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소화기계

장출혈 ‘가미화혈탕’

초암 정만순 2016. 8. 17. 16:02


장출혈 ‘가미화혈탕’



심한 장출혈 ‘가미화혈탕’ 을 복용하면 뚝 그친다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대변을 볼 때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장풍장독(腸風臟毒)이라고 부른다. 장풍((腸風)으로 인한 하혈(下血)은 먼저 하혈을 한 후에 변이 나오므로 이를 일컬어 근혈(近血)이라고 한다. 장풍하혈을 할 경우에는 피의 색깔이 맑고 선명하다. 반면 장독하혈(臟毒下血)은 먼저 변을 본 후에 하혈을 하므로 원혈(遠血)이라고 한다. 장독으로 인한 하혈을 할 경우에는 피의 색깔이 탁하고 어두운데, 이는 사기(邪氣)가 밖에서 들어와 열독이 쌓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변을 본 후에 종이로 닦으면 손에 피가 묻어날 정도로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가 점점이 떨어지거나 물총같이 쏟아지기도 한다. 하혈하는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얼굴이 백짓장같이 하얗게 변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어지럼증이 너무 심해져서 걷기도 불가능할 정도로 중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장풍하혈이든 장독하혈이든 모두 장출혈의 일종이므로 치료법은 똑같이 습열로 인한 독을 제거하고 정냉(情冷)하게 하여 지혈제를 쓰는 것이 합당하다.
지난 해 6월에 신윤식이라는 52세 중년 남성이 내원하였다. 문진을 해 보니 선변후혈(先便後血)이었다. 중간 정도의 출혈을 나타내고, 대변 시에 피가 점점이 떨어지는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환자는 흔히 있는 증상이기에 ‘가미화혈탕(加味和血湯)’ 5첩을 투여했더니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피가 멈추었다.
신윤식 씨는 그 후에 내원한 적이 없어서 다 나은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 해 추석이 지난 뒤에 다시 내원하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명절을 맞아 고향인 청주에 내려갔다가 부드러운 육포를 여러 개 먹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다시 하혈이 시작되어 며칠 동안 서울로 올라오지도 못했다고 한다. 진찰을 해 보니 증상이 전과 다를 바 없어서 ‘가미화혈탕’을 5첩 복용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쉽게 하혈이 멈추지 않아 다시 5첩을 복용하도록 하여 모두 10첩을 계속해서 투여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혈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습열독을 제거하고, 정냉지혈(情冷止血)할 목적으로 ‘가미화혈탕’에 다소 약재를 가감하여 모두 20첩을 연속해서 복용하도록 했더니 겨우 지혈이 되었다. ‘화혈탕’ 처방은 혈변과 여성 하혈 등에 아주 잘 듣는 처방에 속하는데, 대개 3~5첩 정도면 장풍장독의 장출혈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신 씨는 장출혈이 또 재발했다면서 올 3월에 다시 내원하였다. 경험으로 미루어 이번에는 ‘화혈탕’을 꽤 강하게 처방하였다. 그러나 ‘화혈탕’으로는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처방을 써 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기만 했다. 백방으로 약을 구하고 연구를 했으나, 물총같이 하혈하는 것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는 사혈(射血)하는 양이 너무 많아져서 기혈이 쇠잔해지고, 어지럼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 환자는 본원의 단골손님으로 환자 자신도 필자에게만 의뢰하여 잘 연구해 달라고만 부탁하고 있었다. 필자도 나름대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치료해야겠는데, 오히려 증세가 더 심해지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선변후혈이니 장독으로 인한 하혈이 분명한데, 장독하혈에 대한 모든 처방을 다 써 보아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옛 고서를 뒤적이다가 하나의 처방을 발견했다. 고서에 이르기를 멧돼지의 장을 깨끗이 씻어서 쓰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멧돼지를 구할 길이 없어 집돼지의 직장(直腸)을 구하여 썼다. 여기에 심을 제거하되 껍질은 제거하지 않은 백연육(白蓮肉) 2냥을 넣고 백람(白藍)을 조금 가미하여 하루 3회 복용토록 했다. 그랬더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쪽같이 나았다. 그 후 회복을 위해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을 처방했더니 날로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혹시나 앞으로 재발할까 싶어 ‘보중익기탕’을 모두 복용하고 나서 연육을 2~3제 더 썼더니 그 후로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고 있다.


◎ 가미화혈탕(加味和血湯)

쪾처방 내용 : 연육(蓮肉) 12그램, 단삼(丹蔘)ㆍ측백엽(側柏葉)ㆍ아교주(阿膠珠)ㆍ생지황(生地黃)ㆍ목적(木賊) 각 8그램, 당귀(當歸)ㆍ백작약(白芍藥)ㆍ천궁(川芎) 각 6그램, 산약(山藥)ㆍ현삼(玄蔘)ㆍ백복령(白茯笭)ㆍ맥문동(麥門冬)ㆍ지유(地楡)ㆍ괴화(槐花)ㆍ형개수(荊芥穗) 각 4그램, 건강(乾薑)ㆍ황련(黃蓮)ㆍ치자(梔子) 각 2그램
쪾법제법 : 지유, 괴화, 형개수, 건강을 볶는다.
쪾복용법 : 돼지 창자를 깨끗이 씻어 푹 삶은 다음 기름을 걷어낸다. 그 물에 상기 약재를 넣고 달여 하루 3번 복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