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제공 : 천산거인
아침이면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되는데 마냥 자고만 싶다. 점심을 먹고 나면 대책 없이 눈꺼풀이 내려앉으며 졸음이 쏟아진다. 충분히 쉬어도 피곤함이 없어지지 않으니 단순한 춘곤증이라고 하기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이런 증상을 느낀다면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말처럼 지방간일 가능성이 있다. 직장의 건강검진 대상자 중에 32퍼센트가 지방간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지방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상적인 간의 경우 지방 비율은 5퍼센트 정도인데, 이보다 많은 5~50퍼센트의 지방이 간에 축적된 상태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지방간은 크게 과음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화학 약물 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을 많이 섭취함으로써 간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과음 등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져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으로 발전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는 비만이나 당뇨병, 화학약의 섭취로 지방 대사가 원활하지 못하여 에너지 대사를 총괄하는 간에 중성지방이 쌓인 것이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겉으로는 건강하게 보인다. 본인이 느낄 수 있는 증상은 피로감과 전신 권태감, 또는 오른쪽 상복부의 통증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개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지방간 발병률이 낮아지는 반면, 여성은 50~60대에 크게 높아진다. 그 이유는 복부 비만과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로 지방이 몸 안에 잘 쌓이기 때문이다. 지방간을 치료할 수 있는 양약은 없다. 따라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해 간 기능을 개선할 수밖에 없다. 식이요법의 원칙은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식품은 금하고, 신선한 자연식품을 섭취하여 비타민 B·C·K군의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흔히 간이 안 좋으면 잘 먹고 푹 쉬어야 한다지만 지방간의 경우에는 그러면 상태가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잘 먹고 잘 쉬어서 비만이 더 심해지거나,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혈중 지질의 농도가 정상으로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방간이 있으면 가만히 있기보다는 규칙적인 운동이 도움이 된다. 음주에 의해 발생한 지방간인 경우에는 금주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직업상 술을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일주일에 1~2회 정도로 횟수를 줄여야 한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금주만으로도 지방간이 빠르게 좋아질 수 있는데, 금주와 식이요법을 시작한 후 4∼8주가 지나면 간에서 지방이 제거되기 시작하고, 3∼4개월 정도 금주하면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과 같은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술을 금해야 한다. 또 화학물질에 오염된 음식이나 화학약의 섭취로 간에 화학 독소가 축적되면 간암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지방간이 없는 정상인의 경우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알코올 섭취량은 하루 10∼20그램이다. 이는 맥주 1캔, 소주 반 병, 양주 2∼3잔 정도에 해당한다.
황해도에서 오랫동안 의업(醫業)을 했던 필자의 조부는 과음으로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오면 ‘간왕탕(肝王湯)’을 처방해 주었다. ‘간왕탕’의 재료는 구기자·용안육 10그램, 인삼 20그램, 감초 5그램이다. 이 약재들에 물 2리터를 붓고 2시간 푹 끓여 2~3일에 걸쳐 수시로 복용하면 된다. 이 ‘간왕탕’은 지방간은 물론이고 춘곤증, 어지럼증, 중병 후유증, 신장질환에도 매우 좋다. 구기자에 함유된 베타인은 항(抗)지방간, 혈압강하, 항혈당 작용이 우수하다. 따라서 총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간 기능을 강화하여 눈을 밝게 해 준다. 또한 피로를 빨리 회복시켜 주며, 혈압을 떨어뜨려 준다. 한편 용안육(龍眼肉)은 ‘용의 눈’이란 이름대로 큰 눈알처럼 생긴 과일로서 몸이 허약해져 기운이 없을 때 매우 좋다. 정신이 피곤하여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자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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