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소화기계

맹장염의 묘방 - ‘반총산’

초암 정만순 2016. 8. 8. 11:03




맹장염의 묘방 - ‘반총산’


수술 않고 극심한 복통과 염증 없앤다


■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서양의학에서는 그동안 맹장은 인체에 쓸모가 없으면서 염증이나 일으키는 물건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잘라 없애거나, 제왕절개 수술 중에라도 없애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여러 연구 결과, 맹장은 인체에 꼭 필요한 기관이며, 제거해 버리면 장암 등의 발병률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급성충수염을 가리키는 맹장염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오른쪽 아랫배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다. 누르면 아프고, 기침을 할 때 그 부위가 울리며, 걸을 때 통증을 느끼게 된다.
맹장염의 원인을 서양의학에서는 세균으로 보지만, 동양의학에서는 특정 세균의 번식을 초래한 창자 내의 환경의 변화로 본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듯이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세균이 잘 번식한다. 그처럼 창자의 온도와 습도가 너무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장내의 균형이 파괴되고, 특정 세균이 번식할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다. 따라서 동양의학에서는 우선 환자의 몸 상태를 잘 살펴 온도와 습도가 높아서 병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낮아져서 생긴 것인지를 판단한다. 온도와 습도가 놓은 상태를 습열(濕熱)이라 하고, 온도가 내려가고 습도가 올라간 상태를 한습(寒濕)이라고 한다. 동양의학에서는 어떤 병이든 이 한열(寒熱)의 판단이 아주 중요하다. 판단이 잘못되면 치료가 되는 게 아니라 더욱 악화가 될 수 있다. 물론 맹장염은 습열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체적인 맹장염의 치료는 우선 습열에 의한 경우엔 창자의 높아진 습과 열을 떨어트리는 약을 쓴다. 그러나 단순히 습과 열을 떨어트리기만 해서는 이미 맹렬하게 번식한 세균의 집단에 그렇게 효과적일 수가 없다. 따라서 동시에 하제(下劑)를 써서 맹렬하게 번식한 세균의 집단을 몸 밖으로 쓸어버리는 방법을 쓴다. 그러면 창자 내에는 온도와 습도가 균형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또 문제의 세균 집단과 염증 반응으로 생긴 고름이나 진물 등 쓰레기 물질이 모두 배출되어 완벽하게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게 된다.
여기서 유념할 점은 세균의 집단을 몸 밖으로 몰아내듯이 동양의학의 주된 치료 원칙 중 하나가 병의 원인인 습·열·세균 등 사기(邪氣)를 죽이지 말고 내쫓으라는 것이다. 옛날 조상들이 집안에 도둑이 들어도 잡지 말고 내쫓으라고 했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도둑을 잡으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저항을 할 것이고, 결국 주인도 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의 근저에는 우주 내의 모든 생명체는 조물주의 피조물로서 서로 잘 조화를 이뤄 공존공영을 하도록 된 것이지 인간만이 살아남도록 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 달리 말하자면 다른 생명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데는 나의 잘못도 있다는 사상이 깔려 있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에 서울 종로에서 약을 잘 짓던 할배가 일러준 맹장염 처방이다.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볼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노인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하였다.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인데,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가 반드시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하였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었다. 할배는 당시 급성이든 만성이든 맹장염으로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오면 ‘반총산(蟠蔥散)’을 2~3첩 지어 주었다. 그리고 환자는 그대로 약을 먹고 말끔히 맹장염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반총산(蟠蔥散)]


▶처방 내용 : 의이인·도인 각 8그램, 창출·대황·망초·목단피 각 6그램, 삼릉·봉출·백복령·청피·감초 각 4그램, 진피·공사인·과루인·정향피·빈랑 각 2그램, 현호색·육계·건강 각 1그램, 총백 1개
▶ 복용법 : 상기 처방을 1첩으로 달여 하루 3번 식전 30분에 복용한다.
▶ 처방 풀이 : ‘반총산’은『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에 소개된 처방으로 비위의 허랭이 심복을 공격하여 자통(刺痛)을 유발하고, 흉협에서 방광과 소장에까지 통증이 뻗치는 것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다. 특히 급성맹장염에 효험이 크다. 약재 중에서 의이인은 체내의 노폐물과 염증을 배설시키는 효능이 아주 크다. 도인·대황· 망초는 변을 잘 통하게 하고, 복통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강하다. 창출은 건위·제습·발한 작용을 하며, 삼릉과 봉출은 파혈(破血)·소종(消腫) 등의 작용을 한다. 본방에서 총백은 반드시 가미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효가 매우 떨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