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소화기계

만성 설사,‘가미백출산’

초암 정만순 2016. 8. 17. 09:51


만성 설사,‘가미백출산’ 


 

만성 설사,‘가미백출산’  쓰면 즉효 볼 수 있다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전통의학에서는 설사가 육음(六淫)과 식적(食積), 담(痰), 비위 허약, 명문(命門) 화(火)의 쇠약, 칠정내상(七情內傷) 등으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본다. 또는 비위(脾胃)의 기능이나 소장의 청탁(淸濁) 분리 기능이 장애되어 생기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습사(濕邪)와 비위 기능 장애의 원인을 찾아 변증해서 설사를 치료한다.
전통의학의 치료 원리를 적용해 만성 설사증을 앓아 온 환자를 낫게 한 기억이 있다. 6년 전에 37살의 한 남성이 내원했다. 그는 결혼한 지 2년째 되던 해부터 장질부사(腸疾扶斯)로 두 달 동안 큰 고통을 겪기 시작해 10년이 지나도록 설사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백방으로 치료 방법을 찾다가 지인의 소개로 필자를 찾아오게 됐다고 한다.
필자는 문진을 통해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확인했다. 환자의 기골(氣骨)은 장대(長大)했다. 그러나 얼굴은 무척 수척한 상태였다. 한마디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환자 자신도 신체가 매우 허약하고, 기절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그는 10년 동안 설사병을 앓아 오면서 양방 병원과 한방에서 좋다고 하는 약을 안 써 본 것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양방 병원에서 처방해 준 대로 지사제 등 화학 약을 여러 차례 먹었지만 전혀 낫지를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화학 약의 부작용으로 구토와 메스꺼움에 시달리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필자는 환자의 상태를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맥진(脈診)과 복진(腹診)을 했다. 그 결과 위장과 비장에 문제가 있어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1차 처방으로 ‘가미백출산(加味白朮散)’ 8첩을 지어 주었다. 그리고 육류를 비롯해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 등 비자연적인 음식을 절대 금하라고 단단히 일렀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난 뒤 환자가 다시 내원했다. 그는 필자가 처방해 준 약을 먹고, 10년간 고생했던 만성 설사증이 완치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보약을 추가로 처방해 달라고 하기에 보약 2제를 지어 주었다. 이후 환자는 만성 설사증이 완치되어 음식도 잘 먹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전해 왔다.


또 다른 사례는 3살 유아가 6~7개월 동안 설사로 고생하고 있다며 아기 엄마가 내원했다. 유아를 문진한 후 ‘가미백출산’ 2첩을 지어 주었다. 아기 엄마는 아기에게 한 첩 정도를 먹이고 나서 유아의 설사증이 멎었다며 찾아와 감사를 표했다.
앞서 두 사례에서 보듯이 필자가 처방한 ‘가미백출산’은 대인과 소인을 막론하고 설사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처방 내용은 백출 12그램, 후박 8그램, 진피·산사·목향·건강(乾薑)·백복령·반하·가자(詞子)·육두구(肉豆久) 각 4그램, 빈랑(檳?)·신약·구감초 각 3그램, 갈근 4그램이다. 복용 방법은 하루 한 첩씩 달여서 마신다. 이 처방의 주된 약재인 백출은 비기(脾氣)를 보(補)하고, 식욕을 돋우며,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다. 또 습(濕)을 없애고, 담(痰)을 삭이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만성 위염과 만성 소·대장염, 식체, 구토, 담음에 신묘한 효과를 발휘한다. 후박은 습과 담을 없애면서 비위를 덥혀 준다. 진피 역시 열을 내리고, 습을 없애 위와 비장의 기능을 개선한다. 빈랑은 살충과 억균 작용을 통해 이질과 설사 등을 치료한다. 산사는 음식을 소화시키고, 기혈을 잘 통하게 한다. 비(脾)를 보하면서 이질 설사를 낫게 하는 작용을 한다.


이와 별도로 설사병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백출산’을 응용한 ‘백출고’가 있다. 처방 내용은 백출 600그램, 진피 봉밀 각 150그램이다. 처방 약재 중 백출은 약한 불로 말려서 쓴다. 그리고 봉밀을 제외한 나머지 약재들은 물로 충분히 달여 찌꺼기를 짜서 버리고, 봉밀을 넣어 다시 졸여서 약엿처럼 만든다. 복용 방법은 한 번에 20~30알씩 미지근한 물로 복용한다. 이 처방은 내상(內傷)으로 비위의 기능이 약해져 식욕이 없고, 잘 먹지 못하며, 소화가 안 되면서 설사를 하는 데 즉효가 있다.
필자는 앞서 두 사례에서 보았듯이 오늘날 만성 설사증의 가장 큰 원인은 육류와 화학 첨가제제로 가공한 식품 등 서구식의 비자연적인 음식물의 섭취다. 따라서 만성 설사증을 보다 빠르게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식생활을 우리 전통의 자연적인 식생활로 개선시켜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천연 약물을 사용하면 병증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