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논과 개울에 가면 미꾸라지를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때 동네 아이들과 함께 개울가에 나가 미꾸라지를 잡던 일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지금은 화학 농약 등으로 논과 개울이 오염되어 미꾸라지를 찾아볼 수 없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오늘날 미꾸라지는 보신(補身) 음식인 추어탕의 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다. 대개 남성들이 여름철에 양기(陽氣)를 돋우기 위해 즐겨 먹고 있다. 실제 의서를 보아도 양기가 부족할 때 미꾸라지를 하루에 20마리씩 끓여 먹으면 좋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미꾸라지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좋은 식품이자 약이다. 특히 여성의 유방질환에 활용하면 좋은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예전에 황해도에서 의업(醫業)을 하셨던 조부님은 여성들이 유방이 아파서 오면, 집에 돌아가 미꾸라지를 이용하여 치료하라고 여러 가지 방법을 일러주었다. 이에 대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유선염과 유방염, 그리고 임파선염과 생리 후 유방이 땡땡하게 붓는 경우에는 ‘추어환’이 효과적이다. 만드는 방법은 미꾸라지를 잡아서 소금물에 넣어 해감을 시킨 다음, 깨끗이 씻어 말린다. 그리고 미꾸라지 100그램에 감초 30그램과 계피 10그램, 건강(乾薑) 20그램을 넣어 곱게 분말한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건강을 100그램 정도로 늘려 넣는다. 이것을 찹쌀풀로 오동나무씨 크기의 환을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20~30환씩 복용한다. 꾸준히 복용하면 열과 부기가 내리고, 염증이 사라진다. 단, 양식한 미꾸라지를 쓰면 효과가 없다. 반드시 자연산 미꾸라지를 구해 써야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외치법을 겸하면 더욱 큰 효과가 있는데, 방법은 먼저 산 미꾸라지를 소금물에 넣어 해감을 시킨다. 그러고 나서 미꾸라지를 찧은 다음, 여기에 천일염과 밀가루를 넣어 잘 반죽한다. 이것을 천에 발라 유종이나 염증에 붙인다. 어지간한 경우는 하룻밤 만에 부기와 통증이 내리는 효과가 있다. 한편 미꾸라지의 피 역시 종기나 염증 치료에 좋은 효과가 있다. 방법은 산 미꾸라지의 목을 자르면 피가 한 방울 정도 떨어진다. 이것을 잘 말려 곱게 갈아 종기나 염증에 바르면 된다.
이밖에 생인손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미꾸라지의 배를 갈라 뼈를 빼낸 뒤 껍질 쪽을 손가락에 감아 둔다. 그리고 마르기 전에 새것으로 갈아 붙이길 계속하면 통증이 멎고, 환부가 곪아 고름이 나오면서 낫는다. 이 방법은 타박으로 인한 부종, 이하선염, 치통, 연주창, 종기 등에 활용해도 효과적이다. 이상과 같이 미꾸라지는 종기나 염증으로 인한 여러 가지 질환에 효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의서에도 설명되어 있지 않다. 미꾸라지의 성분 또한 밝혀져 있지 않아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만 미꾸라지에는 미끄러운 타액이 많은데, 이 성분이 콜라겐이라는 점이다. 이 콜라겐은 세포의 막을 형성하는 주요 성분으로서, 세포 기능의 활성화와 세포의 생신(生新)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이런 점에서 미꾸라지가 지닌 콜라겐이 인체 조직을 재생시켜 종기나 염증으로 인한 여러 가지 질환에 효과를 발휘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참고로 콜라겐은 피부를 탄력 있게 해 주는 효과와 퇴화된 연골을 재생시켜 주는 효과가 연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