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암

말기 폐암

초암 정만순 2016. 8. 17. 20:10


말기 폐암



말기 폐암, ‘수은 먹인 닭’으로 말끔히 고쳤다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몇년 전, 수수한 차림의 중년 부인이 멀리서 찾아왔다. 들어서면서 첫 마디가 “선생님이 고명하시다기에 맥을 좀 봐 달라고 왔어요.”하며 손목부터 내민다. 이것은 분명 의자(醫者)를 시험해 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불쾌한 기분도 들었지만, 한편으로 보면 그런 분일수록 전통의학을 신뢰하는 마음이 깊은 까닭에 함부로 거절할 수도 없었다. 아무 말도 묻지 않고 손목을 잡아 진맥을 했다. 내원 환자들은 대부분 맥만 보면 알 것이 아니냐고 대답을 하지만, 막상 맥을 짚고서 하나하나 물어보면 모두 대답하기 마련이다. 맥상(脈狀)과 형색(形色)을 참작해 가면서 병증에 필요한 대목을 문진(問診)하여 귀납하면 자연히 병증이 드러난다. 이 중년 부인의 경우 맥상은 삭(數)이 유력한데 우맥(右脈)보다 좌맥(左脈)이 약간 강한 것이 흡사 풍한(風寒)으로 인한 감기 같았다.
그러나 감기 정도를 가지고 명의를 찾아다닐 이유가 없는 듯하여 맥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안색은 창백하고 맥삭(脈數)한 것을 보니 열이 있는 모양이다. 순간적인 직감으로 폐결핵이 아니면 근막염(筋膜炎)이라 판단되었다. 맥을 놓고 흉진을 해 보니 좌흉부에 약간 압통을 호소하였다. 이에 문진(問診)을 시작하였다. 문진 결과 기침이 나고, 때때로 오한과 발열이 있으며, 가래가 나오다가는 고름이 끼어 나온다고 한다. 피는 나오지 않고, 고름을 토하면 비린내가 난다고 한다. 그동안 양방 치료를 받았으나 전혀 효과가 없어 한방 치료를 받고자 하여 친구와 의논했더니 여기를 가보라고 해서 왔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폐옹(肺癰)이라고 단정하고 처방을 했다.
폐옹은 폐부(肺部)에 생기는 옹양(癰瘍)을 일컫는 것으로 폐옹(肺雍)이라고도 하며, 폐가 굳거나 썩는 것을 말한다. 주된 증상은 기침이 나고, 숨이 차며, 가슴이 답답하고, 피고름을 뱉기도 한다. 오늘날의 말기 폐암 증상이 이에 해당한다. 전통의학에서는 풍열사독(風熱邪毒)을 외감(外感)하거나 풍한(風寒)이 열로 변하여 폐에 쌓임으로써 폐옹이 발생한다고 본다. 즉, 폐가 열에 의하여 뜨거워져 열이 옹체(壅滯)하고, 피가 맺혀 울결된 것이 오래되면 썩고 곪아 폐옹이 되는 것이다.
첫날 맥진과 문진을 마친 후 우선 고방에 나와 있는 ‘소농음(消膿飮)’ 10첩을 지어 주었다. 처음 진료하는 폐옹 환자다 보니 『동의보감』에 적힌 처방 중 가장 유력한 처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소농음’ 처방 내용은 남성 3.75그램, 길경·사간·천문동·박하·자소·행인·반하·방풍 각 1.8그램, 지모·패모·아교·천궁·생지황·상백피·백급·백지·감초 각 1.8그램, 오매 1개, 생강 7조각이다. 이것을 물로 끓여서 하루 한 첩씩 식후에 복용하도록 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환자가 내방해서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하여 ‘선방활명음(仙方活命飮)’ 10첩을 지어서 하루 2첩씩 복용한 후에 다시 내원하라고 일러주었다. 환자가 세 번째로 내방했으나, 역시 차도가 별로 없다고 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예전에 친구로부터 들었던 ‘수은계(水銀鷄)’라는 약을 마지막으로 처방해 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선방활명음’ 10첩에 ‘수은계’를 병복(屛服)하도록 했다. 그 결과 기침과 숨찬 증세가 많이 호전되는 것 같다고 해서 연속하여 동일한 처방을 하였다. 이렇게 5차례를 복용하였는데, 매번 복용할 때마다 현저한 효과가 나타나서 완쾌된 사례다. 수은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없으므로 안심하고 사용해도 좋다.


◎ 선방활명음(仙方活命飮)


▶ 처방 : 대황 18그램, 금은화 11그램, 당귀·양각자(良角刺)·진피 각 5.5그램, 유향·패모·천화분·백지·적작약·감초 각 3.75그램, 방풍 2.7그램, 몰약 1.8그램, 천산갑 3조각
▶ 복용법 : 물로 달여서 식후에 복용한다.

◎ 수은계(水銀鷄)


▶ 처방 : 수은 37.5그램, 납 30그램, 오래된 대계(大鷄) 1마리
▶ 법제법 : 납 30그램을 쇠그릇에 담아서 뜨거운 불로 녹인 다음 수은 37.5그램을 섞는다. 잘 섞이면 쇠그릇을 불에서 내려 급속히 냉각시킨다. 냉각되면 혼합된 수은과 납이 파삭파삭 부스러지는데, 이것을 밥알에 섞어서 하루 동안 굶긴 대계에게 수차례 나누어 먹인다. 만약 먹지 않을 경우 입을 벌려서 먹인다. 다 먹이고 나면 하루 동안 다시 굶겼다가 그 다음 날 약간 모이를 준다. 그리고 다시 하루가 지나 닭을 잡는다.
▶ 처방 풀이 : 닭의 내장을 제거하지 말고, 털만 뽑아야 한다. 피를 제거해서도 안 된다. 털만 뽑은 닭을 물 없이 냄비에 담은 후에 물이 가득 찬 솥에 냄비째 넣어서 센 불로 중탕을 한다. 푹 익힌 후에 냄비를 꺼내어 내장을 제거한 다음 냄비에 고인 피와 국물을 모두 마신다. 다 익은 후에 내장을 제거해야 피를 손실없이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