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제공 : 천산거인
“겨울만 되면 기침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잔다.” “일 년 내내 목에서 가래가 끊일 날이 없는데 겨울엔 더 심하다.” 이렇게 기침과 가래로 고생하는 사람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 기침이나 가래 자체도 힘들지만 목구멍이 찢어질 듯 아프고, 가슴에서 복부까지 뻣뻣하게 당겨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든 통증이 수반된다. 기침은 호흡기계인 목·기관·기관지 등의 기도점막에 분포되어 있는 신경의 말초가 자극을 받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가래란 이때 발생하는 기도의 분비물이다. 전통의학에서는 보통 ‘해수(咳嗽)’라고 부르는데, ‘해(咳)’는 기침은 있으나 가래가 없는 것을 말한다. ‘수(嗽)’는 기침은 없고, 가래가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보통 기침과 가래가 동시에 존재하므로 예로부터 둘을 합쳐 해수라고 지칭해 오고 있다. 기침이나 가래는 기관지 내에 이물질이 있거나, 점막의 분비물이 많을 때 발생한다. 이는 호흡기 내부를 깨끗이 하고자 하는 인체 자체의 반사작용이다. 대개 화학물질이나 먼지 등에 오염된 공기를 호흡할 때, 또는 비자연적인 식생활로 인해 폐에 불순한 습(濕)이 찰 때 발생한다. 전통의학에서는 기침과 가래가 생기는 이유를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구분한다. 외부적 요인은 4계절의 기후 변화에 인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호흡기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내부적 요인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간장 기능장애나, 술·기름진 음식·과식 등으로 인한 소화기 장애가 대표적이다. 과로와 지나친 성생활 등으로 인해 신장 기능장애가 있을 때도 해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기침과 가래의 증상과 오장(五臟)에서 나타나는 증후를 관련지어 보면, 기침할 때 옆구리가 아픈 것은 간장 기능장애로 인한 것이고, 허리가 아픈 것은 신장 기능장애로 인한 것이다. 또 가슴이 아픈 것은 심장 기능장애이고, 가래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소화기 기능장애이다. 이처럼 폐(肺)는 글자에서 보는 것처럼 인체의 시장(市場)으로서 오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기를 호흡하여 오장에 천기(天氣)를 공급하면서 인체의 기(氣)를 상하로 조절하는 숙강(肅降) 기능을 담당한다. 기침과 가래는 이 숙강 기능의 조절이 안 돼 발생한다.
황해도에서 오랫동안 의업(醫業)을 했던 필자의 조부는 겨울철에 해수 환자가 오면 항상 ‘거담탕(祛痰湯)’을 처방하여 낫도록 했다.
‘거담탕’의 재료는 금은화·사과(絲瓜) 각 2그램, 연교·방풍·전호·형개·생지황·맥문동·차전자 각 1.3그램, 마늘 1쪽, 생강 2쪽이다. 이들 재료에 물 1리터를 부어 푹 달여서 하루 세 번 식후 1시간마다 복용한다. 고질적으로 끊이지 않는 악성 기침과 가래가 있을 때도 거담탕을 5~10일분을 달여 먹으면 특효를 볼 수 있다. 금은화(金銀花)는 인동덩굴의 꽃으로 특이한 냄새가 나는데, 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냄새를 풍기는 성분에 강력한 항균작용이 있어 폐렴쌍구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각종 세균의 발육을 막는다. 또 항염증에도 효능이 있어 염증의 확산을 막으면서 해열과 백혈구 탐식(貪食) 작용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금은화는 외감성(外感性)으로 인해 열이 발생하여 온몸이 욱신욱신 쑤시는 것을 다스리고, 신속한 발한 작용으로 사지 관절의 염증을 없애 준다. 수세미외의 열매를 가리키는 사과(絲瓜)는 뛰어난 청열화담(淸熱化痰)과 양혈해독(凉血解毒) 작용으로 열이 몹시 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마르는 데, 헛기침을 하고 가래가 나오는 해수천식에 효능을 발휘한다. 수세미외의 줄기에는 사포닌, 기베를린, 갈락토스 등의 성분이 있어 비염을 낫게 한다. 민간에서는 고름 같은 콧물이 줄줄 나오면서 냄새를 맡지 못할 때 줄기를 달여 먹기도 한다. 연교(連翹)는 개나리 중에서도 의성개나리라고 하는 산개나리의 열매를 말한다. 해열과 해독 작용을 하므로 온열병 초기에 심장의 열을 내리면서 정신 혼몽을 막아 준다. 또 인후염·종기·반진(斑疹)·맹장염·폐농양 등을 다스리고, 이뇨·소염 효능도 있다. 약리작용으로 항균, 항염증, 혈압 강하, 지혈, 해열 작용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