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10년 전 젊은 부인이 결혼한 지 11년이 되도록 임신을 하지 못해 내원했다. 문진한 결과 특별한 병적 요소는 없었고, 자궁의 전굴(前屈)이 매우 특이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환 자를 다시 정밀하게 복진(腹診)한 결과, 자궁이 좌굴(左屈)되어 유착되어 있었고, 하복부가 매우 냉(冷)했다.
필자는 진단 결과를 토대로 일단 자궁 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삼초경(三焦 經)의 원혈(原穴)인 양지(陽地)와 복부의 중원(中院) 혈에 각각 7장씩 뜸을 뜨고,‘난간전(煖肝煎)’ 20첩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리
고 그 다음날 오전에 자궁을 검진했다. 그랬더니 자궁이 정상 위치로 돌아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환자에게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난간전’을 규칙 적으로 복용하라고 일러주고 귀 가시켰다. 그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환자의 경과가 궁금하던 중에 어느 날 한 부인이 어린아이를 업고 내원해 인사를 하면서 5년 전 에 치료를 받고 임신을 하여 아이 둘을 낳 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또 한 번은 일본에서 개업했을 당시 일 본의 한 항구 시설에 근무하는 재일교포 부인이 명절 때만 되면 복부가 차면서 아 프고, 여름철에는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 아 심신이 매우 불쾌한 증상이 있다고 했 다. 겨울에 냉통증(冷痛症)이 오고 여름에는 서기열(暑氣熱)이 견
디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온난지제(溫煖之劑)를 주요 처방으로 결정하고, 이를 가 미한 난간전 10첩을 처방 해서 복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여 일이 지 난 후 환자로부터 편지가 왔다. 그 내용은 처방해 준 약을 복용한 뒤 식욕이 좋아지고, 하복부의 냉통 증이 모두 없어졌다고 했다. 또 항상 불쾌감을 주던 대하증(帶下症)도 거의 완치됐다며 10첩을 더 지어 달 라는 것이었다. 10개월쯤 지나 환자가 사는 지역에 왕진을 다녀오는 길에 들렀 더니 환자 가족이 반기며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환자는 처방 약을 모두 복용한 뒤 10년간 앓아 온 하복부 통증 등 만성 고질병이 완치됐다고 했다. 또한 16년 동 안 난산을 한 뒤 아이를 갖지 못했는데, 아이를 임신해 5개월이 됐다고 했다.
위 사례를 종합해 보면 불임증은 혈소 (血少)와 혈불행(血不行), 기불순(氣不順) 으로 인한 자궁부의 한냉(寒冷)과 나입관 (喇 管)의 협착(狹窄) 등으로 난자가 자 궁부에 유착되지 못해서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궁 위치가 올바르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를 반듯하게 일자로 눕힌 다음 배꼽 중심으로 아래쪽을 지압하여 판정한다. 자궁이 좌우로 굴곡屈曲)되었 을 때는 정중선, 즉 배꼽과 직선으로 된 부분이 푹 꺼져 있어 매우 공허하다. 또 좌굴되었을 때는 정중선으로부터 1촌 부 분에 딱딱한 것이 만져진다. 반면 우굴되 었을 때는 정중선으로부터 1촌 부분에 딱 딱한 것이 촉진된다.
치료 방법은 우굴의 경우 우수(右手) 쪽 양지(陽地)와 중원(中院) 혈에 1회에 7장 씩 10회~15회 시구(施炙)하고, 좌굴은 좌 수(左手) 쪽 양지 혈에 1회에 7장씩 10회~15회 시구한다. 이 치료법을 응용해 자 궁 위치가 올바르지 않은 30여 명의 환자 에게 시구한 결과 95퍼센트 이상의 효과 를 보았다. 이와 함께 보조 치료법으로 ‘난간전’10~20첩을 복용시켰다. 뜸을뜰 때는 시간의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오후 4시쯤 뜸을 뜨면 그 다음날 오전 식사 전에 자궁 위치가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옛 의서에는 불임증에‘천금조경환(千 金調經丸)’과‘조경종옥탕(調經腫玉湯)’ 등을 사용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 하였다. 그러나‘난간전’처방은 자궁이 좌우굴(左右屈)된 경우는 물론, 다른 원인 에 의한 불임증에도 회임을 시킨 증례가 30번 이상이나 되는 신묘한 처방이다.
‘난간전’의 처방 내용은 구기자 11.25그 램, 당귀·백복령·오약·향부자·목화 씨·소회향 각 7.5그램, 육계·현호색·도 인·건강·목향 각 3.75그램이다. 이 처방 의 구성을 보면 구기자와 당귀, 소회향이 정혈(精血)과 호르몬을 증강시킨다. 또 목 향·향부자·오약·목화씨·현호색 등이 강력한 순기제(順氣濟)로서 협착된 나입 관(喇 管)을 넓혀 주는 작용을 한다. 건 강(乾薑)·오약·육계·향부자 등은 온난 인도지제(溫煖引導之劑)로서 심경(心經) 의 기(氣)를 하복부로 유도하는 작용을 한 다. 특히 건강은 위한(胃寒)과 곽란, 복통, 설사를 멈추게 하는 작용을 한다. 또 오 약은 기의 순환을 촉진하고, 위를 따뜻하 게 하며 한사(寒邪)를 없애고 통증을 멎게 한다.‘난간전’은 간신(肝腎)의 허한(虛 寒)으로 나타나는 소복통과 산기(疝氣) 등 을 치료하면서 하초(下焦)의 허한을 치료 하는 신묘한 처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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