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제공 : 천산거인
해마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출산 시기 역시 뒤로 밀려 35세 이상의 고령 임신이 크게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산이 잦아지고 불임 또한 늘어난다는 점이다. 여성 나이가 35~44세인 부부의 약 30퍼센트가 불임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출산율을 낮추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06명으로 초저출산 사회로 분류된다. 한 가구당 자녀 1명꼴이며, 세계 222개국 가운데 최하위인 217위다. 오는 2020년쯤부터는 총인구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임은 정상적인 부부가 결혼 후 피임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은 부부 생활을 꾸준히 유지할 경우 6개월 내에 80∼90퍼센트가 임신을 한다. 그리고 1년 이상이 지나면 95퍼센트 정도는 임신을 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불임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자궁의 건강이다. 보통 나이가 들면 자궁이 냉해지면서 손발과 아랫배가 찬 경우가 많다. 심하면 밑에서 찬바람이 돌 정도로 찬 기운이 느껴진다. 이렇게 자궁이 차거나 습하면 생리가 불규칙하게 되며, 비록 생리가 정상적이라 하더라도 임신이 어렵게 된다. 자궁과 더불어 불임과 큰 관련이 있는 장부는 신장(腎臟)이다. 신장의 기능이 허해지면 하복부가 따뜻하지 않아 생식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려면 얼었던 땅이 풀려 흙이 부드러워져야 하는 것처럼, 배란 및 수정과 착상이 이루어지려면 신장의 양(陽) 기운이 아랫배를 따뜻하게 덥혀 주어야 한다. 또한 신장은 자궁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서 신장 기능이 순조롭지 못하면 난소 기능이 저하된다. 따라서 생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손발이 차고 허리나 무릎이 시큰거리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간(肝) 기능 역시 임신에 중요하다.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간의 기능이 울체되면 뭉친 간의 기운이 자궁과 난소의 기능에 영향을 줘 생리 불순이나 생리통,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불임 여성들의 경우 가슴이 답답하고, 옆구리가 당기며, 하복부가 뻐근하고,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즉, 간의 기운이 원활하게 통하지 않으면 내분비계통은 물론, 여성의 생식기 계통의 기능을 조절하는 임맥(任脈)과 충맥(衝脈)의 기운이 나빠져 불임이 나타날 수 있다. 임신을 했다가도 태아가 자꾸 떨어져 나가는 습관성 유산도 이 임맥과 충맥의 부실, 그리고 비장과 신장의 기운 부족으로 나타난다. 대개 유산되기 전에는 태동(胎動) 또는 태루(胎漏)라는 전구증상(前驅症狀)이 나타난다. 즉, 배가 몹시 아프거나, 자궁에서 하혈(下血) 증상이 나타나면서 결국 유산되고 마는 것이다.
황해도에서 오랫동안 의업(醫業)을 했던 필자의 조부는 유산이 잦거나 불임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오면 ‘구패탕(貝湯)’ 혹은 ‘패모구계탕(貝母鷄湯)’이라고 하는 처방을 주어 자식을 얻는 기쁨을 누리게 했다. 처방 내용은 500~600그램의 닭 1마리, 생부추 300그램, 패모 50그램이다. 이들 재료에 물 5~6리터를 붓고 물이 3리터로 줄 때까지 달인다. 그리고 국물을 한 번에 100cc씩 하루 3번, 식사 중간이나 식후 1시간 뒤에 마신다. 닭고기는 따로 건져서 먹어도 된다. 이 처방은 백혈구와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여 원인 모를 어지럼증, 춘곤증, 기관지 질환에도 효능이 있다. 닭고기는 간장 기능을 강화시켜 주고, 임신부에게 필요한 단백질과 필수 지방산이 풍부하다. 중국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말하기를 “닭은 그 종류가 매우 많은데, 꼬리가 긴 조선의 장미계(長尾鷄)가 가장 좋다.”고 했다. 부추는 오신채(五辛菜)로 꼽힐 만큼 매운 성미의 채소로 체내의 냉기를 쫓아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패모는 폐를 보하여 기침과 가래를 멈추는 약초인데, 옛날 폐가 약해 유산하던 여인이 이것을 먹고 순산했다고 하여 보배의 한자어인 ‘보패(寶貝)’와 ‘모(母)’를 합해 ‘패모(貝母)’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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