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제공 : 천산거인
평소 손발이나 온 몸이 붓는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특별히 고된 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몸이 무겁다고 한다. 이것은 체내에 독소가 쌓였기 때문으로 암 등 각종 질병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처럼 부종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증상이지만, 간과하면 큰 병을 초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몸에 부종(浮腫)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비장이나 간장 또는 신장의 기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비장의 기능이 약화되거나 비자연적인 식생활로 비장에 습(濕)이 차면 손발이 붓는다. 전통의학에서는 비주사말(脾主四末)이라고 하여 비장이 손발의 사지를 주관한다고 했다. 배에 물이 차는 것은 간의 소설(疏泄) 기능이 저하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간경화나 간암 등에서 많이 나타난다. 전신에 부종이 있는 것은 신장의 이뇨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장(腎臟)은 아래쪽 배의 등 쪽에 강낭콩과 같은 모습으로 쌍으로 위치하며 혈액을 걸러 배설함으로써 체내 수분의 양과 전해질 농도, 산성도 등 체액의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정상인의 신장에서 하루에 여과되는 혈액량은 무려 180리터에 이르지만, 대부분은 재흡수되고 실제로 배설되는 양은 1~2리터에 불과하다. 그런데 신장의 기능이 나빠져 신장의 혈액 여과 장치가 막히면 하루 종일 오줌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것을 무뇨(無尿)라 한다. 또 무뇨는 아니지만, 소변 양이 감소하여 하루 0.5리터 미만으로 적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핍뇨(乏尿)라 한다. 이렇게 무뇨와 핍뇨가 되면 체액의 항상성이 깨져 세포가 활성화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세포막의 수분 대사가 잘 안 되어 부종과 염증이 생기거나, 요독증(尿毒症)이 생기게 된다. 나아가 얼굴과 손발이 붓기 시작하여 복부나 흉부에 물이 고이는 부종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황해도에서 오랫동안 의업(醫業)을 했던 필자의 조부는 전신부종이나 정력 부족 등 신장이 허하여 생기는 질병으로 찾아오는 환자에게 장어를 이용한 ‘해만자탕(海鰻子湯)’을 처방했다.
민물장어는 주로 양식을 하므로 치료에 있어서는 바닷장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처방 내용은 바닷장어 2킬로그램에 복분자·차전자·호마자·여정실·천초 각 50그램, 나복자·오미자·정력자·토사자·울금 각 40그램, 천련자 15그램이다. 이것을 물 12~13리터에 넣고 푹 끓여 100팩으로 포장한다. 달일 때 장어를 토막 내거나 내장을 버리지 말고 통째로 사용해야 한다. 또 수입산 장어는 운송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화학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우리나라 바다에서 잡히는 바닷장어가 좋다. 비린 맛을 싫어하는 경우에는 구기자 100그램을 가미하여 끓인다. 만약 소화불량으로 인해 먹기가 곤란한 경우에는 공사인 50그램을 가미한다. 천초 대신 산초나무의 가지를 쓰면 더욱 좋다. ‘해만자탕’을 1회 한 봉지씩 매일 아침저녁으로 식후 1시간이 지나서 복용하면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게 보양(補陽)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평소 몸이 무겁거나 소변을 볼 때 단백뇨가 섞여 나오는 경우, 또는 소변에 거품이 많은 경우 등 신허(腎虛) 증상으로 고생하는 경우에 특효가 있다. 특히 겨울에는 수렴하는 작용이 강하므로 이때 상기 처방을 장복하게 되면 일 년을 건강하게 시작할 수 있다. 상기 처방의 주된 약재인 장어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다. 약성이 간과 신장 경락에서 작용하여 허약 체질로 양기(陽氣)가 부족한 것을 보(補)하고, 풍습(風濕)으로 신경통이나 요통이 있는 것을 해소한다. 대표적인 성분으로 비타민 A와 E가 있다. 비타민 A는 성장을 촉진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좋게 하며, 암을 예방한다. 비타민 E는 생식기능을 좋게 하고, 체내에서 불포화지방산의 산화 작용을 억제하며, 혈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뿐만 아니라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예방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민물장어를 만려어(鰻驪魚)라 하고, 바닷장어를 해만(海鰻)이라고 한다. 악창과 옴, 연주창에 효능이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