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제공 : 천산거인
8주 이상 지속적으로 또는 반복해서 기침이 계속되는 경우를 만성기침이라고 한다. 이때는 보통 가래도 심하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숨이 차 제대로 생활하기 힘들고, 기침을 하느라고 밤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또 이로 인해 신경과민과 우울증까지 겹쳐 심한 고생을 하게 된다.
전통의학에서는 이런 만성기침을 해수(咳嗽) 천식(喘息)이라고 한다. 해수는 기침을 뜻하는 해(咳)와 가래를 뜻하는 수(嗽)가 합쳐진 것으로, 그 증상과 원인은 다르다. 즉, 해(咳)는 기침은 하는 반면, 담(痰)이 없는 것이다. 이는 폐기(肺氣)가 상하여 기(氣)가 발작적으로 발산되는 현상이다. 반면 수(嗽)는 담(痰)은 나오는 반면, 기침이 없는 것이다. 이는 비장(脾臟)의 불순한 습(濕)이 폐에 올라와 찬 현상이다.
이밖에 해수는 과도한 흥분 등으로 간(肝)에 열이 심할 때나 몸의 정(精)을 저장하는 신장(腎臟)의 기능이 떨어질 때에도 발생한다. 또 기관지에 분포되어 있는 미주신경은 위나 식도 등의 여러 내장기관에도 퍼져 있으므로 이들 기관에 이상이 있을 때에도 발생한다. 따라서 전통의학에서는 기침이 폐와 직접 관련이 있긴 하나, 오장육부 모두가 기침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였다.
한편 천식(喘息)은 숨을 헐떡거리며 급히 몰아쉬는 것을 말한다. 직접적인 발생 요인은 폐에 열(熱)이 찼기 때문인데, 폐 기능이 떨어졌을 경우에 생기기도 하고, 심장의 열이 폐로 밀려들어올 때 생기기도 한다. 천식이 발작하면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자줏빛이 되며, 식은땀이 난다. 발작은 대개 야간에 갑자기 일어나며, 흉부에 압박감을 느낀다. 심할 때는 누워 있지 못하고 앉아서 호흡을 하게 된다. 호흡 중에도 특히 내쉬는 호기(呼氣)가 곤란하여 내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개 해수(咳嗽)와 함께 발병하므로 해수 천식이라고 합쳐 부른다.
해수 천식은 예전엔 주로 폐의 기능이 약해지는 노년층에게 많이 나타났지만, 요즘은 어린아이와 젊은 층을 막론하고 나타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요즘 어린아이와 젊은이들이 화학적으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 등 서구식의 비자연적인 식품을 즐겨 먹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체내에 화학 독소가 축적되어 폐의 기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폐의 기능이 약하다 보니 일교차가 심해지는 환절기만 되면 건조하고 찬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심한 기침 가래와 천식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황해도에서 오랫동안 의업(醫業)을 했던 필자의 조부는 만성기침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오면 ‘해수탕(咳嗽湯)’으로 그 고통을 덜어 주었다. 처방 내용은 미나리 60그램, 모과·상백피 각 40그램, 금은화·홍화·행인 각 30그램, 은행 20그램, 쇠고기 150그램, 엿 50그램이다. 엿은 엿기름으로 만든 맥아엿이 좋지만, 구하기 힘들면 일반 강엿을 쓴다. 상기 약재에 물 6리터를 붓고 3~4시간 달이면 약 10일치의 탕약이 된다. 이것을 아침저녁으로 하루 2회, 식후 1시간에 복용한다. 10년 혹은 20년 이상 달고 산 기관지염, 해수, 천식 등 고질적인 질환에 1~2개월 꾸준히 복용하면 특효를 볼 수 있다.
미나리는 비타민 A·B1·B2·C 등이 다량으로 함유된 알칼리성 식품이다. 폐경(肺經)에 들어가 폐를 윤택하게 하고 해수를 멈추는 윤폐지해(潤肺止咳)의 작용과 체내 수액을 소통시키는 이수(利水) 작용이 뛰어나다. 또 서늘한 성질이 열을 식히고 열독을 풀어주는 청열해독(淸熱解毒) 효능을 발휘한다. 모과는 칼륨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체내의 불필요한 수분을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시켜서 천식을 그치게 한다. 또 타닌 성분이 수렴 작용으로 목의 염증을 가라앉게 하고, 사포닌 성분이 기침을 억제하는 데 놀랄 만큼 빠르고 강한 효과를 나타낸다. 금은화는 폐경에 들어가 사열(邪熱)을 잘 발산시키므로 풍열(風熱)에 의한 증상을 해소해 준다. 그리고 상백피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열을 내려 주므로 폐열로 인해 기침이 나거나 숨이 찬 것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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