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부인계

자궁외 임신, ‘도인승기탕’

초암 정만순 2016. 8. 17. 15:56


자궁외 임신, ‘도인승기탕’


자궁외 임신, ‘도인승기탕’ 쓰면 이상 증세 해소 /1504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몇 년 전 37살 여성 환자가 불임증을 이유로 내원한 적이 있었다. 3대 독자인 남자와 결혼한 후 10년이 넘도록 자녀가 없어서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과거 임질(淋疾)에 걸렸던 적도 있었고, 생리 전에 발생하는 복통이 오래된 고질병이라고 했다. 내원하기 30일 전에도 소량의 경행(經行)이 3~4일간 있었는데, 그때도 역시 요복통(腰腹痛)이 있었다고 한다.
복진을 해 보니 좌 하복부에 작은 혈괴(血塊)가 촉진되고, 압통을 호소했다. 복부는 비교적 부드러웠다. 몸이 전반적으로 쇠약하고, 맥도 세약(細弱)했다. 이에 당귀·천궁·백작약·숙지황 각 5.5그램, 오약·향부자·도인·홍화·목단피·감초 각 3.75그램으로 ‘가미사물탕(加味四物湯)’을 지어 10첩을 처방했다.
상기 환자는 5일이 지나서 다시 내원했는데, 그동안 혈괴가 흘러나오면서 한열(寒熱)이 왕래했다고 한다. 이웃집 여성이 그 혈괴를 보고 유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진(誤診) 투약으로 하태(下胎)를 의심하는 것 같아서 입장이 곤란했다. 하지만 내원하기 전에 이미 요복통을 수반하는 경행이 있었다는 점과 하복부의 촉통(觸痛), 그리고 10년 동안의 불임 등으로 미루어 보아 임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열왕래를 치료할 목적으로 이번에는 시호·생지황 각 7.5그램, 당귀·천궁·적작약·황련·오약·향부자 각 3.75그램, 인삼·반하·감초 각 2그램으로 ‘가미시사탕(加味柴四湯)’을 지어 6첩을 처방했다.
환자는 다시 3일 후에 내원했는데, ‘가미시사탕’을 복용한 후로 한열왕래는 없는 대신 심복부와 하복부의 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게다가 변비까지 심해졌다. 이에 혈기(血氣)가 충심(衝心)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현호색·적작약·천련자·삼릉·봉출·후박·당귀·황련·천궁·길경·관계·빈랑·대황 각 3.75그램, 감초 2그램으로 ‘연호색탕(延胡索湯)’을 지어 5첩 처방했다. 환자는 다시 3일이 지나 내원해서는 심복통은 나아졌으나, 하복통은 더 심해졌다고 했다. 게다가 소변까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다시 도인·반하·당귀·우슬·계심·인삼·포황·목단피·천궁·택란 각 3.75그램, 적작약·생지황 각 5.5그램, 감초 3그램으로 ‘도인전(桃仁煎)’을 지어 5첩 처방했다.
하지만 5일이 지나서 내원한 환자는 오히려 병세가 더 가증되고, 몸이 더욱 쇠약해져 있었다. 소변만 조금 나아졌을 뿐 좌하복부 및 요부의 심한 동통으로 일어서거나 눕는 것조차 어렵게 되었다. 그 동안에 하혈도 있을 만큼 있었고, 모든 것으로 보아 요복통이 증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허약한 몸에 거어혈(去瘀血)한 것이 탈이었던가 싶어 온보(溫補)로 처방을 바꾸기로 했다. 이에 당귀 7.5그램에 계지 5.5그램, 백작약 11그램, 감초 3.75그램으로 ‘내보당귀건중탕(內補當歸建中湯)’을 지어 처방했다. 하지만 10일이 지나도 병세에는 차도가 없었다.
그 후 한참이 지나서 알게 된 일이지만, 환자는 양방 병원에서 자궁외임신으로 판정을 받고 사태(死胎)를 수란관(輸卵管)에서 적출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투약 당시부터 쇠약했던 환자라 준하제(峻下劑)를 삼갔던 것인데, 처음부터 ‘도인승기탕(桃仁承氣湯)’을 투여했더라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동안의 불임증을 가진데다가 요복통이 심한 경행이 1개월 전까지 있었으니 자궁외임신으로 판단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절제수술을 한 병원에서도 방사선과 기타의 검사를 통해 난소나 수란관 종양으로 진단했다가 사태를 적출한 후에야 자궁외임신으로 진단했다고 한다. 웬만한 자궁 질환이면 전통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자궁외임신으로 절제수술을 한 줄도 모르고 엉뚱하게 처방하여 시간만 낭비했으니 필자를 신뢰했던 환자에게 미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은 임상에서 속단과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함이다. 환자의 증상은 ‘도인승기탕(桃仁承氣湯)’을 복용하고 진정되었다. 처방 내용은 대황 12그램, 도인 10그램, 계심(桂心)·망초(芒硝) 각 8그램, 감초 4그램이다. 이 처방은 혈결(血結)로 방광이 순환하지 못해 아랫배를 촉진했을 때 덩어리가 만져지고 통증을 호소하는 소복급결(小腹急結)에 특효가 있다. 대황은 맨 뒤에 넣어서 달이고, 망초는 탕제에 우려서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