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소화기계

음주로 인한 위출혈 ‘선학초탕’

초암 정만순 2016. 8. 17. 13:30



음주로 인한 위출혈 ‘선학초탕’


음주로 인한 위출혈 ‘선학초탕’ 과 ‘족삼리’침으로 완치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위출혈(胃出血)은 위(胃)에 염증이 생겨 피가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위출혈이 있으면 증상이 토혈(吐血)과 흑색 변의 형태로 나타난다. 토혈은 피를 토하는 것으로 암적색 또는 커피 찌꺼기와 같은 색깔의 분비물이 함께 나온다. 위장 질환에 의한 경우 위출혈뿐만 아니라 속 쓰림, 소화불량, 잦은 트림, 복부 팽만감, 현기증, 가슴이 두근거림, 어지러움,, 호흡곤란 등이 함께 나타난다. 또 소변이 누렇거나 붉고, 대변이 굳다.
위출혈은 주로 위장에 열사(熱邪)가 침범해 발생한다. 열사가 침범하면 위염이나 위궤양, 위종양 등 위장 관련 질환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위출혈이 발생한다. 열사는 장기간 과도한 음주나, 화학 약의 복용 등에 의해 생긴다.
필자가 경험한 위출혈 치료 사례는 과도한 음주에 의한 위장의 손상으로 발생한 것이었다. 10년 전 무역업을 하는 55살의 중년 남자가 새벽에 갑자기 입으로 많은 양의 피를 토하는 일이 생겨 내원했다. 문진한 결과, 환자는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폭음을 했다. 이런 습관이 15년간 이어졌으며, 담배도 하루 두 갑 이상 피웠다.
필자가 정밀하게 진단한 결과 안색이 조홍색(潮紅色)이고, 맥박아 홍삭(洪數)이며, 혈압이 200을 넘었다. 또 설태(舌苔)가 황색이고, 입술이 심자색(深紫色)이었다. 여기에다 담(痰)에는 혈응괴상(血凝塊狀)이 함유(含有)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입과 코로 배출되는 흑색의 혈액에는 식물(食物)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울러 상복창만(上腹脹滿)과 번조불안(煩躁不安) 등이 있었다.


이에 따라 필자는 술에 의한 복합적인 위(胃)의 열증(熱症)으로 판단하고 ‘선학초탕’을 처방했다. 처방 내용은 선학초·생지황 각 118그램, 목단피·백작약·우슬·황련·석고(石膏) 각 30그램, 감초 19그램이다. 이 약재를 약간 진하게 달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공복에 복용하도록 했다. 아울러 육류를 비롯해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 등 서구식의 비자연적인 음식을 금하고, 현미 쌀로 만든 미음을 먹도록 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오히려 토혈의 양이 더 많아지고 멈추지 않았다. 환자를 다시 관찰한 결과 체온이 섭씨 55도 가까이 오르고, 맥박도 홍삭유력(洪數有力)했으며, 안색도 조홍색이었다. 필자는 고민을 하다 환자를 입원시킨 다음 앞서 처방했던 약재에 산사육 100그램을 가미하여 달여서 복용하도록 했다.

또한 족삼리(足三里) 혈에 직자(直刺)하는 방법으로 자침하여 10분 호흡할 동안 유침(留針)했다.


다음날도 체온과 맥박에 변함이 없고, 토혈만 멈췄다. 설태와 소변 양은 정상을 되찾았다. 대변은 흑색으로 설사를 겸해 하루에 5~6번 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치료 방제를 다시 바꿔 처방 약재에 석고와 택사 19그램을 가미하여 달여서 복용하도록 했다. 이번에도 족삼리 혈에 10분 호흡할 동안 유침했다.
이렇게 4일째 치료하자 환자의 체온이 내려가기 시작하고, 맥박도 90으로 뚝 떨어졌다. 또 대변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혀는 계속 건조한 상태를 보였다. 이번에는 선학초·백작약·천문동·상엽(桑葉)·택사·복령(茯笭)각 19그램, 생지황 100그램, 감초 10그램을 처방했다. 아울러 하루 전과 같이 족삼리에 자침하여 유침했다.
토혈이 발생한 지 7일째 되던 날 드디어 맥박과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제반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하고 침구 치료는 중단했다. 이어 치료 8일째 되는 날 모든 증상이 정상으로 회복되어 해주이뇨(解酒利尿) 위주의 약재와 응혈강장지제(凝血强壯之劑)를 한꺼번에 투여했다. 이 처방은 갈근 200그램, 목통·복령 각 100그램, 선학초 19그램, 감초 10그램으로 하루 3번에 나누어 복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위출혈 관련 모든 증상이 없어지면서 건강 상태가 회복되었다.
그러나 치료 열흘째가 되던 날 다리에 약간의 유종이 발견되었다. 환자의 소변을 검사한 결과 공백(白)이 약간 있어 만성 신장염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일단 환자에게 서구식의 비자연적인 음식을 금하고, ‘평위산(平胃散)’과 ‘오금산(五芩散)’을 합제(合劑)해 투여했다. 합제 처방 내용은 후박·반하 각 19그램, 진피·감초 각 7.5그램, 창출·계피 각 15그램, 주령(朱令)·백출·택사·복령 각 7.5그램이다. 이 약재를 하루 2첩씩 공복에 복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10여 일간 여러 가지 방법의 약재와 침법을 통해 위출혈과 다리의 유종을 완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