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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차멀미, ‘곽소탕’

초암 정만순 2016. 8. 7. 12:06



심한 차멀미, ‘곽소탕’


심한 차멀미, ‘곽소탕’ 복용하면 깨끗이 사라진다 
■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몸이 흔들릴 때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멀미라고 한다. 몸이 가만히 있어도 시야가 움직일 때 나타나기도 한다. 흔히 경험하는 멀미는 차나 배를 탔을 때와 같이 몸이 수동적으로 움직일 때이다. 멀미가 생기면 안색이 하얗게 되거나 누렇게 뜨고, 호흡과 맥박이 급해진다. 침이나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고, 손발이 싸늘해지기도 한다. 여자가 조금 더 많이 하고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어 50세 이후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3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이는 성인보다 멀미를 많이 하는 반면에 2세 이하의 유아는 멀미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한번 멀미를 하면 다음에 또 차나 배를 타면, 불안과 초조 등으로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후각과 시각 등의 요인이 더해지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서양의학은 멀미가 귓속에 있는 몸의 평형감각을 조절하는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서 자율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에 생긴다고 말한다. 즉, 자율신경이 흥분되면 그것이 뇌에 있는 중추에 반사되어 메스꺼움을 일으키고 게우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의 자율신경 흥분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화학 약을 처방하고 있다. 멀미를 예방한다고 알려진 화학 약의 형태는 패치, 물약, 알약, 가루약, 씹어 먹는 약 등이 있다. 이 화학 약들은 대부분 일반 의약품이라서 양의사의 처방전이 없어도 약국에서 아무나 구입할 수 있다. 다만 붙이는 화학 약은 부작용 사례가 자주 나타나서 전문 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다. 붙이는 멀미약을 손으로 만진 후 씻지 않고 눈에 댈 경우에는 동공이 확장되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수 있다. 또한 구갈, 졸음, 어지럼증, 구토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정신착란증상까지 나타난다. 그렇다고 일반 멀미약이라고 해서 부작용이 없는 것이 아니다. 보통 멀미약에는 구역을 억제하고, 잠을 자게 하기 위해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그 결과 발진, 발적, 가려움, 배뇨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임산부에게는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는 등 치명적이다.
전통의학에서는 멀미의 근본 원인을 비위(脾胃)가 상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멀미를 자주하는 사람은 평소에 안색이 하얗거나 누렇고, 몸이 호리호리하게 야윈 경우가 많다. 식사도 잘 못할 뿐만 아니라, 지구력도 많이 떨어진다. 또 사소한 일이나 보기 싫은 상황에도 금방 구역질을 한다. 남성의 경우에는 쉽게 지치고, 신경질이 많다. 여성의 경우는 월경 때 소화기 장애가 쉽게 나타난다. 아이들은 소화 흡수 능력의 저하로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하게 공급받지 못해 잘 크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공부를 하다가도 자꾸 조는 등 쉽게 지치는 모습을 보인다.
일상생활에서는 갑자기 차멀미를 하게 될 때 옆으로 누우면 멀미가 더 심해지므로 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좌석을 젖혀 눕는 것이 좋다. 아예 잠을 자면 위(胃)를 안정시켜 훨씬 나아진다. 차멀미를 할 때 멀미약이나 음식을 먹으면 위장을 더욱 자극하여 구토를 유발하거나, 어지럼증을 악화시키므로 어떤 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에 서울 종로에 약을 잘 짓던 할배가 일러준 차멀미 치료법이다.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볼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노인의 처방을 특별히 ‘할배방’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인데,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가 반드시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하였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에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다.


곽소탕(藿蘇湯)

▶ 처방 내용 : 곽향ㆍ소엽 각 6그램, 지각ㆍ지실ㆍ진피ㆍ반하 각 4그램, 백지ㆍ대복피ㆍ백복령ㆍ후박ㆍ백출ㆍ길경ㆍ감초 각 2그램, 생강 3쪽, 대추 2개

▶ 법제법 : 생강을 씻은 다음, 납작하게 썰어 프라이팬에 3센티미터 두께로 깔고, 그 위에 반하를 1센티미터 두께로 얹는다. 그리고 뚜껑을 덮고 은은한 불로 생강이 반쯤 타 들어갈 때까지 가열한다. 감초는 불에 구워서 쓴다. 원래 감초는 성미가 달고 평하지만, 불에 굽게 되면 성질이 약간 따뜻하게 변한다. 그래서 청열(淸熱)을 목적으로 쓸 때는 생용(生用)하고, 온중(溫中)하고자 하면 구워서 쓴다.

▶ 처방 해설 : ‘곽소탕’의 군약(君藥)인 곽향은 비위에 습이 정체되어 생긴 복부 창만,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을 치료한다. 소엽은 구토를 하거나 찬 음식을 먹어서 발생하는 소화불량증에 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