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최근 폐암으로 숨지는 사람이 많다. 세계보건기구 통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5천 명이다. 1년에 15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웬만한 대도시 인구가 1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폐암이 사망 원인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이처럼 폐암이 급증하는 이유는 공기와 식품이 화학물질에 심하게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폐는 외부에 노출된 장기로서 공기가 화학 중금속 물질에 오염되어 있으면 심각한 손상을 받는다. 여기에다 맹목적으로 복용하는 화학 약 역시 폐에 화학 독소를 축적시켜 폐암 유발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일은 앞으로 각종 호흡기 질환과 폐암이 더욱 증가하고, 고질화될 것이란 점이다. 이미 우리 사회가 서구의 화학 문명에 의해 구조적으로 장악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학물질에 오염되어 있는 생활환경과 그릇된 생활 습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의학에서는 폐암을 폐옹(肺雍)이라고 한다. 대개 폐가 굳거나 썩는 중증을 일컫는다. 주된 증상은 기침이 나고, 숨이 차며, 가슴이 답답하다. 피고름을 뱉기도 한다.
8년 전으로 기억한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54살의 남성이 내원했다. 육안으로 보기에 안색이 창백하고, 체격이 마른 것이 심한 병을 앓고 있음이 역력했다. 문진(問診)한 결과 얼마 전에 간염을 앓았다고 했다. 열이 있고, 기침을 하며, 우측에 흉통(胸痛)이 있다고 했다. 다량의 담(痰)을 토하고 있는데, 악취는 별로 없었다. 문진 결과만으로도 ‘폐옹이 틀림없다고 판단되었다. 복진(腹診)을 해 보니 직복근(直腹筋)이 팽팽했다. 설태(舌苔)는 옅고, 건조했다. 맥( )은 상당히 약했다. 소변색은 황색으로 조금 짙었다.
상기 병증을 확인하고 먼저 ‘길경탕(桔梗湯)’을 처방했다. 처방 내용을 공개하면 황기 5.5그램, 길경·패모·당귀·의이인·상백피·방풍 각 3.75그램, 감초절(甘草節)·백합·행인 각 3그램이다. 약재 중 의이인은 살짝 볶아서 쓴다. 이것을 하루에 1첩씩 달여서 3번 나누어 마시도록 했다. 환자는 10일 가까이 연락이 없다가 11일째 되는 날 찾아왔다. 환자는 처방해 준 약을 먹고 증세가 반감되었다고 했다. 해수(咳嗽)와 농담(膿痰)도 크게 줄어들고, 얼굴색도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확인됐다. 목이 항상 건조하면서 갈증 증세가 있고, 오한(惡寒)과 함께 떨리는 증상이 약간 있다고 하기에 ‘길경탕’에 시호·황금·인삼을 가미하여 20일간 복용하도록 했다. 이후 두 달이 지난 뒤 환자가 다시 찾아왔다. 환자는 기침도 안 나오고, 농양도 없어졌다고 기뻐하면서 엎드려 감사를 표했다. 환자는 현재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폐옹은 괴사 폐렴인 폐괴저(肺壞疽)를 포함한 것이다. 폐농양과 폐괴저 이 두 가지 병이 다 난치병이지만, 폐괴저가 더 위험하고 치료하기도 쉽지 않다. 두 병증의 차이점을 보면 폐농양의 담은 무취인데 반해, 폐괴저의 담은 악취가 난다. 또 폐괴저의 담을 관찰해 보면, 삼층(三層)으로 갈라져 있다. 위쪽 상층(上層)은 점액이나 농괴(膿塊)가 섞여 있다. 중층(中層)은 농괴 점액의 양이 가장 많다. 하층(下層)에는 황색의 불투명한 과립상물(顆粒狀物)이 보이는데, 그 속에는 백색이나 흑색의 점대(點大) 또는 과절대(瓜節大)의 괴저편(壞疽片)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 후한(後漢) 시대의 장중경이 지은 의서(古醫書) 『금궤요략(金 要略)』에는 폐농양과 폐괴저에 모두 구별 없이 ‘길경탕’을 처방하라고 되어 있다. 아울러 전통의학적 처방을 보면 폐 관련 질환 가운데 폐결핵과 폐옹은 처방 구성이 판이(判異)하다. 즉, 폐결핵 처방에는 길경제를 사용하지 않는 반면, 폐옹에는 길경제가 필수의 요방(要方)이 된다. 또 폐결핵이 자음강화제(滋陰降火劑)를 주된 약재로 처망하지만, 폐옹은 비농(批膿)·거담(祛痰)·소담(消痰)하는 약재를 위주로 처방한다. 폐옹은 천연 약물로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 확률이 높다. 이와 함께 자연식을 하고, 숲을 찾아가 맑은 공기를 심호흡하여 폐에 차 있는 독소를 뱉어 내면 완치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반면 그릇된 처치로 화학 독소가 더욱 쌓이면 치료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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