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기타

수족냉증의 묘방 ‘맥문동복령산’

초암 정만순 2016. 8. 16. 11:02


수족냉증의 묘방 ‘맥문동복령산’



손발 시린 냉증의 묘방 ‘맥문동복령산’


■ 자료 제공 : 천산거인


 가을 환절기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이 있다. 발끝이 시려 잠을 못 이루거나, 무릎과 허리가 끊어질 듯 시리다거나, 몸에서 찬바람이 술술 나오는 것 같다는 등 어려움을 호소한다. 밤에는 꼭 양말을 신은 채 잠자리에 들고, 낮에는 남몰래 가을부터 내복을 껴입기도 한다.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워 상대방이 놀랄까봐 악수를 기피하는 경우까지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누구나 추위를 느끼는 것이 당연하지만,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심하면 몸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원래 사람마다 추위를 느끼는 정도는 모두 다르다. 외부의 낮은 온도로부터 몸을 지키는 체지방이나 추위를 느끼는 감각신경, 혈관을 수축시켜 체온이 새나 가는 것을 막는 자율신경의 예민한 정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기 힘들 정도로 추위를 탄다면, 우선 갑상선 기능이 저하된 경우일 수 있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대표적 내분비기관이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대사 장애로 인해 체내 열 발생이 줄어들면서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 이때는 정신 집중이 되지 않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를 느끼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감각신경과 자율신경이 갑자기 예민해져도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커질 수 있다. 당뇨, 만성신부전, 영양결핍, 화학 항암제 투여를 받는 환자들이 그런 경우다. 갑상선과 신경계 이상의 경우에는 실제 체온이 낮아지지 않았는데도 추위를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냉증은 주로 손발에서 생기는데, 실제 낮아진 온도는 1도 안팎이지만 온도에 대한 민감도가 크기 때문에 매우 차게 느껴진다. 이는 주로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되어 일어나는 증상이다. 우리 몸은 전체 온도가 항상 일정한 범위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혈액이 몸 구석구석까지 흐르면서 열을 공급해 주는 것이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되면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손발부터 온도가 낮아진다. 혈액순환 장애는 자율신경계 기능의 이상으로 생긴다. 자율신경은 주위 온도가 올라가면 혈관을 확장해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온도가 내려가면 혈관을 수축시켜 열을 몸 안에 잡아 둔다. 자율신경계가 제 역할을 못하면 적절한 때 혈관 확장과 수축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특히 폐경이 된 여성에게서 수족냉증이 많이 나타난다.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멎게 되는데, 이와 동시에 혈관의 수축과 확장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해도에서 오랫동안 의업(醫業)을 했던 필자의 조부는 추위를 많이 타 고생하는 사람에게 ‘맥문동복령산’을 지어 주곤 했다.

이 처방은 추위가 심한 이북 지방에서 옛날부터 구전되어 온 것이었다. “10월부터 맥문동복령산을 지어 먹으면 동짓달부터 맨발로 다닌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효능이 뛰어났다. 만주를 누비며 일본군과 싸웠던 독립군들도 겨울이 다가오면 맥문동복령산을 만들어 먹으며 눈 속을 누볐다고 했다.
처방의 재료는 맥문동·백복령·계피 각 2백 그램, 구기자 1백 그램, 오미자·구감초·대추·건강 각 50그램이다. 만드는 방법은 이들 재료를 모두 섞어 곱게 가루 내면 끝이다. 이 가루를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4~5그램씩 따뜻한 물과 함께 마신다. 술 한 잔과 함께 복용해도 괜찮다. 예전의 이북 사람들은 찬바람이 불면 맥문동복령산 가루를 조금씩 넣어 수제비나 국수를 만들어 먹곤 했다. 추위를 예방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음식의 맛 또한 훨씬 구수했다.
맥문동은 전통의학에서 감기, 기침, 천식, 헛기침, 당뇨 등에 좋은 약재로 이용되고 있다. 성질이 약간 차갑지만 훌륭한 자양강장제로서 일시적으로 기력이 약해진 사람의 체력을 빠르게 회복시켜 준다. 백복령의 다당류는 면역부활작용이 뛰어나 비(脾)를 보하고, 담(痰)을 삭이는 효능이 있다. 구기자는 간신(肝腎)을 보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허리가 시큰시큰 아픈 데, 무릎에 맥이 없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오미자는 성질이 따뜻하여 신정(腎精)을 불려 줌으로써 중추신경 흥분작용, 피로회복 촉진, 심장혈관기능 강화 작용을 한다. 맥문동복령산은 손발이 시린 수족냉증은 물론 몸 전체가 유별나게 찬 사람 모두에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