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근골 관절

학슬풍의 묘방 - ‘백선탕’

초암 정만순 2016. 8. 9. 08:42




학슬풍의 묘방 - ‘백선탕’


관절에 굳어진 어혈 해소에 좋은 효과

■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류머티즘 관절염은 어혈과 담이 관절 사이에 뭉쳐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증상을 말한다. 본래 류머티즘이란 무언가 흘러 돌아다닌다란 뜻의 그리스어 ‘rheuma’에서 유래된 말이다. 서양의학은 기계적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어혈과 담을 인식하지 못하고 막연히 무언가 흘러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류머티즘이라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우리 전통의학에서는 이미 류머티즘에 대해 ‘어혈이 뭉쳤다’ ‘담 걸렸다’ 등으로 그 원인과 개념을 명확히 하였다. 그리고 이런 관절염을 백호풍(白虎風) 또는 역절풍(歷節風)이라 하였다. 즉, 전신의 관절 마디마디와 근육 여기저기가 호랑이가 물어뜯는 것처럼 아프다는 뜻이다. 이를 다른 말로 사지백절유주자통(四肢白節流周刺痛)이라고도 하였다.
류머티즘 관절염의 발생 초기에는 관절 등이 벌겋게 퉁퉁 붓고, 화끈화끈 열이 난다. 또한 관절에 물이 차기도 하고, 관절이 빠져나갈 것같이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다 점차 관절이나 근육이 굳어져 굴신(屈伸)하기조차 힘들게 되고, 나중엔 관절이 휘어지는 등 흉측스럽게 변형되게 된다. 관절이 굳어지면 기혈(氣血) 소통이 되지 않아 학다리처럼 관절이 툭 불거지는 반면, 관절 아래는 쇠꼬챙이처럼 마르게 된다. 이것을 일러 학슬풍(鶴膝風)이라고 한다.
이러한 류머티즘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오늘날은 대개 육류 음식과 화학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 등 서구식의 비자연적인 식생활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겠다. 즉, 육류 음식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먹을거리라는 점에서 인체의 소화기관이 완벽하게 소화시키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 결과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불순한 음식의 용해물이 피를 탁혈(濁血)로 오염시키기 마련이다. 또 화학첨가제로 가공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면 화학 독소가 축적되어 피를 독혈(毒血)로 오염시키기 마련이다. 결국 탁혈과 독혈이 전신을 돌아다니면서 류머티즘 증상을 유발하는데, 대개는 굴곡이 진 관절에 스며들어 그대로 쌓여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 류머티즘이라 하면 관절염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류머티즘 관절염의 원인을 통찰해 볼 때 류머티즘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육류 음식과 인스턴트식품 등 서구식의 비자연적인 식생활을 금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화학약의 복용으로 인해 체내에 화학 독소가 쌓이는 것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신 자연식과 자연요법으로 피를 맑게 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관절염이 있으면 양방 병원에서 처방해 준 화학 진통제나 화학 소염제 등을 맹목적으로 매일매일 복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화학약을 비일비재하게 복용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화학 독소 등이 관절에 쌓여 관절염이 생겼음을 생각해 볼 때 몸을 더욱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에 서울 종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였던 할배의 학술풍 처방인 ‘백선탕(百仙湯)’이다. 이 ‘백선탕’을 일러준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할배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하였다. 이렇게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덕분이다.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했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에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었다.

[백선탕]


▶ 처방 내용 : 당귀미·천궁·백작약·숙지황·위령선·백지·방기·골담초·황기·산약·파고지·모과·우슬·두충·구판·방풍·강활·황백·창출·백출·구기자·토사자·오미자·오가피 각 6그램, 인삼·택사·부자·반하·우담남성·감초 각 4그램, 생강 5쪽
▶ 법제법 : 부자와 반하를 생강 달인 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말린다.
▶ 복용법 : 상기 약재를 아침저녁으로 1첩씩 달여 식전 30분에 복용한다.
▶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은 어혈과 풍습(風濕)으로 인해 생긴 관절통을 치료하는 데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명방(名方)인 ‘소풍활혈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보혈(補血)과 보음(補陰)에 효능이 큰 백작약·숙지황·구판·구기자를 가미하고, 근골을 이롭게 하는 데 효능이 큰 골담초와 가시오가피를 가미하였다. 또한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모과를 가미하고, 약성을 무릎으로 끌고 가는 우슬을 가미하였다.