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제공 : 천산거인
올겨울은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아내린 탓에 유례없이 혹독한 추위가 닥칠 것이란 예보가 있었다. 날이 추우면 몸이 긴장되면서 모세혈관이 수축되고 림프구의 활동도 크게 위축된다. 그에 따라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원래 우리의 폐와 기관지는 풍(風 ; 바람), 한(寒 ; 찬 기운), 조(燥 , 건조한 기운)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바람이 많이 부는 봄과 차고 건조한 기운이 넘치는 가을과 겨울에 유달리 감기 환자가 많이 생긴다. 이때의 발열, 콧물, 기침, 오한, 몸살 등의 증상은 인체의 면역체계가 풍한의 사기와 싸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따라서 우리가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평소에 자신의 면역력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과로, 심한 스트레스, 비자연적인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오염된 공기 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같은 병을 두고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의 치료법에서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감기이다. 양방에서는 감기로 열이 나면 보통 옷을 벗겨 두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서 열을 식힌다. 수분이 열을 뺏어 가는 전형적인 원리에 근거한 처치 방법이다. 또 양방 병원에서는 콧물이 나오면 그것을 멈추기 위해 클로르페니라민 같은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한다. 그런데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이나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 외에도 눈물, 침, 위, 장관액, 질액, 요도액 등 인체의 다른 점액마저도 나오지 못하게 해 조직을 건조하게 만든다. 인체의 조직이 건조해지면 염증이 쉽게 발생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하는 이유가 바로 고열로 인체 내의 모든 조직에서 분비되는 점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신장과 같이 정교한 필터 기능을 맡고 있는 조직은 더 큰 손상을 입게 된다. 이에 따라 사구체 주변의 세포가 말라 버려 여과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전통의학에서 감기를 치료할 때 쓰는 방법은 서양의학과는 정반대이다. 방이 더울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고 두툼한 옷을 껴입은 다음 뜨거운 차를 마시면서 땀을 흠뻑 빼도록 하는 것이다. 즉, 전통의학의 해열 방법은 땀의 배출을 통해 열을 내리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인체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세포를 활성화시켜 인체의 전체적인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다. 따라서 이런 전통의학적 치료법이야말로 감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다. 황해도에서 오랫동안 의업(醫業)을 했던 필자의 조부는 감기 환자가 오면 천연 재료로 된 ‘독감탕’을 지어 주고 땀을 쭉 빼라고 했다. 처방 내용을 보면 파 뿌리 생것 100그램, 생강 200그램, 모과 50그램, 진피 30그램, 감초 20그램, 죽염이나 천일염 20그램이다. 이들 재료에 물 2리터를 붓고 30~40분 푹 끓인다. 이 독감탕을 아침저녁으로 200cc씩 마시는데, 특히 저녁에는 따뜻한 방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땀을 뺀다. 감기 초기에 몸이 으슬으슬 춥고 떨릴 때 ‘독감탕’을 마시면 몸이 개운해지면서 감기가 뚝 떨어진다. 파 뿌리는 전통의학에서 ‘총백(蔥白)’이라고 하는데, 흰 뿌리 부분이 길고 곧으면서 눌러 봤을 때 탄력이 있고 단단한 것이 좋다. 파 뿌리에는 발한 작용이 있어 땀을 내 주고, 기침·가래를 삭혀 주는 효능이 있다. 또 파에는 황화아릴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항균 및 살균 작용을 한다. 생강은 『동의보감』에 ‘몸의 냉증을 없애고 소화를 도와주며 구토를 없앤다.’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생강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과 쇼가울 성분이 몸의 찬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고, 따뜻함을 유지시켜 준다. 모과는 칼슘과 칼륨, 철분,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가래를 삭이는 효능이 뛰어나다. 진피(陳皮)는 귤껍질을 말한다. 귤은 그대로 먹으면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있지만, 말린 껍질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담(痰)을 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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