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치질은 직장(直腸) 하단과 항문 주위 조직에 생기는 질병을 총괄하여 일컫는 말이다. 그 가운데에는 치핵(痔核), 항문주위염, 치루(痔瘻)가 가장 많다. 그밖에도 항문의 괄약근이 찢어진 치열(痔裂)과 직장이 밖으로 밀려 나오는 탈항(脫肛) 등도 넓은 의미에서 치질에 포함된다. 치핵은 직장 하단에 있는 정맥총이나 항문 부근에 있는 정맥총이 확대되어 혹처럼 뭉친 것인데, 보통 치질이라 함은 치핵을 뜻한다. 직장 하단에 있는 정맥총이 혹처럼 뭉친 것을 내치질이라 하고, 항문 부근에 있는 정맥총이 확대되어 혹처럼 뭉친 것을 외치질이라 한다. 흔히 치질은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질병이라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서양의학은 인간이 직립 보행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서서 생활한 결과 항문에 피가 몰리기 때문에 치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생각에서 나온 말이라 하겠다. 자연계를 보면 보잘 것 없는 미물도 생존의 본능으로 자신의 신체 구조에 맞게 생명작용을 하고, 더 나은 생명작용을 위해 신체 구조를 진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자신의 신체 구조에 맞게 생명작용조차 못하고, 나아가 병이 생길 수 있는 신체 구조로 진화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 하겠다. 인간에게 치질이 생기는 진짜 이유는 잘못된 식생활이라 하겠다. 즉, 오늘날 우리의 식생활 형태를 보면 서구의 영향으로 육류 음식과 화학첨가제로 가공된 인스턴트식품 등이 판을 치고 있다. 육류 음식은 본래 사람에게 주어진 먹을거리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동물성 단백질인 육류 음식을 섭취하면 인체의 소화기관이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육류 음식은 곡물과 채소와 과일과는 달리 장운동을 활발히 일으키는 식이섬유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 결과 제대로 용해되지 않은 불순한 음식물이 장내에 쌓여 산독성 가스를 발생시키기 마련이다.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가 치질을 유발하는 이유는 화학첨가제로 가공되었기 때문이다. 화학첨가제는 자연의 물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내에 화학 독소로 쌓여 장을 무력화시키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는 식이섬유가 없는 정백한 흰 밀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고, 대부분 기름에 튀겨지고 있다. 그 결과 제대로 용해되지 않은 불순한 음식물이 장내에 쌓여 산독성 가스를 발생시키기 마련이다. 결국 이런 점을 통찰해 볼 때 치질이 인간에게만 생기는 이유는 자연계의 동물과는 달리 오늘날 사람들이 비자연식을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장내에 화학 독소와 산독성 가스가 쌓여 기혈순환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어혈과 독기가 뭉쳐 치질을 발생시킨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의학이 치질의 원인을 직립 보행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들이 인공 화학요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서양의학의 입장으로서는 비자연식과 화학 독소의 문제가 부각되는 것은 그들의 비자연적인 의술과 화학요법도 문제점으로 부각되는 일이기 때문에 비자연식과 화학 독소의 문제를 외면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에 서울 종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였던 할배가 일러준 치질 치료 방법이다.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할배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하였다. 이렇게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이었다. 할배가 일러준 처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치질 치료법
▶ 재료 : 망초(芒硝)·도꼬마리 잎 각 80그램, 파뿌리 8개, 달팽이 10마리 ▶ 치료 방법 : ① 달팽이 10마리를 껍질째 은박지에 싸서 완전히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그러고 나서 곱게 분말한 다음, 같은 양의 황설탕과 섞어 반죽한다. ② 망초·도꼬마리 잎·파뿌리에 물을 2리터 붓고, 은은한 불에 물이 절반으로 줄을 때까지 달인다. 그러고 나서 물을 미지근하게 식힌 다음, 자주 좌욕을 한다. 좌욕을 한 후에는 달팽이 태운 재를 치핵에 발라 둔다. ▶ 치료 방법 : 달팽이는 예로부터 민간에서 탈항이 있을 때 태운 재를 돼지기름에 개어 붙이는 등 항문질환 치료에 많이 이용해 왔다. 『본초강목』에서도 달팽이가 탈항에 효과가 있다고 밝히는 한편, 8월에 모양이 둥글고 큰 것을 잡아 쓰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망초는 장의 연동운동을 세게 하여 변통을 시키는 효능이 있고, 도꼬마리 잎은 종창(腫瘡)을 없애는 데 효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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