣虛), 혈허(血虛), 노인성, 혈압성 등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이 중 담음으로 인해 생기는 현훈증을 담훈(痰暈)이라고 한다. 담훈은 풍담(風痰)이나 화담(火痰)으로 인하여 야기된 것이다. 풍담은 풍증(風證)과 관련된 담이 간경(肝經)에 몰린 것을 말한다. 화담은 곧 열담(熱痰)으로 번열(煩熱)이 몹시 나서 담이 말라 뭉친 것이다. 담훈이 있으면 눈앞에 꽃잎이나 별 같은 것이 어른거리면서 어지럽고, 어깨와 등이 몹시 땅긴다. 몸이 무거워서 잠도 많아지며,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면서 침을 길게 흘리기도 한다. 또 자주 메스껍고 구역질까지 나며, 눈이 빠질 듯 아프면서 이명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통의학에서 말하는 담(痰)은 비생리적인 체액으로 오래 쌓이면 온 몸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한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본다면 육식이나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식생활로 인해 체내에 불순한 음식의 용해물이 쌓인 경우이다. 즉, 본래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먹을거리인 육류 음식을 섭취하면 동물성 지방질과 단백질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체내에 불순한 용해물로 축적되기 마련이다. 또 각종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면 체내에 화학 독소가 축적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피가 탁혈(濁血)과 독혈(毒血)로 오염되어 어혈이 생기게 된다. 어혈은 고혈압을 유발하고 뇌의 혈행을 방해하므로 뇌에 산소와 영양이 잘 공급되지 않아 심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 서울 종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였던 할배가 일러준 어지럼증에 대한 처방인 ‘화담탕(化痰湯)’이다. 이‘화담탕’을 일러준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렇게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이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에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다.

[화담탕(化痰湯)]


▶ 처방 내용 : 진피·반하·백복령·지각·공사인·맥아 각 8그램, 백출·창출·천궁·황금·백지·강활·인삼·우담남성·방풍·단삼·도인·울금·치자·나복자 각 4그램, 세신·일황련·택사·대황·감초 각 3그램, 생강 3쪽
▶ 법제법 : 반하는 생강 달인 물에 한 나절 담갔다가 말린다. 공사인·맥아·도인·나복자는 볶는다.
▶ 복용법 : 상기 약재를 1첩씩 달여 하루 3번 식후 30분에 복용한다.
▶ 처방 풀이 : ‘화담탕’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청훈화담탕(淸暈化痰湯)’에 기초한 것으로서 담훈을 다스리는 처방이다. 본 처방은 풍담이나 화담에 의한 현훈증을 청훈하고 치료한다. 진피가 이담(利膽) 작용을 하여 노폐물 배출을 촉진하고, 반하와 우담남성은 담을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또 백복령, 창출, 택사는 이뇨를 촉진하여 뇌혈류를 활발하게 한다. 따라서 이 처방은 담음을 삭여 어지럼증을 치료하는 데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